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투자와 함께 경제의 3대 성장동력 중 하나인 중국의 수출이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 수출이 두 달 연속 줄어들고 있는 데다 지난달 감소율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초기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제로 코로나’ 정책 전환 이후에도 중국 경제가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14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해당)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 6월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4%나 급감한 2853억 달러(약 361조원)로 집계됐다. 전달(-7.5%)보다 감소폭이 커졌고,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예상치(-9.5%)를 크게 밑돌았다. 이같은 수치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1~2월(-17.2%) 이후 40개월 만의 최저치다.
중국 수출 감소의 주요인은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부진이 꼽힌다. 중국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 3~4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 상하이 등 주요 경제권 코로나 봉쇄의 기저효과로 반짝 증가했다. 하지만 이 효과가 사라지면서 5월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로이터는 “주요국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영향에 중국의 제조업체가 구매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수출 지역과 상품을 보면 구조적 난관을 확인할 수 있다. 3대 수출지역인 유럽연합(EU)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미국에 대한 수출이 모두 급감했다. EU가 439억 달러(-12.9%), 아세안이 433억 달러(-16.9%), 미국이 426억 달러(-23.7%)로 각각 집계됐다.
중국의 대아세안 수출은 4월까지 증가했지만 5월부터 감소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에 대응해 중국은 아세안과 중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 다변화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중남미(-10.8%)와 아프리카(-6.9%) 수출도 줄어들었다.
반면 러시아에 대해서는 중국의 수출이 90.9% 증가했다.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기업들이 떠난 러시아 시장 공세를 강화한 덕분이다.
상품별로는 최대 수출품인 PC 등 정보처리장치가 24.7% 급감한 166억 달러로 조사됐다. 휴대폰 23.3%, 집적회로(IC)가 19.4% 감소했다. 아세안 수출이 많은 섬유류(-14.3%)와 의류(-14.5%) 감소폭도 컸다. 그나마 자동차 수출이 109% 늘어난 77억달러로 부진을 일부 만회했다.
내수 경기를 보여주는 6월 수입은 2147억 달러로 6.8% 감소했다. 8개월 내리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달(-4.5%)보다 감소 폭이 다소 완화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오히려 감소폭이 커진 것이다.
장즈웨이 핀포인트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들의 최근 데이터는 지속적인 추가 (수요) 약세의 신호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올해 남은 기간 중국의 수출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중국은 내수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인데 앞으로 몇 달 안에 정부의 큰 부양책 없이 내수가 반등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