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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한국 상륙 100일…카드업계 불러온 변화 셋


입력 2023.07.02 06:00 수정 2023.07.02 06:00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전체 결제 2580만건

삼성전자 상생안 제시

과감한 고객 혁신 필요

ⓒ현대카드 ⓒ현대카드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한국에 도입한 지 100일 동안 국내 카드업계 시장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애플페이가 당초 찻잔 속 태풍이라는 시선과 달리 안정적으로 자리매김 하며 업계 판을 뒤집어 놓고 있는 것. 애플페이 도입 후 카드사들의 달라진 표정과 시장 변화 세 가지를 살펴봤다.

◆'맛있는 사과'에 덩치 커진 현대카드

2일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출시 100일간 결제 관련 주요 지표와 회원별 개인화 리포트'에 따르면 애플페이는 지난 3월 21일 첫 출시 이후 지난달 27일까지 총 10만8000여곳 가맹점에서 결제가 이뤄졌다.


전체 결제 건수는 2580만건을 돌파했다. 이 중 93%가 오프라인에서 결제됐고, 7%가 온라인에서 결제됐으며, 해외서도 전체 결제 금액의 9.4%가 결제됐다. 최다 이용 고객의 누적 결제 건수는 800건을 넘어섰다.


금융권은 당초 우려와 달리 애플페이가 시장에서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효과로 현대카드의 시장 점유율도 덩달아 높아지며 업계 내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현대카드 전체 회원 수는 1173만4000명으로, 회원수 3위였던 KB국민카드(1172만6000명) 제치고 3위에 올랐다. 현대카드 앞에는 업계 1위인 신한카드(1429만6000명)에 이어 삼성카드(1272만8000명)가 자리잡고 있다.


올해 누적된 개인 일시불 카드 사용 내역에서도 현대카드는 2위를 기록했다. 지난 5월 현대카드의 개인 일시불 카드 누적 금액은 37조7911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카드보다 높은 금액을 기록한 곳은 신한카드(40조6363억원) 뿐이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와 국민카드의 경우, 35조8716억원과 32조804억원으로 각각 3, 4위를 기록했다.

◆수수료 유료화 vs 상생 '갈림길'

금융권은 애플페이가 흥행하면서 삼성페이 수수료 유료화 전환 가능성에 일찌감치 무게를 실었다. 실제 삼성전자는 카드업계에 오는 8월 종료되는 삼성페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해 업계를 긴장케 했다.


그동안 삼성페이는 결제 수수료를 책정하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했다. 애플페이가 0.15%의 수수료를 받는 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료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페이가 수수료를 받는데 삼성페이가 굳이 무료로 제공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카드사들은 이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 지난해 일평균 휴대폰 제조사의 이용 금액은 1853억2000만원이다.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일한 휴대폰 제조사가 삼성전자임을 감안하면 삼성페이를 통해 하루 1800억원대 결제가 이뤄진 것이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67조6400억원 규모가 되는데, 여기에 만약 0.15%의 수수료율을 책정하면 1014억6000만원 정도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7개 전업 카드사들이 연간 10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최근 삼성전자가 카드사로부터 삼성페이 관련 수수료를 받되 각 사 기여도에 따라 일부 금액을 공동 마케팅 금액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는 한 시름 놓은 모습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애플페이처럼 카드사에 수수료를 부과하면서도 업계의 비용 부담 등 어려움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간편결제 시장 경쟁력 '잰걸음'

애플페이가 촉발한 카드업계 변화의 정점은 바로 간편결제 시장에서의 경쟁력이다. 이미 국내 카드사들은 빅테크사와의 간편결제 전쟁터에서 밀려나 있었지만 애플페이 도입으로 입지가 더욱 좁아진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하루 평균 간편결제 이용금액은 2020년 4492억원에서 지난해 7326억원까지 늘었다.


문제는 이렇게 간편결제 시장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카드사들의 존재감은 작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등 전자금융업자 비중은 47.9%에 달한 반면 카드사와 은행 등 금융사 비중은 26.8%에 그쳤다.


반면 빅테크 페이 서비스는 애플페이 상륙 이후 공격적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네이버페이 앱은 지난 3월 삼성페이 현장결제 연동 이후 4월 한 달 동안 신규 설치 약 47만건을 기록했하며 전월 대비 186% 증가했다. 과감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이어간 결과다.


카카오페이 역시 3월 말 기준 온·오프라인 가맹점 수를 전년 동기 대비 30% 늘려 총 196만개까지 확대했다. 1분기 오프라인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7% 성장하는 등 고객잡기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카드사들도 애플페이 대항마로 카드사 공동 간편결제 서비스인 ‘오픈페이’를 시작했다. 한 카드사의 앱에 다른 카드사의 앱을 등록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삼성‧애플페이는 물론 빅테크사 맞서기 위해 카드사간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신한·국민·롯데·하나카드 4개사만 참여해 사실상 실패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카드사들이 간편결제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류창원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위원은 “카드사들이 빅테크와 같이 타사 카드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오픈페이를 구축하고 있으나, 개방형 플랫폼에 걸맞는 혁신적인 고객경험을 제공해야 성공이 가능하다”며 “카드사간 과감한 개방으로 여러 카드사들의 우수한 기능을 자유롭게 선택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고객의 결제경험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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