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美, 중국군 주둔시설 가능성 우려"
中 프로젝트 141의 일환 우려도"
美 대만문제 관여에 지리적 대응 차원일 수도
중국이 미국의 '앞마당'에 위치한 쿠바에 합동 군사훈련 시설을 새로 건설하는 방안을 쿠바정부와 협의 중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복수의 미국 전·현직 당국자들을 인용해 최근 발간된 미 정보기관 기밀 보고서에서 중국이 쿠바 북부 해안에 군사 훈련 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논의 단계에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들은 양국이 해당 논의에 합의할 경우 향후 중국 인민해방군이 쿠바에 주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군대 주둔 시설로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쿠바 내 군사훈련 시설 설치 합의를 막기 위해 쿠바 당국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해당 사안과 관련한 질문에 언급을 거부했다. 워싱턴DC의 주미 쿠바 대사관도 WSJ의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특히 미 정부 당국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새로 추진하는 군사시설이 중국 인민해방군의 '141 계획'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 곳곳에 군사기지와 군수보급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중국 정부의 계획이다.
WSJ은 캄보디아의 중국 해군 전초기지와 아랍에미리트(UAE) 칼리파항구 내 중국군 시설, 아프리카 지부티의 중국군 기지 등이 있지만 아직까지 서방 국가 근처에서는 해당 기지가 설치된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쿠바에 도청기지를 설치하고 군사훈련 시설 추가 건립을 추진하려는 것이 양안문제에 대한 보복조치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WSJ는 일부 정보 당국자들이 중국 정부의 행동이 미국이 대만에 첨단 무기를 수출하고 대만군 훈련을 위해 병력을 배치하는 등 양국 관계에 대한 지리적 대응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과 쿠바가 공동 운영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도청기지'에서의 정보수집 및 전자감청 활동이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합동 군사시설로 더욱 활성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중국은 쿠바에 도청시설을 운영한다는 내용으로 논란이 인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이미 쿠바 섬에 4개의 도청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한 관리는 해당 도청망이 1개였지만 2019년쯤 4개 기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네트워크로 확장됐다고 전했다.
이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8일~19일 이뤄진 방중기간 쿠바에서의 중국 도청기관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미 정부 당국자들은 중국의 쿠바 내 군시설 설치 내용와 관련해 "믿을 만하지만 부분적인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또 일부 미 정부 당국자는 중국과 쿠바가 협의 중인 계획의 세부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과도한 의미 부여를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정보기관 당국자는 "결론을 도출하기는 시기상조"라며 "중국과 쿠바가 안보협력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천천히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 정부가 부과한 경제 제재 등으로 경제난에 허덕이는 쿠바 정부 입장에선 미국을 도발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