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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임병택 시흥시장 -아주 오래된 미래 ‘시화호’


입력 2023.06.21 10:13 수정 2023.12.19 10:52        김명승 기자 (kms3327@dailian.co.kr)

임병택 시흥시장ⓒ

시흥시 최남단에 자리 잡은 시화호는 1994년에 바다를 막아 조성한 인공 호수다. 호수라고는 하지만 시화방조제를 경계로 바다와 마주할 만큼 꽤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 수심도 깊어 종종 여러 척의 요트가 떠 있기도 하고, 바다로 착각한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한다. 지금의 시화호는 눈부신 서른 살 청춘, 그 자체다.


티 한 점 없을 것 같은 시화호의 성장은 사실 그리 녹록지 않았다.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1994년 시화방조제 완공과 동시에 탄생했지만, 인근 주거지와 공업단지에서 흘러든 오·폐수가 수질을 악화시켰다. 오염된 호수를 되돌려 보고자 정부가 3년 만에 방조제 갑문을 열고 해수를 유입했는데, 당시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17ppm을 넘어섰다. 화학적 산소요구량은 물의 오염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11ppm을 초과하면 산소가 거의 없어 생물이 살기 어려운 상태를 뜻한다.


오염된 시화호를 공론화한 이들은 시민이었다. 시화호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악취가 진동하자 지역 주민과 풀뿌리 단체가 환경 운동을 주도했다. 1999년 결성된 ‘희망을 주는 시화호 만들기 화성·시흥·안산 시민 연대’가 시화호에 바닷물을 끌어들였고, 2004년에는 시화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출범해 시화호 환경 개선과 친환경 개발을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시화호는 조금씩 제 모습을 되찾아 갔다. 2005년 7종에 불과했던 서식 법정보호종은 2020년에 20종까지 늘었고, 계절별 철새 등 출현 종수도 100여 종에 이르렀다. 현재 99% 가까이 수질을 회복한 시화호에는 잿빛개구리매, 북방쇠찌르레기, 넓적부리도요, 검은머리갈매기, 재두루미 등 이름마저도 아름다운 희귀 생물들이 살고 있다.


시화호가 온몸으로 겪어낸 역사는 너무도 처절했지만, 뜻밖의 교훈도 있었다. 시화호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해양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산 증인이다. 기적의 시화호를 보면서 우리는 잊고 있었던 ‘환경과 인간의 공존’, ‘보존과 개발의 조화’를 다시 생각했다. 시화호 오염을 계기로 대규모 개발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세심히 고려하게 됐으며, 더 철저한 환경 대책을 수립하게 됐다. 시화호는 여전히 유효한 미래다. 우리가 계속해서 시화호를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흥시는 시화호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재조명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래산에서 물왕호수, 시흥갯골생태공원, 오이도, 시화호로 이어지는 물길에 미래 산업의 거점들을 수놓은 ‘K-골든코스트’는 도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으며 특히, 종착점인 시화호 거북섬에는 시화호의 가치를 한층 더 높일 해양레저 복합단지가 조성 중이다.


그 시작으로 지난 2020년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서핑장 ‘시흥웨이브파크’를 개장했고, 올해 수심 35m의 실내 다이빙풀이 있는 복합 쇼핑몰과 275실의 숙박시설, 국내 최초 관상어 집적단지인 ‘아쿠아펫랜드’가 문을 연다. 내년에는 서해북부 거점 해양 동물 구조치료센터이자 해양 생태 교육·홍보 기관인 ‘해양생태과학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화호를 통해 해양레저 관광도시의 꿈이 차근차근 실현되고 있다.


시화호 경험을 중심으로 한 환경 교육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시흥시는 2021년 ‘환경교육도시 시흥’을 선포하고, 지난 5월 ‘시흥시 환경교육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등 기반을 구축해 왔다. 시화호의 과거와 현재를 담아낸 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화호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환경 시민 육성으로 전 지구적인 기후 위기에도 대응할 것이다. 전 세계 환경운동가들이 ‘환경운동의 성지, 시화호’에 모여 우리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할 날도 머지않았다.


내년은 시화호가 조성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시흥시는 시화호 미래를 위해 공동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안산시, 화성시와 함께 뜻깊은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시화호가 가르쳐준 상생과 공존을 잊지 않고 실천해 나가는 것만큼 의미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상생의 도시’. 오래된 미래 시화호를 품은 시흥시가 나아가야 할 미래다.


시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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