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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의 6·25동란 73주년 맞이


입력 2023.06.26 07:07 수정 2023.06.26 07:07        데스크 (desk@dailian.co.kr)

친북세력의 집요한 북한 편들기

중학생들이 워커 알리기에 앞장

김정은은 푸틴의 처지 직시해야

ⓒ대통령실 유튜브 화면캡처

어제 25일은 6·25동란(動亂)이 발발한 지 73년 되는 날이었다. 어릴 적에 익숙했던 말이 ‘동란’이다. ‘사변(事變)’이라고도 했다. ‘북한 괴뢰군’이 일요일 새벽에 38선 전역에 걸쳐 기습적으로 쳐들어온 데서 비롯된 민족사적 변고였다. 어머니의 등에 업혀 있던 때였으니 직접적인 기억이 있을 리 없다. 산마루에 허옇게 흩어져 있던 유해들에 대한 기억은 뚜렷하지만 그게 얼마나 처절한 참상의 흔적이었는지는 짐작으로나 아는 게 고작이었다.


‘김일성 괴뢰도당’이 저지른 민족상잔의 만행이라는 함의를 가졌던 그 동란, 사변이라는 용어를 쓰는 사람은 극히 소수일 것이다. 대개는 ‘전쟁’이라고 한다. ‘6·25전쟁’도 아니고 아예 ‘한국전쟁’이다. 물론 전쟁이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말해버리면 누가 벌인 어떤 몹쓸 짓인지가 묻혀버린다. 그냥 남북한 간에 있었던 전쟁,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벌어진 전쟁의 뜻만 가질 뿐이다.

친북세력의 집요한 북한 편들기

세월이 흐른 탓도 있겠지만 좌파의 집요한 북한 역성들기로 6·25동란을 일으킨 침략자, 살인자들의 죄상과 이미지가 희미해져 갔다. 전선에서 나라를 지키다가 산화한 호국영령들에 대한 기억도 함께 퇴색되고 왜곡됐다. 특히 문재인 좌파 정권은 북한 감싸기, 김정은 추어주기에 지극정성 공을 들이는 모습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북한 체제에 대한 국민의 원망을 일본과 세월호 사고 당시의 정부에 돌리느라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이들의 선동은 성공했다.


침략·살인 집단 북한은 어제 미국을 향해 “끝끝내 ‘제2의 조선전쟁’을 도발한다면 미국 자체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고 협박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오늘도 변함없는 미제의 조선 침략 야망’이라는 기사의 한 대목이라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제가 우리 공화국(북한)을 반대해 침략전쟁을 도발한 때로부터 73년이 됐다. 전쟁의 막은 내려지고 정전이 실현된 때로부터 수십 년 세월이 흘렀지만, 미제는 아직도 이루지 못한 야망을 실현해 보려고 새 ‘전쟁 도발 책동’에 매달리고 있다.”


이렇게 뻔뻔스러울 수 있는 게 북한 김정은 집단이다. 살인을 체제 유지의 수단으로 구사하는 정권이 무슨 말, 무슨 짓을 못 할까. 북한 지배 세력은 원래 그렇다고 하자. 이런 북한을 거들지 못해 안달인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문 전 대통령이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에 ‘1950 미중전쟁’이라는 책을 소개했다. “6·25는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었다”라고 주장하는 책이라고 한다. 중국 마오쩌둥에게로, 구소련 스탈린에게로 달려가서 대남 군사 침략 허가를 애걸하던, 그래서 기어이 그걸 받아냈던 김일성의 책임과 죄상은 어디로 가버렸다는 건가?


그의 좌파 정권 선임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12월 21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50차 상임위원회 연설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반대하는 전직 국방장관들을 겨냥해 호통을 쳤다.


“지금까지 한국의 국방력이 북한보다 약하다면 70년대는 어떻게 견뎌 왔으며, 그 많은 돈을 우리 군인들이 다 떡 사 먹었느냐, 이기지. 옛날에 국방장관들 나와가지고 떠들어 쌌는데 그 사람들 다 직무 유기한 거 아니에요? 그 많은 돈을 쓰고도 아직까지 북한보다 약하다면 이거 직무 유기한 거죠.”

중학생들이 워커 알리기에 앞장

그 73일 전이었던 그해 10월 9일 북한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1차 핵실험을 공공연히 저질렀다. 좌파들이 부정해오던 북한 핵무장의 실상이 드러난 것이다. 핵무기는 이른바 비대칭무기다. 재래식 무기에서 우리가 아무리 북한에 앞선다고 해도 게임 자체가 안 된다. 그걸 뻔히 보고 확인했으면서도 엉뚱한 말을, 소리소리 질러가며 해댄 것이다. 그 이듬해 10월엔 육로방북 퍼포먼스를 해가며 평양에 갔다. 거기서 김정일을 만나 북핵 문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고 세계 50개국 정상들을 만나 북한을 변호했다는 아부성 자랑만 늘어놨다.


