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주장에 지지층은 '고 홈' 시위
IAEA 중립성 의심키도…그로시 한숨
與 "한국 정치수준 깎아내려, 부끄럽다"
"국격·국민·예의·염치 4가지 없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대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지지층의 태도에 여권이 경악했다. 과학적 검증이나 합리적 대응 방안을 논의하긴커녕 방류에 반대한다는 일방적 주장만 되풀이했다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국제기구 수장을 불러 놓고 국경 안에 머물러야 할 정쟁이 노출되는가 하면, 심지어 IAEA의 중립성을 의심하는 발언까지 나왔다. 국민의힘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부끄럽다"고 했다.
10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그간 문제가 제기됐던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의 안전성, 오염수 방류의 장기적 영향 같은 사안에 대해 과학적 설명은 도외시하고 정치적 색안경을 낀 일방적 주장만 이어가며 국제 사회 앞에서 대한민국 정치 수준을 깎아 내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특히 "IAEA 검증이 중립성을 상실한 일본 편향 검증이었다는 거친 비난과 함께 전날 그로시의 언론 인터뷰에 대한 말꼬리 잡기를 이어갔다"며 "중립적 국제기구 대표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태도"라고 꼬집었다.
앞서 그로시 사무총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류된 오염수(water)를 마실 수도 수영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간담회에서 "안전하다고 확신한다면 일본 국내에서 음용수로 마시라고 요구할 의사가 없느냐"고 압박했었다. 이런 식의 감정 섞인 민주당 측 주장이 반복되자 그로시 사무총장은 간담회 중간 한숨을 쉬기도 했다.
윤 원내대표는 "(그로시 사무총장의) 깊은 한숨 소리가 대한민국 국격에 금이 가는 소리로 들렸다"며 "국제적 망신 당하는 걸 감수해야 할 만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문제면 왜 오늘 이 시간에도 방류되는 중국·일본·한국·캐나타 오염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느냐. 후쿠시마 오염수보다 북핵을 더 걱정해야 한다는 그로시 사무총장의 말을 뼈아프게 들어야 한다"고 질책했다.
이날 미국 출국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김기현 대표도 "민주당이 보여준 정중하지 못하고 매우 무례한 행동들에 대해서는 반성해야 할 것"이라며 "국격을 추락시키는 무례한 행동들이 과연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 민주당은 곰곰이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그로시 사무총장은 2박3일 국내 일정을 마치고 9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뉴질랜드를 비롯해 태평양 도서국 등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관련 의구심을 가진 국가들에 대해 IAEA의 입장을 밝히는 차원이다. 그는 한국을 떠나며 자신의 SNS에 야당 인사들과 면담한 사진과 함께 “IAEA는 한국인들의 우려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적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그로시 사무총장 방한을 맞이한 민주당의 모습엔 국격·국민·예의·염치 4가지가 없었다"며 "외교사절에 대한 근본 없는 예우는 우리 국격을 한없이 추락시켰고 이를 지켜보는 모든 국민이 낯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게 만들었다"고 했다.
아울러 "그로시 사무총장은 '그로시 고홈'을 외치며 폴리스라인을 뚫는 시위대로 인해 2시간 후에야 공항을 떠날 수 있었고 '100만 유로' 운운하는 모독을 당했다"며 "민주당 초청으로 국회를 방문했을 때도 '중립성 상실'이라느니 '일본 맞춤형'이라느니 민주당발 괴담 폭격을 끝없이 들어야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