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예정된 보렐 대표 방중 취소사유 불분명"
中외교부, 4일엔 “정보 없다”…5일엔 “방문 환영”
중국 정부가 오는 10일로 예정됐던 유럽연합(EU) 외교·안보사령탑의 베이징 방문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지난달 말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향해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을 거론된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나빌라 마스랄리 EU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의 방중과 관련해 "중국 정부로부터 오는 10~11일로 예정된 날짜가 불가능하다며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EU가 전략적 원자재로 분류하는 갈륨·게르마늄 관련 물질에 대한 수출을 통제한데 이어, 불과 일주일도 남지 않은 보렐 고위대표의 방중 일정까지 중국이 막무가내로 무산시키자 EU는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정보가 없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보렐 대표는 당초 오는 10일 1박2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었다. 그는 베이징에서 중국 측 고위 인사들과 만나 인권문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쟁을 포함한 '전략적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호르헤 톨레도 중국 주재 EU대사가 지난 2일 공식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중국 측으로부터 별다는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받은 것이다.
보렐 대표는 앞서 지난 4월 EU와 중국 간 전면전략동반자관계 수립 20주년을 맞아 방중해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동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감염으로 방문 일정을 취소한 바 있다.
중국의 EU 외교·안보사령탑의 방중 취소는 지난주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향해 디리스킹을 거론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EU 정상들은 지난달 30일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중요한 무역·경제 파트너로 규정하면서도 “공급망을 포함해 핵심적인 의존성과 취약성을 계속해서 줄여나가는 게 필요하고, 적절한 경우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다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을 향해 "러시아가 침략 전쟁을 중단하고, 즉각 완전하고 조건 없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도록 압박할 것을 촉구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난 5일 중국 정부는 베이징 방문이 일방적으로 취소된 보렐 대표의 방문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보렐 대표가 양측이 편리한 가장 빠른 시간에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이와 관련해 EU와 지속적으로 소통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