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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아득한 우크라이나 전쟁, 한반도 고려 사안은


입력 2023.06.13 05:00 수정 2023.06.13 05:00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국제사회 '공통 이해' 해당되는

의제에 관해 가급적 미중·미러 대립

영향이 덜 미치도록 사안 별개화"

러시아 모스크바의 기념품 가게에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마트료시카 인형이 판매되고 있다. ⓒAP/뉴시스

러시아의 불법 침공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국면을 맞은 가운데 한반도 역시 관련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질서·공급망 재편 등 전 지구적 차원의 영향 외에 러시아의 지정학적 특성에 따른 역내 파급력에 주목하며 대응책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사는 12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함의와 한국 대응'을 주제로 진행한 제94차 통일학포럼에서 "러시아는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에도 걸쳐 있는 나라"라며 "한반도에 대한 영향도 적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위 전 대사는 "세계 10대 무역국이자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고 독립해 있기는 어렵다"며 "미국 등 국제사회의 주 흐름과 함께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유일한 동맹인 미국과의 공조는 물론,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전 세계 각국과 연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위 전 대사는 미국 등 국제사회와 "어느 정도로 함께 하느냐, 또 그렇게 할 경우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어떤 보완책을 병행하느냐 하는 것이 남는 문제"라며 공통의 이해관계라는 '완충지대'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중·미러 대립의 '그림자'가 상대적으로 옅은 한반도 평화·안정, 비확산 체제 수호 등의 이슈를 고리로 중국·러시아와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는 취지다.


위 전 대사는 "한반도의 평화·안정·비핵 등 국제사회 '공통 이해'에 해당되는 의제에 관해 가급적 미중·미러 대립 영향이 덜 미치도록 사안의 별개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의 핵개발 기도는 국제 핵비확산 체제에 대한 도전"이라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중국 모두 용인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국제 비확산을 명분으로 미중·미러가 지금보다 협력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이 미중·미러가 과도한 대결을 지양하고 협력 영역을 확대하도록 촉진자 역량을 보여준다면 한국의 입지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러, 中·北과 경제협력 가능성
"인도·태평양 집중한다고
유라시아 간과해선 안돼"


일각에선 러시아가 중국·북한을 끌어들여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 등 민주국가들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여 의지를 거듭 피력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제재 돌파구 및 영향력 확대를 꾀하려 유라시아 지역을 파고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9일 '윤 정부 출범 1주년-외교·안보·통일 분야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4개 국책연구기관이 공동 주최한 학술회의에서 "러시아가 극동 지역에서 중국과 협력해 자유무역지대를 개발하고, 여기에 북한 노동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상당히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며 "중국에서 그런 정보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 연구위원은 대북제재로 북한 노동자 파견이 어려울 거란 일각의 견해와 관련해 "(제재를) 우회·회피할 수 있는 러시아법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러시아 혼자서는 불가능하지만, 중국과 힘을 합치면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와주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 조치가 러시아는 물론 북한의 '숨통'을 틔우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논의 진척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 연구위원은 "중국·러시아가 자유무역지대 같은 것을 만들어 북한과 경제 협력을 활성화해두면, 나중에 (한국) 정권이 바뀌었을 때 한국 기업이나 정부가 협력하지 못해 안달 낼 것이라는 중국·러시아 학자들의 논문들을 최근 많이 본다"고도 했다.


우리나라 대외정책 무게중심이 지나치게 인태 지역에 쏠릴 경우 "유라시아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상당히 간과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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