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P 생산 공장 단 두 군데 뿐
희소가치 부작용으로 리셀 러 횡포
지난 3월, 전설적인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가 LP 공장 ’퍼니스 레코드 프레싱‘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화제를 모았다. 가수가 자기 음반을 찍어낼 공장을 직접 사들인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성장을 거듭하는 LP 시장 전망에 대한 투자 심리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동시에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LP 생산 현황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뿐 아니라 지난해엔 록 가수 잭 화이트도 세계 3대 음반사인 유니버설, 소니, 워너뮤직에 “직접 LP 공장을 설립해 전 세계 LP 생산량 부족 문제 해결에 동참하라”는 공개 권유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LP 생산 부족 문제는 더 심각하다. LP 제작을 위한 원자재 등 대부분 수입 물량에 의존해야 하는 국내 업계에선 인플레이션과 생산 설비, 원자재 부족 등의 악재로 주문을 맡기면 제작이 완료되는데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되고 있다. 더구나 LP 수요층의 규모도 확실치 않아 대부분의 가수들은 ’선주문 후제작‘의 제한적 생산 및 판매 방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품질 문제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한 예로 백예린의 ‘Every letter I sent you’ 일반반과 이소라의 ‘눈썹달’ 한정반의 경우 초기 제작 불량으로 인한 음질 문제가 논란이 돼 제작사에서 불량판에 대한 교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역시 공급 부족으로 인해 검수에 충분한 시간을 쏟지 못해서 생긴 이슈로 볼 수 있다.
한때 국내 LP업계는 MP3 플레이어의 등장과 디지털 시대 도래로 바닥까지 내몰렸었다. 2004년 국내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레코드 공장인 ‘서라벌레코드’가 문을 닫았고, 2011년 등장한 ‘LP팩토리’도 폐업했다. 25년간 신촌을 지켰던 ‘향음악사’도 문을 닫았다. 그러던 중 LP 수요가 되살아나자 2017년 ‘마장뮤직앤픽처스’에서 LP 제작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올해 초 최성철 아트버스터 대표가 LP 전문 ‘제작소화수분’을 설립한 것이 국내 LP 제작소의 전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품귀 현상을 불러오면서 LP의 희소가치를 높였다. 문제는 이런 희소가치가 부작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슈테크’ ‘스니커 테크’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리셀 문화가 일반화되어 있는데 LP 역시 재테크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비싸게 책정된 한정반들은 발매와 동시에 품귀 현상을 빚으며 적게는 2배, 많게는 10배 이상의 금액으로 중고 거래가 이뤄진다. 애초에 중고 거래를 위해 판을 구입한 후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리셀러들도 많다.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담배 연기 디자인의 초반 LP는 중고 시장에서 1000만원까지 거래됐고, 아이유의 ‘꽃갈피’ 미개봉 한정 LP는 중고가가 무려 200만원에 달했다. 아이유의 싸인이 있는 한정 LP는 무려 1000만원이 책정돼 팔리고 있었다.
백예린과 김동률, 이승환 등 가수들이 중고 거래의 횡포를 지적하며 리셀 금지를 호소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LP 수집가 김모(42)씨는 “실제 LP를 구매하는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재테크족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최근 디지털 음원을 리마스터링만 해 LP로 발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심미적인 만족을 위해 음질이 낮은 컬러 LP를 제작하는 등 대부분 품질이 좋지 않다. 문제는 이런 음반에도 모두 ‘한정반’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높은 가격이 매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팬덤의 소유 욕구가 있는 한 리셀 역시 사라질 수 없다”며 “소비자들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선 근본적인 생산 문제를 먼저 해결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