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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지연의 대명사 '김명수 사법부' 교체 시작…무너진 6년 회복하려면 [기자수첩-사회]


입력 2023.06.12 07:02 수정 2023.06.12 16:53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김명수 사법부, 우리법·인권법 출신 판사들 요직에 앉혀…대법관 14명 중 7명 진보 색채

진보 성향 인사들의 판결만 한없이 지연…조국·윤미향 등 1심만 2~3년 이어져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 후 법원장 추천제 도입…측근 알박기 인사 논란 가중

차기 대법원장, 6년 과오 답습 말고…균형 잡히고 신뢰받는 사법부 만들어야

지난 1월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토끼처럼 지혜롭게 도약해 '좋은 재판'을 굳건히 실현하고, 국민의 신뢰와 존중을 받는 사법부를 만들기 위해 임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오는 9월에 6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올해 초 계묘년(癸卯年)을 맞아 내놓은 신년사다. 김 대법원장은 신년사에서 특히 '좋은 재판'과 '국민의 신뢰를 받는 사법부'란 표현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사법부가 좋은 재판을 통해 국민의 존중을 받고 신뢰를 회복했는지엔 의구심이 든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그가 임기를 마치는 날 스스로 '사법부가 좋은 재판을 굳건히 실현했다'고 자평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김 대법원장 체제의 지난 6년 사법부 시계는 시침은 물론 초침부터 삐걱댔다. 온전히 작동하지 않고 정체됐다는 뜻이다. 시계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소 왼(좌)쪽으로 치우친 듯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사법부 시계가 망가진 원인은 굳이 사소한 문제까지 긁어 언급하자면 족히 열 가지는 될 수 있겠으나, 가장 근본적이고 대표적인 문제를 몇 가지 꼽자면 특정(진보) 성향에 치우친 내부 인사와 정파적 판결, 재판 지연 문제를 고를 수 있을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자신이 과거 회장을 지낸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들을 요직에 앉혀왔는데, 특히 대법관 14명 중 7명을 진보 색채가 강한 판사로 채웠다. 기울어진 사법부에서 진보 성향 인사들에 대한 판결 선고는 한없이 늘어졌다. 정의기억연대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 사건은 1심 판결이 나오는 데만 2년5개월이 걸렸고,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1심 판결은 무려 3년2개월이 소요됐다. 채널A 기자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최강욱 민주당 의원 사건도 1년9개월 만에 선고 결과가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이 약 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 실소유주 사건은 단 6개월 만에 선고 결과가 나온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김 대법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를 폐지하면서 시행한 '법원장 추천제'도 문제로 지적받는다. 그간 법원은 재판 실력을 평가해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법원장을 발탁해 왔는데 김 대법원장이 없애버렸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지방법원 소속 판사들이 법원장 후보를 복수로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이 가운데 한 명을 법원장으로 임명하는 제도이다. 대법원은 '법관들의 의사를 폭넓게 수렴해 민주성을 강화하고자 시행한 제도'라고 그 도입 취지를 설명하고 있으나, 정작 민주성은커녕 김 대법원장의 측근 '알 박기'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만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2월6일 진행됐던 차기 서울중앙지방법원장 후보 선출 투표 당시 후보에 송경근 민사 제1수석부장판사, 반정우 부장판사가 올랐는데, 송 부장판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며 반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의 비서실장 출신이었다.


이런 와중에 오는 7월 퇴임하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 후임 자리를 놓고 한동안 또 정치적 편향 문제가 불거졌으나, 새 대법관에 중도성향의 권영준 (53·사법연수원 25기)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서경환(57·21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임명제청되면서 편향성 논란은 그래도 다소 가라앉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법관 임명권 행사를 보류할 수도 있다는 관측 속에 김 대법원장이 그나마 '안전한 카드'를 선택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어쨌든 중도성향의 판사가 후보로 임명제청되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 이른바 '진보벨트'를 구축했던 사법부 지각 변동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권 후보가 임명제청되면서 진보과반 대법원 구성도 바뀌게 된 것이다. 이 인사가 마무리되면 김 대법원장은 오는 9월 퇴임하고, 내년에는 6명의 대법관이 교체, 윤 대통령 임기 안에만 대법관 14명 중 13명이 바뀐다. 이는 곧, 전 정부와 현 김명수 사법부의 합작품인 기울어진 사법 시계가 새롭게 교체된다는 의미다.


사법부의 생명은 공정성과 중립성이다. 이 두 가지 가치를 지키려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진영 논리에 사로잡히지 않는 균형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신년사에서 "국민의 신뢰와 존중을 받는 사법부를 만들기 위해 임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던 김 대법원장이 실제로 국민의 신뢰를 받는 사법부를 만들었는지 기자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김 대법원장의 후임으로 올 차기 대법원장은 지난 6년의 과오를 답습하지 말고 균형 잡힌, 신뢰받는 사법부를 만들었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다. 무너진 신뢰의 탑을 다시 쌓는 일이 결코 녹록지 않겠으나, 불가능한 일은 아닐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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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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