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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땅속 40m에 버스가 다닐 크기의 터널이 필요한 이유


입력 2024.05.12 12:02 수정 2024.05.12 12:02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서울 양천구 신월 대심도 빗물터널

지하 40미터 빗물 최대 32만t 저장

2020년 준공 후 침수 피해 전무

침수 예방 물론 산업 수출 가치도

신월 대심도 빗물저류터널 현장 취재를 지원하기 위해 승합차가 지하터널 내부에 대기 중이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땅속 40m. 아파트 14층 높이를 거꾸로 파고 들어갔다. 지름 10m 규모 콘크리트 터널은 한 줌의 빛도 허락하지 않았다. 갖고 들어간 휴대전화는 당연히 먹통이다. 영화에서나 볼법했던 초대형 크기 터널은 사람을 압도했다.


신월 대심도 빗물(저류) 터널. 버스가 지나다닐 정도로 큰 땅속 대형 터널의 공식 명칭이다. 10일 환경부 기자단은 이곳을 찾아 도시침수 예방사업 현황을 살폈다.


취재진이 방문한 곳은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월동 지하에 있는 대심도 빗물터널이다. 신월빗물터널은 총사업비 1380억원을 들여 2013년부터 2020년까지 공사했다.


신월동에서 목동 유수지까지 총길이 4.7㎞ 빗물터널은 3.5㎞ 구간이 직경 10m 크기 콘크리트로 돼 있다. 저류량은 32만㎥에 달한다. 저류량 22만㎥ 규모 목동빗물펌프장(목동 유수지)과 연계해 인근 지역 집중호우를 대비하고 있다.


취재진은 양천구 관계자 안내로 목동빗물펌프장 유수지를 통해 신월빗물터널로 들어갔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과 서울시 관계자들도 동행했다.


유수지 내부는 평상시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공간이다. 일행은 안전모를 쓰고 장화를 신었다. 경사면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넓은 유수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수히 많은 콘크리트 기둥이 위압감을 줬다. 고대 지하 신전 같기도 했다. 예전에 드라마 ‘아이리스’를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빗물터널은 지하 유수지 지하를 지난다. 빗물터널에는 총 6개의 수직구가 있다. 빗물을 유입하는 곳 3개, 환기에 필요한 수직구 1개, 빗물을 유출하는 수직구 1개, 사람과 장비가 드나드는 수직구 1개다.


지하 유수지에서 내려다본 수직구는 아찔할 정도로 깊었다. 수직구에는 화물을 싣고 오르내리는 시설이 있었다. 해당 시설은 유수지와 연동해 빗물을 채웠다 뺐다 하는 ‘마개(뚜껑)’ 기능도 한다.


7~8명씩 나눠 엘리베이터 타고 빗물터널까지 내려갔다. 직경 10m짜리 터널은 웅장했다. 승합차가 대기하고 있었는데, 대형버스가 오가더라도 공간이 남을 만큼 넓었다.


승합차 4대에 취재진과 관계자들이 나눠탔다. 어둠속을 7~8분쯤 달렸을까? 출발지로부터 3.5㎞ 떨어진 곳에 도착했다. 차로 이동할 수 있는 가장 끝이다.


신월 빗물터널에는 수직구 아래 떨어지는 물줄기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깊이 5m가량 웅덩이가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서울시 양천구 관계자가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신월 빗물터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환경부

터널 왼쪽으로 15m가량 들어간 공간이 보였다. 그곳엔 빗물을 유입하는 수직구가 있었다. 수직구 아래는 깊이 5m가량 웅덩이에 물을 채워놨다. 40m 위에서 한꺼번에 떨어뜨리는 빗물은 콘크리트 바닥을 부수고도 남을 파괴력을 지녔기 때문에 충격을 줄이기 위해 물을 채워둔 것이다.


지상으로 이어진 수직구 벽면은 나선형이다. 수직구 기둥도 경사져 있다. 이 역시 물의 압력을 낮추기 위한 설계다.


