LCD TV 패널價 올들어 20% 넘게 상승…中 제조사 중심 공급 축소 결과
OLED로 방향 전환한 삼성·LG 큰 수혜 없어…OLED 선제 투자로 시장 주도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이 올해 들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한국 업체들에게 별다른 수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시황은 중화권 기업 주도의 공급 축소 결과인데다, 국내 기업들은 LCD 대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조 단위 8.6세대 팹 투자로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을 아우르는 OLED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 TV 등 대형 OLED를 주도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스마트폰·태블릿 등 중소형 OLED 뿐 아니라 삼성전자와의 협업으로 OLED TV 시장 장악력을 공고히 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8일 시장조사기관인 DSCC는 주요 LCD TV 패널 가격이 올해 초 대비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55인치 패널 경우 올 1분기 평균 88달러에서 2분기 102달러로 상승한 뒤 3분기에는 106달러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9월 55인치 패널 가격은 1월과 비교해 23% 상승한다.
상승세는 65인치 패널이 더 가파를 것으로 봤다. 1분기 평균 115달러이던 패널 가격은 2분기 138달러로 오른 뒤 3분기에는 142달러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대로라면 1월 대비 9월 가격은 27% 뛰게 된다.
코로나 이후 강세를 보였던 2021년 3분기 55인치 패널(205달러), 65인치 패널(269달러)와 비교하면 여전히 반토막 수준이지만 수요 절벽으로 바닥을 찍었던 지난해 보다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업계는 다만 LCD 비중이 높은 중화권 제조사들이 LCD 패널 공급 및 가격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본다. 실제 지난해 극심한 수요 부진에 한국·중국 기업들은 LCD 패널 공급을 줄였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글로벌 가동률은 67.5%, 4분기는 68.9%로 떨어졌다.
올 1분기(69%)까지 60%대의 가동률을 나타낸 LCD 패널은 2분기에는 중국 LCD 패널 제조사들의 공급 확대로 77%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기업들이 공급을 늘린 것은 5월 말부터 한 달간 진행되는 중국 최대 쇼핑 행사 '6·18 쇼핑 대축제'와 7월 미국 '아마존 프라임데이' 수요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급 축소·대형 이벤트 종료 이후에도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LCD 가격은 또 다시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상반기 패널 시황은 인위적인 공급 축소에 따른 결과인만큼, 소비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LCD 수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포화 상태인 LCD 대신 성장성이 높은 OLED으로 생산을 전환했거나 전환을 추진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생산을 지난해 완전히 종료했으며 LG디스플레이는 국내 LCD TV 팹 생산을 중단했다. 중국 8세대 팹은 50% 수준으로 축소·운영중이다.
현재 양사 모두 모바일, TV 등 수요산업 위축으로 어려운 때를 보내고는 있지만,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OLED 시장을 정조준해 선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전망기관도 당분간 LCD는 마이너스 성장하는 반면 OLED는 뚜렷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다. DSCC는OLED는 2027년까지 연평균 7% 성장, LCD 0.8%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4조10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25~2026년부터 IT용 8.6세대 OLED를 생산하기로 했다. 규모와 원가경쟁력 모두 기존 6세대를 능가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디스플레이 시장 '큰 손'인 애플의 OLED 채용모델 확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OLED 제품 로드맵은 2024년 ▲11.1인치 OLED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OLED 아이패드 프로, 2026년 ▲14.3인치 맥북 프로 ▲16.3인치 맥북 프로 ▲20.5인치 LTPO 폴더블 NB 등이다.
DSCC는애플의 OLED 채용모델이 증가하면서 2027년 태블릿, 노트북에서의 OLED 비중은 40%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같은 OLED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를 감안해 LG디스플레이도 태블릿 PC용 OLED 등 중형 OLED 투자를 진행중이다.
회사측은 "태블릿 올레드는 내년 상반기 진입을 통해 자사 전략고객 태블릿 제품의 50% 이상 포지션을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및 투명 OLED에서도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LG디스플레이는 1분기에만 3조원을 상회하는 수주를 기록하며 작년 말 수주잔고가 20%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매출은 약 2조원을 상회할 것으로예상했다.
스마트폰용 생산능력도 늘린다. 현재 6세대 기준 3만장 수준에서 연말까지 1만5000만장 더 증설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신규 라인, 태블릿 OLED, 차량용 디스플레이 부문 모두 매출이 가시화되면 안정적인 매출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의 OLED TV 패널 협력도 호재다. 외신 등은 77인치와 83인치 화이트올레드(W-OLED) TV 패널을 시작으로 이르면 2분기부터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보도했다. 내년에는 200만대, 향후 몇 년간은 300~500만대로 점차 늘린다. 200만대는 LG디스플레이 전체 대형 OLED 패널 생산의 20~30%에 달하는 만큼 수익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 모두 OLED TV 판매를 늘리게 되면 다른 중화권 기업들도 OLED를 앞다퉈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OLED TV 시장 생태계 확대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