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지난해보다 1단계 하락한 D등급
S 받았던 동서발전 B로 두 단계 떨어져
남부·중부발전도 A→C로 '뚝' 하락
서부발전·석유공사 의외의 선전
물가인상을 이유로 요금을 동결하고도 에너지공기업의 재무개선을 주문하는정부의 '오락가락 에너지 정책'에 에너지공기업의 경영평가 등급이 줄줄이 떨어졌다.
1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따르면 연료비 상승 등으로 빚더미에 앉은 한국전력공사의 경영평가 등급은 지난해 보통(C)에서 한 단계 내려간 미흡(D)이었다.
이번 경평은 지난해 10월 기획재정부가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을 수정해 전반적인 지표체계를 개편한 이후 처음 시행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기조를 바탕으로한 사실상 처음 실시하는 경평이다.
이번 경평에서는 '재무성과관리'의 중요성이 커졌다. '재무관리' 항목과 '업무효율' 항목을 '재무성과관리' 항목으로 통합하고 배점을 확대했다. 이에 연료비 상승으로 2년 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한전의 경평 등급 하락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한전은 누적 적자가 지난 2021년 5조800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44조원으로 7배 가량 급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폭등했지만 정부에서 물가상승 억제와 대선 등에서의 표심 등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동결하면서 한전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기 때문이다.
한전과 상황이 비슷한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와 같은 C등급을 받았다. 가스공사는 아직 받지 못한 요금인 미수금이 같은 기간 1조8000억원에서 11조6000억원까지 쌓였다.
다만 '재무위험기관'(한전, 발전자회사, 자원공기업 등 총 14개 기관)에 대해 신설된 재정건전화 계획의 적정성과 이행노력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한 지표를 활용해 등급 하락을 막은 것으로 파악된다.
발전공기업들도 등급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공기업 중 유일하게 최고점인 탁월(S) 등급을 받은 한국동서발전은 두 단계 떨어진 양호(B) 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80억원 가량 이익 규모가 줄었기 때문이다.
우수(A) 등급을 받았던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남부발전, 한국중부발전도 모두 등급이 떨어졌다. 남동발전은 B등급으로 남부발전과 중부발전은 C등급으로 하락했다. 중부발전과 남부발전 각각 581억7300만원과 68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와 같은 B등급을 유지했다. 163억8200만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원전 생태계 복원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 기조와 보조가 맞으면서 등급 하락을 피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한국서부발전과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보다 좋은 등급을 받았다. 서부발전은 지난해 C등급에서 A등급으로 2단계, 석유공사는 C등급에서 B등급으로 1단계 상승했다.
한 에너지공기업 관계자는 "한전과 가스공사를 비롯한 에너지공기업의 경영평가 성적은 예상대로 줄줄이 떨어졌다"며 "지난해보다 상승한 서부발전과 석유공사의 성적이 의외일 뿐 나머지 에너지공기업의 경평 성적은 대부분이 예상했던 대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