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 사건 검찰이 만들었을 수도”
교수 출신의 어이없는 정치꾼 화법
이해찬 왈 “쓰레기 신문 보지 말라”
더불어민주당이 ‘혁신’을 공언하게 된 것은 당의 간판이라 할 만한 인물들의 의식과 행태가 상식 이하로 낡고 뒤틀렸다는 인식이 확산된 때문일 것이다. 당내 모모한 인사들의 도덕성 직업윤리성이 아주 망가진 상태인데다 이름이 좀 있다 싶은 유력자들은 다투어 검찰청을 들락거린다. 이런 분위기와 이미지를 털어내지 못하면 내년 총선은 이미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습관처럼 ‘혁신위원회’ 간판을 내걸었을 터이다. 아닌가?
“돈 봉투 사건 검찰이 만들었을 수도”
이왕 만들기로 했다면 표면적인 진정성이라도 국민이 믿도록 해야 옳다. 의도가 의심스러운 정치 쇼는 오히려 감표 요인이 될 뿐이다. 당의 지도부와 유력자들, 소속 의원들을 정신 차리게 하고, 그들의 잘못된 의식과 행태를 고쳐놓겠다면 그 과업을 감당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 특히 그 조직의 책임자가 중요하다. 누구의 영향력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확고한 개혁의지를 가진 인사일 것이 요구된다. 어린아이도 알 수 있는 이치다.
그 혁신위원장을 이재명 당 대표가 임명했다. 민주당 안에서 도덕성과 직업윤리성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켜 온 사람이 이 대표 자신 아니던가? 그가 혁신위원회 구성을 주도한다는 자체가 코미디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이 황당한 쇼에 대해 당은 기꺼이 순응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지레 순치된 조직이, 이 대표의 이미지를 일그러뜨릴 혁신의 대상과 과제를 내놓을 수 있을 리 없다.
이 대표는 혁신위원장 임명과 관련, “우리 당과 정치를 새롭게 바꿀 수 있도록 (혁신기구의) 이름부터 역할까지 모든 것을 맡기겠다”고 했었다. 혁신위를 자신과 당의 이미지 세탁용 기구로 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전권을 가지고 그간 문제가 된 사안들을 꼼꼼하게 또 샅샅이 살펴봤지만 흠잡을 데가 없더라”라는 결론을 도출해 내기만 한다면 이 대표는 물론 민주당의 두통거리 인사들 모두가 말쑥한 얼굴로 대중 앞에 나타날 수 있다고 계산한 건 아닐까?
괜히 의심하는 게 아니다. 터무니없는 막말을 쏟아낸 전력이 드러나 사퇴한 이래경 씨에 이어 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제1성이 “돈 봉투 사건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였다. 불체포특권이 헌법상의 권리라는 점도 강조했다. 민주당 식의 ‘검찰탓, 모르쇠’에 광속도로 동화됐다는 것인가? 이 대표와 그의 ‘개딸들’에 대한 서약 같이만 들린다. “당 쇄신안이 아니라 검찰 쇄신안을 만들어 바칠 테니 안심하시라”는 뜻인가?
교수 출신의 어이없는 정치꾼 화법
어떻게 그런 말이 그처럼 쉽게 나올 수 있는지, 그 공감‧순응력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대학교수라던데 감각으로만 말하자면 기성 정치인 뺨을 치고도 남을 정도다. 혹 혁신위원장을 공천의 징검다리로 여기는 것일까? 그 자리에서 공을 세우면 공천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언질을 받은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돈 봉투 면죄부’ 발급이 너무 신속해서 갖게 되는 의심이다.
임명 전에 이 대표 혹은 그 측근들이 김 위원장을 신칙(申飭: 단단히 타일러 경계함)했을 지도 모르겠다. “당의 방패역할을 하되 명분을 잃지 않도록 하라”는 이율배반적인 주문을 받았음직도 하다. 대학교수로서 정치꾼의 생리를 잘 몰라 곧이곧대로 충성서약부터 해 버린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로써 방패역할은 미리 한 셈이 됐다. 그러나 명분은 크게 훼손하고 말았다.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많이 머쓱해 졌을 듯하다. 그만큼 공천장은 멀어졌을 수 있고.
정치경력이 전무한 대학교수까지도 개구(開口) 제1성(第一聲)으로 검찰 탓부터 하고 나선 것으로 미루어 민주당의 위기 탈출 전략을 짐작하긴 어렵잖다. ‘정치탄압 야당탄압에 혈안이 된 검찰’과, ‘검찰권력 앞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야당’의 대치 구도로 몰아가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진작 검찰 수사의 표적이 돼 있고, 그의 최측근이라는 김남국 의원도 코인 거래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이 대표에게 인천 계양을 선거구를 넘겨준 송영길 전 대표와 그 측근들도 돈 봉투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에 놓였다. 검찰을 ‘악의 축’으로 몰아가는 것만이 피의자 자신들을 살리고 당의 총선 참패를 면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라고 여길 만하다.
이해찬 왈 “쓰레기 신문 보지 말라”
검찰에 대해 이를 가는 사람은 이들뿐이 아니다. 이해찬 민주당 상임고문도 검찰을 향해 독을 뿜고 있다. 검찰 수사의 칼끝이 자신을 겨냥할 수도 있다는 예감 때문일 것 같기도 하다. 최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통해 2년간 매달 3000만원씩 이 고문에게 용돈 명목으로 줬다고 검찰에 진술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형사 피의자의 진술이 있었으니 검찰은 당연히 진위를 가려야 한다. 이 고문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졌다는 뜻이다.
그는 16일 민주당 교육연수원 주최로 전북도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은가’ 강연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검찰의 돈 봉투 수사 등을 맹비난했다. 반면 이 대표에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언론에 대한 감정도 여과 없이 토로했다.
이것이 야권의 어른행세하기에 이력이 난 이 고문의 말본새다. 어른행세 말고 어른품격은 언제 보여줄 지, 그간의 행태로 봐서는 기약이 없다. 그가 바로 이 대표의 멘토다. 이 대표는 김 혁신위원장 임명권자이고, 김 위원장은 이 대표와 민주당의 이미지 세탁소 대표 역할을 맡았다. 벌써 내뱉은 말을 도로 삼키는(食言) 소리가 민주당 안팎에서 ‘꿀꺽 꿀꺽’ 요란스럽다.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