강남·광화문·도림천도 빗물터널 추진


빗물터널에는 수직구 외 특별한 시설이 없었다. 다만 터널 바닥에는 지하 공간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유출수를 뽑아 올리는 배관이 묻혀 있었다. 해당 배관은 처음 차를 타고 온 유수지까지 이어진다.


환경부와 서울시가 신월빗물터널을 계획하게 된 건 안타까운 사고를 경험하면서다. 2010년 9월 21일 시간당 93mm, 일일 최대 302mm 집중호우로 양천구 일대에서만 6001건(공식집계)에 달하는 침수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환경부와 서울시, 양천구는 지하 40m 깊이 빗물터널 건설을 추진했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양천구는 신월 빗물터널 전후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신월 빗물터널 준공 이전에는 해마다 큰비를 걱정하고, 수천 가구가 침수 피해를 반복적으로 겪었다”며 “준공 이후에는 지금까지 침수 피해가 한 차례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신월빗물터널은 시간당 100㎜ 강우를 견디도록 설계했다. 지난 2022년 서울 동작구와 강남구 일대 대규모 침수가 발생했을 때 상습 침수지역이었던 양천구는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던 이유다. 당시 양천구에도 시간당 76㎜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신월빗물터널이 성능을 제대로 뽐낸 것이다.


한화진 장관은 현장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모두가 체감할 정도로 매년 우리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며 “빗물터널은 도시 침수 예방의 대표적 시설”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한 장관은 나아가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특히 중동 같은 경우도 최근 전례 없는 홍수가 발생하고 있다”며 “지금 환경부에서 물과 관련한 여러 가지 수출 아이템을 갖고 있는데 빗물터널도 녹색산업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가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서울시, 양천구 관계자들이 현장 취재 기자단과 목동 빗물펌프장 유수지에서 지하 빗물터널을 내려다보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한편, 현재 환경부와 서울시는 신월동 외 강남역과 광화문, 도림천 일대에 대심도 빗물터널을 계획 중이다.


강남역은 용허리공원에서 반포유수지까지 총길이 4.3㎞다. 관로 직경은 10.9m와 5.0m다. 저류량은 45만5000t이다. 애초 사업비는 2500억원을 예상했으나, 물가 상승과 재료비 인상 등으로 5386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액했다.


강남역은 지난 2022년 8월 8일 시간당 최대 110.5㎜의 강우로 일 최대 412.5㎜의 물 폭탄을 맞은 바 있다. 하수관로 용량 부족과 반포천 배수불량으로 저지대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광화문은 효자주차장에서 청계천까지 3.1㎞ 구간이다. 관로는 직경 5.97m 크기다. 저류량은 12만t이다. 사업비는 애초 4283억원에서 3298억원으로 줄었다.


광화문 일대는 2010년 9월 21일 시간당 최대 76㎜ 일 최대 259.5㎜의 홍수를 겪었다. 평소에도 하수관로 축소와 중학천 용량부족, 급경사 유역 등으로 저지대 침수 사고가 잦은 곳이다.


도림천은 보라매공원부터 수도자재센터까지 4.5㎞ 구간에 지름 9.8m짜리 터널을 뚫는다. 저류량은 38만t 정도다. 사업비는 3500억원에서 5005억원으로 늘었다.


도림천은 2022년 8월 8일 강남역과 함께 집중호우를 경험한 곳이다. 시간당 최대 141.5㎜의 기록적 폭우로 하루 최대 381.5㎜의 비가 쏟아졌다. 그 결과 하수관로 용량 부족 문제가 지적됐다. 도림천 수위상승에 따른 저지대 침수 피해가 잇달았다.


환경부는 3개 지역 빗물터널 입찰을 진행했으나 사전적격심사(PQ) 결과 복수 입찰이 없어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절차를 진행 중이다.


환경부는 올해 하반기 착공해 오는 2027년 설치공사를 완료하고 통수식을 가질 예정이다. 최종 준공은 2028년을 목표로 한다.


신월 빗물터널과 함께 집중호우 때 빗물 저장 기능을 맡고 있는 목동빗물펌프장 지하 유수지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10일 서울시 양천구 목동빗물펌프장에서 도시침수 예방사업 추진 현황 점검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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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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