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2013년 현역병 입영 판정 받았으나…각종 핑계대며 9년간 입대 미뤄
"어머니 암 수술 받아 경제 활동 불가…현역병 입대 처분 위법" 주장하기도
재판부 "음악가로 상당한 수입 얻어…어머니 생계 대비할 기회 충분했다"
"이부형제도 민법상 부양 의무자 해당…월수입 고려하면 부양 능력 있어"
9년 간 입대를 미뤄온 20대 음악가가 어머니가 암으로 투병해 자신이 부양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다른 형제가 아픈 어머니를 부양할 수 있다"며 입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3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인천지법 행정1-3부(재판장 고승일)는 음악가로 활동하는 A(29)씨가 인천병무지청장을 상대로 낸 현역병 입영 처분 취소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씨는 10년 전인 2013년 병역 검사에서 신체 등급 2급으로 현역병 입영 대상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대학교 재학을 이유로 4년 동안 입대를 연기했고 2018년 다시 병역 검사를 받았지만, 또 같은 판정이 내려졌다. A 씨는 이후에도 "다른 대학교로 편입한다"라거나 "자격시험에 응시해야 한다"며 또다시 3년 넘게 입대를 미뤘다.
A 씨는 지난해 4월에는 "병역법에 규정된 생계유지 불가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현역병이 아닌) 전시근로역으로 편입해 달라"며 인천병무지청에 병역 감면을 신청했다. 전시근로역은 신체 등급 5급으로 판정받으면 편입되는 병역 처분이다. 평시에는 병역 의무가 없고 전시 상황에서만 군사 업무를 지원하기 때문에 현역병으로 입대하지 않아도 된다.
병역법 62조에 따르면 현역병 입영대상자가 자신이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 전시근로역으로 편입될 수 있다. 병무청은 입영대상자 가족의 재산과 월수입 등을 따져 이 조항의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5개월 뒤 인천병무지청은 A씨 신청을 기각하면서 "2022년 10월 25일 오후 2시까지 육군 모 사단에 입대하라"고 통지했다. 그러자 A 씨는 현역병 입영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소송에서 "어머니가 암 수술을 받아 독립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며 "수술 후 어머니는 내가 (계속) 부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다른 형제 한명이 있지만 1년 넘게 어머니와 떨어져 살았고 부양 의사나 능력도 없다"며 "(내가 없으면 어머니가) 사실상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데도 현역병으로 입대하라는 처분은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A씨 가족으로는 6개월 넘게 질병 치료를 받아야 하는 어머니와 이부형제가 있다"며 "원고의 재산은 병역 감면 기준에 충족하지만, 월수입은 기준을 넘는다"고 전제했다. 이어 "A 씨는 현역병 대상자 처분을 받은 이후 9년 동안 여러 차례 입영을 연기하다가 더는 불가능하게 되자 생계유지 곤란을 이유로 병역 감면을 신청했다"며 "그동안 음악가로 상당한 수입을 얻어 어머니 생계를 대비할 기회가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재판부는 "A 씨의 이부형제 B 씨도 친아들이어서 민법상 부양 의무자"라며 "그의 월수입을 고려하면 부양 능력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