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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렇게…돈 문제 못 풀어낸 데이원, 창단부터 초유의 제명까지


입력 2023.06.16 10:56 수정 2023.06.16 10:56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프로농구 데이원, KBL 출범 사상 초유의 제명 통보

탄탄한 모기업 없이 출범 당시부터 불안..재정난 극복 못해

선수단 임금 체불 등 막대한 채무..인수 작업도 난항 전망

ⓒ뉴시스

창단 전부터 의구심을 품게 했던 데이원이 재정난을 극복하지 못한 채 결국 사상 초유의 제명 통보를 받았다.


KBL(한국농구연맹)은 16일 오전 서울 KBL센터에서 제28기 제6차 임시총회 및 이사회를 개최하고 "데이원 구단의 제명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KBL 정관 제12조에는 구단을 운영할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이사회 심의를 거쳐 총회에서 75% 이상 찬성으로 문제의 팀을 제명할 수 있다.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에서 구단이 제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희옥 KBL 총재는 "KBL 정관 규정에 따라 고양 데이원 스포츠를 회원사에서 제명했다"며 "정상적으로 구단을 운영할 의사와 능력이 없다고 최종적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원은 연봉 체불 등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거짓과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리그 신뢰와 안정성을 크게 훼손했다"며 열성적으로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한 "모든 선수가 안정되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도록 새 후원사나 인수 기업 선정, 특별 드래프트 시행 등 가능한 조치를 상황에 맞게 성실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데이원은 지난달 KBL 이사회에서 선수, 직원, 관계자 임금 체불을 비롯한 각종 부채를 이달 15일까지 해결하라는 마지막 통보를 받은 바 있다.


KBL 김희옥 총재. ⓒ 뉴시스

KBL 회원사에서 제명된 프로농구 고양 데이원의 박노하 재무총괄대표도 실패를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제명 통보를 받은 박 대표는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데이원스포츠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과 저는 새로운 방식의 프로농구단 운영을 꿈꿨지만, 결국 한 시즌 만에 그 꿈을 접고 실패를 인정한다. 재무총괄 대표이사직에서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저와 김용빈 회장을 믿고 함께 새로운 길을 선택했던 허재 운영총괄대표, 김승기 감독, 선수단 전원에게 모기업 부도와 미숙한 운영으로 의도치 않게 큰 피해를 입해 재무총괄 대표로서 죄송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많은 농구 관계자들 우려대로 데이원은 결국 깊은 상처를 남긴 채 끝났다.


고양캐롯점퍼스로 출범한 데이원은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하는 데이원자산운용이 2021-22시즌 종료 뒤 고양 오리온을 인수해 탄생한 구단. ‘농구 대통령’ 허재 전 국가대표 감독을 사장으로 세우고, 안양 KGC의 우승을 이끈 김승기 감독과 KBL 최고슈터 전성현까지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한 데이원자산운용은 “연고지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네이밍 스폰서 도입 등 새로운 수익 구조 방식을 소개하며 성대한 창단식으로 출발했다.


‘탄탄한 모기업 없이 자생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 속에서 고양캐롯점퍼스라는 이름을 달고 시즌을 준비하던 데이원은 리그 개막 직전에야 KBL 1차 가입비 5억원을 납부했다. 이로 인해 ‘가입비도 가까스로 납부하는 팀이 한 시즌을 운영할 수 있겠나’라는 의구심은 증폭됐다.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모기업 재정난 탓에 데이원은 지난 1월부터 선수단 급여를 지급하지 못했다. 구단 사무국과 코칭스태프 등에 대한 임금 체불이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도 김승기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2차 가입금 납부가 불투명해 PO 자격을 박탈당할 위기까지 몰렸다. 가까스로 2차 가입금을 납부해 PO에 출전했지만, 구단의 체계적이면서도 전폭적 지원 없이 선수들의 투혼과 팬들의 성원만으로는 부족했다.



ⓒ뉴시스

시즌 종료 후에도 데이원은 자금난에 허덕였다. PO에서 보여준 전력을 바탕으로 부산광역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인수 기업을 물색했지만,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는 구단을 감당할 주체는 없었다.


데이원 주장 김강선을 비롯한 선수들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월급이 밀려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KBL이 데이원으로부터 받은 가입비 15억원과 중계료 수익 등을 이용해 책임지고 급여를 지급해달라. 15일까지 임금 체불을 해결하지 못하면 문화체육관광부 표준계약서 항목을 준수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인정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까지 들어가 호소했지만 데이원은 15일까지 선수단 임금도 주지 못했다. 데이원은 KBL이 요구했던 사항도 지키지 못하며 제명이라는 철퇴를 맞고 구단의 문을 닫게 됐다.


투혼을 불살랐던 ‘감동 캐롯’을 연출한 선수단 18명은 KBL이 보호 조치에 나섰다.


KBL은 "데이원 소속 선수 18명은 모두 보호할 것"이라며 "부산시가 남자 프로농구단 유치 의사를 강하게 밝힌 점을 고려해 부산시와 새로운 인수 기업을 물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KBL은 데이원 소속 선수들 연봉을 6월 1일 이후분부터 KBL이 우선 지급하고 추후 적절한 방법으로 환수할 계획이다. 긴급 생활자금도 대여하기로 했다. 또 인수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 9개 구단 체제로 2023-24시즌을 준비한다. 이럴 경우 KBL은 다음달 말 소속 선수 18명 전원을 대상으로 특별드래프트를 실시한다.


가입 심사 과정에서 보다 날카롭고 엄격하게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들리고 있는 가운데 데이원 제명을 결정한 KBL은 “데이원 사태를 계기로 리그 안정성과 내실을 다져 KBL의 중흥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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