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속돼 온 러시아 군부와 민간 용병집단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 사이 갈등이 정면충돌로 격화하고 있다. 프리고진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진격을 위협하며 러 군부에 응징을 선언하자 러시아 정부는 반란 혐의로 프리고진을 입건하고 체포명령을 내렸다. 러시아군의 내홍이 우크라이나전쟁 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 CNN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24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에서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군 본부를 장악했다”며 “우리는 군본부 안에 있으며 현재 시간이 오전 7시30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행장을 포함한 로스토프나도누의 군사시설이 우리의 통제하에 있다”며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오지 않으면 로스토프나도누를 봉쇄하고 모스크바로 진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리고진은 "우리는 끝까지 갈 준비가 됐다"며 러시아 군부와 맞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쇼이구 장관 등 군 수뇌부를 처벌하길 원할 뿐이라며 러시아 정규군에 자신들을 막지 말아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바그너그룹의 병력 2만 5000명이 러시아군 지도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죽을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프리고진의 반란에 러시아 정부는 형사입건으로 맞받아쳤다. 이고리 크라스노프 러시아 검찰총장은 이날 프리고진을 '군사반란' 혐의로 형사입건했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크라스노프 검찰총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프리고진 입건 사실을 보고했다고 확인했다. 러시아 검찰은 이번 수사가 정당하며 무장 반란 혐의는 최대 2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당국은 바그너그룹 병력의 공격 가능성에 보안을 강화하며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모스크바 일대의 모든 주요 시설과 정부, 교통 기반시설의 보안 조처를 강화했다. 실제로 모스크바에서 200㎞ 정도 떨어진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 거리 곳곳에는 장갑차가 거리를 순찰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바그너그룹 소속 용병들에게 “범죄적이고 기만적인 명령에 따르지 말라”며 프리고진을 붙잡아 당국에 넘길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프리고진은 앞서 23일 러시아 국방부가 바그너그룹의 우크라이나 후방캠프들을 미사일과 헬기, 포격 등으로 타격하면서 자신의 부하가 다수 사상했다며 쇼이구 장관을 응징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이것은 쿠데타가 아니고 정의의 행진"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 서방은 이번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애덤 호지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우리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진행상황에 대해 동맹 및 파트너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장은 트위터에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며 러시아의 경쟁 파벌들이 권력과 돈을 놓고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