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획사 어트랙트가 제작한 걸그룹 피프티피프티가 놀라운 논란에 휩싸였다. 이 팀은 믿기 어려운 성공신화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었다. 중소기획사의 신인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 상위권에 진입하며 월드스타의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에 이은 또 하나의 ‘중소돌’ 성공 신화라고 많은 이들이 열광했다. 이제 피프티피프티가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일만 남은 것 같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피프피피프티는 지금 현재 활약이 아닌 송사를 벌이고 있다.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멤버 측은 ‘어트랙트가 투명하지 않은 정산, 활동이 어려운 건강 상태를 밝혔음에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자 했던 모습 등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어트랙트가 ‘멤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멤버의 수술 사유를 당사자의 협의도 없이 임의로 공개하는 모습에 큰 실망과 좌절을 했다’며 ‘멤버들의 연예활동을 위한 지원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중의 여론은 매우 부정적이다. 보통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과거엔 소속사를 비난하는 여론이 컸다. 하지만 이 사안에선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에 대한 비난이 압도적으로 크다. 신인을 월드스타급으로 키워준 소속사를 배신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신인이 벌써 돈을 달라고 하느냐는 말도 나오는데 멤버 측에선 돈을 달라는 게 아니라 정산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 다만 인터넷에선 설사 어느 정도 문제가 있었다 해도 그게 월드스타의 길을 닦아준 소속사를 떠날 정도는 아니라는 여론이 일어났다.
건강 관리, 무리한 활동, 수술 사유 공개 등에 대해서도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 다만 지금까지 피프티피프티의 활동 내역 자체가 얼마 없는데,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스케줄 소화하는 아이돌아 많은 상황에서 피프티피프티 정도의 활동을 무리한 스케줄이었다고 할 수 있는가에 의구심이 나온다. 수술 사유 공개 문제도 진실이 밝혀져야 하는데, 이 부분도 병명 자체가 가수 이미지에 크게 해가 될 게 없기 때문에 이게 계약을 깰 사유는 아니라는 주장이 나타났다.
소속사의 지원 능력 부족에 대해서도 진실 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만 피프티피프티가 순식간에 국제적으로 뜨도록 어트랙트가 뒷받침한 마당에 능력 부족 운운은 말이 안 된다는 여론이다. 어트랙트는 멤버들에게 상당한 물적 지원을 했다고 한다. 물론 대형 회사보단 영업력이 미흡할 수 있는데 그게 문제라면 애초에 대형 회사로 갔어야 한다. 본인들이 스스로 중소기획사와 계약하고 뜨고 나서 다른 소리를 하는 거라면 명분이 약할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누리꾼들이 과거 이런 류의 분쟁에서 소속사를 비난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엔 소속사를 지지하는 것이다.
거기다 황당한 배신 논란도 벌어졌다. 어트랙트가 외주업체인 더기버스에 프로듀싱을 맡겼는데, 그 외주업체가 히트곡인 ‘큐피드’ 저작권을 빼돌리고 멤버들과 소속사를 멀어지게 하고 횡령하는 등 배신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와중에 어트랙트의 전홍준 대표과 과거 자신이 제작한 걸그룹을 충실히 지원했다는 미담이 알려지며 소속사 지지 여론이 폭발했다.
분쟁의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누리꾼들은 현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을 쫓아버리고 어트랙트가 2기 멤버들을 뽑으라고 주장한다. 그러면 밀어주겠다는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하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새 멤버들을 뽑아서 다시 시작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큰 타격을 받은 전홍준 대표에게 그럴 정도의 에너지가 남아있는 지도 의심스럽다. 그래서 가장 현실적인 해결점은 어트랙트와 멤버들이 만나서 대화하고 타협하는 게 아닐까.
얼마 전 엑소 멤버 시우민, 백현, 첸도 소속사에게 부당행위를 당했다며 분쟁에 나섰지만, 결국 양자가 직접 만나 오해를 풀었다면서 조용히 봉합했다. 이게 가수와 소속사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중요한 건 잘잘못을 가리는 게 아니라 이미지 훼손을 최소화해 활동 피해를 줄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피프티피프티 사태가 이대로 이어지면 소속사는 당연히 큰 타격을 받을 것이고, 멤버들도 누리꾼들의 냉대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모두 피해만 볼 수 있는 것이다. 멤버들이 아직 어리고 그 가족들이 업계에 대해 잘 모르며, 프로듀싱 업체하고만 소통하면서 소속사에 대한 오해나 오판을 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대화로 풀고 봉합하는 것이 당장은 최선으로 보인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