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최대 수준
취약계층 생계 우려
저축은행에의 소액 급전대출에서 불거진 연체가 750억원에 육박하며 4년 만에 최대 규모까지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자, 대출 상환이 어려워진 취약차주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본격적으로 대출 문을 걸어 잠그고 있지만 시중은행에서 밀려난 취약차주들이 여전히 제 2금융권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 하반기 건전성 관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들의 소액신용대출 연체액은 7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늘었다. 이는 2018년 9월 말 기록인 755억원 최대 금액이다.
소액신용대출은 300만원 이하로 단기간 돈을 빌리는 대출 상품을 일컫는 표현으로, 급하게 돈이 필요한 서민들이 많이 찾아 급전대출로 불린다. 금리가 법정최고금리인 20%에 가까울 정도로 높지만, 담보 없이 신청 당일 돈을 빌릴 수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기점으로 중‧저신용자들의 수요가 더욱 확대됐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OK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연체가 108억원으로 유일하게 100억원을 넘겼다. 이어 ▲SBI저축은행 78억원 ▲신한저축은행 61억원 ▲웰컴저축은행 60억원 ▲하나저축은행 46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 45억원 ▲다올저축은행 40억원 ▲스타저축은행 37억원 ▲KB저축은행 34억원 ▲NH저축은행 24억원 등 순이었다.
연체액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생계비가 필요한 차주들이 많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소액신용대출액은 1조216억원으로 12.6% 늘었다. 2016년 3월(1조1448억원)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은 소액대출이 발생한 것이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OK저축은행이 217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SBI저축은행 1954억원 ▲신한저축은행 861억원 ▲웰컴저축은행 735억원 ▲다올저축은행 680억원 ▲KB저축은행 437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 346억원 ▲페퍼저축은행 303억원 ▲NH저축은행 296억원 ▲예가람저축은행 209억원 등 순이었다.
금융권은 소액신용대출 연체액이 계속 늘어나는 배경으로 고금리를 지목한다. 무담보 상품 특성상 대출금리가 법정 최고 금리인 2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계의 소액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12월 17.77%를 기록한 후 올해 17%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체율도 덩달아 오르고 있는 추세다. 소액신용대출의 평균 연체율은 9.35%로, 저축은행 업계의 전체 대출 연체율 5.1% 보다 높다.
금융권은 소액대출이 이미 법정 최고금리에 육박하고 있어 저축은행 입장에선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비용이 올라도 소액대출을 통해 수익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연체액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해 앞으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 규모를 지속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일각에선 저축은행의 이 같은 조치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액신용대출은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만큼 생계와 직간접적으로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의 순익이 9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최근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연체율 관리 강화를 주문한 만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업계는 금융 재기 지원 종합상담센터를 열고 취약·연체 차주에 대한 채무조정을 활성화 및 종합 금융정보를 제공키로 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권은 중앙회와 함께 금융 이용에 애로를 겪고 있는 서민과 개인사업자, 소상공인의 금융부담을 완화하고 경제적 재기를 적극 지원하는 등 국민의 신뢰를 굳건히 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