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연맹, SK텔레콤 및 KT 상대 '소비자권익침해행위 금지' 소송 제기
대법 "회선 개통돼 이동통신서비스 일부 사용됐더라도…철회권 행사 가능해야"
"휴대전화 구매 계약둔 채 통신서비스 계약만 철회한다면…지원금 반환해야"
소비자단체가 현행 이동통신사의 해지 약관이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며 SK텔레콤과 KT 등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현행 약관이 소비자들의 청약 철회권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취지다.
16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한국소비자연맹이 SK텔레콤과 KT를 상대로 각각 낸 소비자권익침해행위 금지 및 중지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일부 파기환송한다고 지난 15일 선고했다. 원심은 통신사들이 소비자의 계약 해지권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는데, 대법원이 이를 뒤집은 것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은 2015년 이들 통신사가 소비자기본법에서 정하는 계약 해지 및 청약 철회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소비자단체소송을 제기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서비스의 회선이 개통되고 나면 재화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다며 청약 철회를 제한해왔는데, 이것이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취지다. 한국소비자연맹은 KT를 상대로는 휴대전화 구매 계약과 이동통신서비스 이용 계약(개통)이 동시에 이뤄진 경우, 통신 개통을 철회하면 휴대전화 지원금 등 위약금을 강제하는 것이 잘못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일반적으로 휴대전화 구매 계약과 통신서비스 계약은 지원금 지급 등을 조건으로 함께 이행된다.
각 사안을 담당한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현행 통신사의 약관이 소비자들의 계약 해지권과 청약 철회권 등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본 것이다. 회선이 한번 개통되면 계속 통신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상태인 만큼 가치가 크게 감소하고, 휴대전화 구매 계약은 개통 계약과 별개라는 점 등이 고려됐다.
대법원은 그러나 통신사들이 소비자의 청약 철회권을 제한할 수 있는 사유를 면밀히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SK텔레콤 사건에 대해 "회선이 개통돼 이동통신서비스 일부가 사용·소비됐다고 하더라도 청약 철회권 행사가 제한될 정도로 이동통신서비스에 현저한 가치 감소가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청약 철회권을 제한할 만한 사유가 존재하는지 SK텔레콤이 더 입증해야 한다는 뜻이다.
KT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통신서비스 계약과 휴대전화 구매 계약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휴대전화 구매 계약을 그대로 둔 채 통신서비스 계약만 철회하면 소비자는 지원금 지급 조건을 어긴 것이 돼 지원금 등을 반환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사실상 청약 철회권을 제한하는 효과가 초래된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통신 및 휴대전화 관련 청약 철회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