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4개 국책연구기관 학술회의 연설
위협인식·국가 지향점
미래 대비·경제안보 대응 꼽아
윤석열 정부가 출범 1년을 맞아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한 가운데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9일 전임 문재인 정부 대외 전략과의 차별점을 언급했다.
조 실장은 이날 서울 한 호텔에서 '윤 정부 출범 1주년 - 외교·안보·통일 분야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개최된 4개 국책연구기관 공동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정확한 위협인식 △명확한 국가 지향점 △미래 안보 역량 강화 △능동적 경제안보 대응 등 4가지 측면에서 문 정부와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조 실장은 "윤 정부 국가안보전략은 한반도, 인도·태평양 지역, 세계가 직면한 안보 환경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국가 안보와 국가 이익을 능동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우리가 놓여 있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 즉 정확한 위협 인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가 우리의 생존과 안보를 위협하는 적인지, 누가 우리 편에 서준 나라인지에 대해서 분명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우리 안보의 실체적 위협이자 당면한 위협은 북한 핵·미사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고한 사람들의 삶을 담보로 하는 취약한 평화가 '진짜 평화'라고 믿으며 스스로를 속이고 진실을 회피하는 것은 윤 정부 외교안보 철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정부가 북한의 각종 도발을 사실상 묵인하고, 주적 개념을 흐려놓은 채 대북협상을 모색한 데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수년간 우리 스스로를 한반도에 가둬"
조 실장은 "윤 정부 국가안보전략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 어디인지를 가리키기 위해 작성됐다"며 "자유와 연대가 우리 외교안보의 방향성"이라고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활동 공간은 한반도 넘어 인도·태평양, 전 세계로 확대되어 왔음에도 지난 수년간 우리는 스스로를 한반도에 가둬왔다"며 "윤 정부 국가안보전략의 지평은 한반도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 정부가 국제사회 이슈에 적극 관여하기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라는 '북한 중심주의'에 함몰됐다는 점을 지적한 대목으로 평가된다.
같은 맥락에서 조 실장은 "윤 정부가 국익을 중심에 두고 원칙과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며 "중국과의 관계도 다를 바 없다. 국가간 관계는 상호존중이 기본이 돼야 한다. 대한민국의 신장된 국력에 걸맞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당당한 외교를 통해 건강한 한중관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북 협조를 위해 중국에 저자세를 마다치 않던 문 정부를 에둘러 비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국방 분야 '청사진' 마련
능동적 경제안보 대응 강조
조 실장은 미래세대 안보역량 강화를 위해 국방 분야 청사진을 마련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병력자원 감소는 물론 AI(인공지능), 빅데이터 같은 신첨단 기술이 가져올 전쟁양상 변화 등 향후 20~30년을 대비해 국방태세 재설계 차원에서 '국방혁신 4.0'을 도출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조 실장은 윤 정부 국가안보전략이 "경제와 안보가 하나로 융합하는 경제안보 시대를 직시하고 능동적 경제안보 추진 방안을 제시했다"며 "중요한 과제는 전략적 파트너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G20(주요 20개국),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WTO(세계무역기구) 등 기존 협력체는 물론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등 새로운 플랫폼에 적극 참여해 우리 이익에 부합하는 역내 질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 실장은 "윤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발간은 외교안보 정책 수립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윤 정부 출범 이후 1년간 외교안보 부처들이 머리 맞대고 국가안보전략이라는 큰 기틀을 세운 만큼 2년차를 맞는 지금부터는 구체적 내용을 채우고 하나하나 실행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