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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반역자’ 프리고진에 대한 ‘피의 숙청’ 신호탄?


입력 2023.06.29 17:24 수정 2023.06.29 17:24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무장반란 동조·가담 의혹 러시아군 최고위 장성 체포

전 세계 바그너그룹 용병사업 접수에 나서 돈줄 끊어


세르게이 수로비킨(왼쪽) 러시아 항공우주군 사령관이 지난 2017년 시리아 파견부대 사령관 시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 계획에 동조하거나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 러시아군 최고위 장성이 당국에 체포됐다. 이에 따라 이번 체포 사건은 무장반란에 가담한 관련자들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피의 숙청’을 시작하는 신호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 영문 매체 모스크바타임스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수로비킨(56) 러시아 항공우주군 총사령관(대장)은 28일(현지시간) 무장반란 사태와 관련해 체포됐다. 러시아 국방부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은 수로비킨의 체포가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관련해 이뤄졌다”며 “그는 무장반란에서 프리고진 편에 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로비킨이 당국의 통제 아래 있다며 그의 행방과 관련해서는 “내부에서도 해당 정보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로마노프 러시아 군사블로거도 이날 수로비킨이 25일 수로비킨이 체포됐으며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고 말했다. 친러시아 성향의 군사전문 텔레그램 채널 리바리는 무장반란과 관련해 숙청이 진행 중이라며 무장반란을 막는 데 ‘결단력 부족’을 보인 군인사들을 당국이 색출해내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뮤얼 라마니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부연구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수로비킨이 우크라전쟁 총사령관에서 밀려났지만 러시아군 내에서 여전히 지지를 받고 있다”며 “이들 중 일부가 수로비킨의 명령을 받고 프리고진의 반란 시도를 도왔을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


수로비킨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전쟁 총사령관을 맡았다가 올해 1월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과 교체돼 부사령관으로 밀려났다. 3개월 만에 경질된 배경을 두고 그가 프리고진의 지지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러시아군 수뇌부에 적대적인 프리고진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육군 출신으로 군강경파를 대표하는 수로비킨은 동부군관구 사령관과 시리아 파견부대 사령관 등을 지낸 백전노장이다. 소련-아프가니스탄전쟁에 참전했고 체첸 분리주의자 진압, 시리아내전 등에서 잔인함과 유능함을 동시에 발휘해 '아마겟돈 장군'으로 불린다.


특히 1991년 8월 옛소련에서 보수파가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민주화 요구 시위대를 향해 발포명령을 내려 3명을 살해했다. 2017년 시리아 원정을 이끌 때는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고 반군 지역에 무차별 폭격을 가했으며,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을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는 등 전쟁범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시리아 파견부대 사령관이던 시절 현지에서 프리고진과 함께 일하며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고진은 “수로비킨은 러시아군에서 가장 유능한 지휘관”, “조국에 충성하며 봉사하기 위해 태어난 인물” 등으로 그를 극찬한 바 있다.


아프리카 서부 말리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바그너그룹 소속 용병들. ⓒ 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무장반란 사건 이후 용병사업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정부의 관여도를 높이기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란이 실패로 돌아가자 러시아가 세계 각지에 흩어진 이들의 용병 사업 장악에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시리아를 방문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바그너그룹의 용병사업의 관리 주체가 바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메시지는 바그너그룹의 주요 활동 국가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말리 정부에도 각각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고진 입장에선 돈줄이 끊기게 된 셈이다.


요리사 출신으로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프리고진은 아프리카와 중동 각국의 정부에 군사지원을 해 주는 대가로 광물 채굴권과 항구 이용권 등 각종 이권을 챙겼다. 해외 용병 사업으로 바그너 그룹이 벌어들인 수입은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무장반란 사태 이후 바그너그룹의 장비를 인수하는 등 국방부 산하로 흡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 소속 용병들에게 국방부와의 계약이나 활동 중단, 벨라루스행 등 세 가지 선택지를 제시하기도 했다. 바그너그룹에 소속된 용병은 3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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