이들과는 전혀 다르게 북한 전제왕조에 대해, 그 심장부에서 진실을 말해준 사람이 있다.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당시)이다. 그는 2013년 10월 28일부터 31일까지 북한을 방문했다. 방문 마지막 날 그는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자유’를 주제로 연설했다.


“나는 자유의 힘을 믿는다. 자유는 모든 개인 남녀에게 주어진 자산이다. 자유는 모든 인간이 자신의 발전 기회를 발견하고 실현하게 하며 이는 인간사회를 진보와 번영으로 이끈다. (중략) 폭정은 영원할 수 없다. 자유를 향한 인간의 갈망은 영원한 힘이다”(NKTV, 2018. 9. 28).

일찍이 북한에서, 그것도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그런 연설을 한 사람은 없었다. 외국의 국가 원수이긴 했지만, 김정은의 잔인한 통치가 일상화된 평양에서 ‘폭정’은 끝날 수밖에 없다고 역설하는 데는 특별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당당히 ‘자유’의 가치를 설파했다.


반면에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9월 19일 평양의 능라도 5·1경기장에서 15만 명의 평양시민을 앞에 두고 감격에 겨운 표정과 어조로 연설했다.


“나와 함께 이 담대한 여정을 결단하고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뚜벅뚜벅 걷고 있는 여러분의 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께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평양시민 여러분 동포 여러분, 이번 방문에서 나는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보았습니다. 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보았습니다.”

그의 김정은에 대한 아낌없는 찬사는 이후 온갖 모욕적인 언어로 그에게 돌아왔다. 그러나 그의 애절한 구애는 계속되고 있다. 자칭 ‘남쪽의 대통령’이 폭정에 시달리고 있는 동포들 면전에서 폭압자에 찬사를 보내다니! 그가 아무리 김정은 미화에 애쓴다 해도 무도한 권력의 종말을 막아줄 수는 없다.


(경북 칠곡군 석적읍 장곡중학교 재학생 10여명이 ‘군수에게 바란다’라는 글을 칠곡군 홈페이지에 올렸다. 6·25 때 ‘워커라인: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해 북한군을 막아낸 워커 장군을 전국의 청소년들에게 알려달라는 민원이었다. 많이 부끄럽다. 그리고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친북 좌파 정치인들의 느낌이 궁금하다.)

김정은은 푸틴의 처지 직시해야

독재자의 몰락은 김정은에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경우가 이미 조짐을 보인다. 그가 우크라이나 침략에 앞장세웠던 용병집단 바그너 그룹이 총부리를 돌린 것이다. 이 용병 그룹은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지휘하에 모스크바로 진격했다. 23, 24일에 걸쳐 24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1000km를 주파, 모스크바 턱밑에까지 이르렀다.


결국 타협이 이뤄져 용병들은 회군하고, 프리고진은 러시아를 떠났지만, 푸틴 독재정권의 권위는 땅바닥에 떨어졌다. 자신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던 프리고진까지 등을 돌릴 정도였다면 푸틴의 리더십과 전쟁 수행 능력은 한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실 용병은 적뿐만 아니라 자국에 대해서도 아주 위험한 폭탄이다. 프리고진이 ‘애국심’을 강조하긴 했으나 용병의 본질은 그것과 거리가 멀다. 고용된 병사들이 용병이다. 금전적 보수를 조건으로 고용되어 돈값만큼의 역할을 한다. 희생을 감수해가며 그 이상의 기여를 하려 할 까닭이 없다.


“만일 어떤 군주가 국방의 기초를 용병에 의존하고 있다면 그는 결코 안정이나 안전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용병은 통일되어 있지 않고, 권력에 혈안이 되어 있으며, 기강이 문란하고 충성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용감하고 적 앞에서는 비겁하다”(마키아벨리, 군주론).


꼭 그렇지만은 않다. 성공적으로 운용된 역사적 사례도 많다. 그렇다고 해도 애국심으로 무장된 자국 군대와 같을 수는 없다. 다만 그 자국 군대가 훈련 안 된 오합지졸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 때문에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 그룹의 전투력에 의존한 모양인데, 용병이 그 값을 다하게 하는 것 또한 최고 사령관, 즉 푸틴의 리더십이다. 그게 바닥을 드러낸 사건이 바로 ‘프리고진의 반란’이라고 하겠다.


터무니없이 허장성세를 일삼는 김정은 집단은 푸틴과 자신들의 처지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바보가 아니라면). 용병보다 더 위험한 것이 폭군의 군대다. 강요된 충성심으로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유사시 그 조직은 쉽게 와해되고 만다. 버마재비가 수레바퀴를 막아서는(당랑거철, 螳螂拒轍) 격으로 미국을 향해 ‘체제 자체의 종말’ 운운하며 헛소리하고 있지만 그게 곧 자신들의 처지다. 체제 파멸을 향한 폭주를 멈출 때가 되지 않았는가?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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