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前 직방 부사장 등 역임
여의도 내 유일한 스타트업 출신…혁신산업 전문가
"민주당, 시대 변화 일기 못하는 낡은 정당 되고 있다
대화와 타협의 '통합 정치' 펼쳐야 국민 신뢰 회복"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1995년 '베이징 발언'으로부터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과연 그 사이에 우리 정치는 4류에서 조금이라도 랭크가 올랐을까.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21대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마저 내려놓는다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과연 우리 정치, 우리 국회, 우리 정당은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4류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데일리안은 '4류 정치 청산'을 주제로 하는 연속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일곱 번째 순서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지역 최연소 당선인으로 강남구의원을 지내고 19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청년특보, 쏘카 새로운규칙그룹 본부장과 직방 커뮤니케이션실 총괄 부사장 등을 역임한 1983년생 여선웅(39)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을 만났다.
Q. 우리 정치는 점점 퇴보하는 것 같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진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올해 3월 10일 금요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하자 주말 동안 전세계에 금융위기 공포가 번졌다. 실리콘밸리 CEO 3500명 등 미국 내 시장주의자들조차 파월 연준 의장과 앨런 재무부장관에게 정부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한다. 이후 미국 정부는 실리콘밸리은행의 모든 예금을 보호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한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복지국가로서의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당연시 되고, 미중 패권전쟁으로 경제 블록화가 심화되면서 보호무역주의,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도 정부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 정치 경쟁력이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시선을 국내로 돌려 정부와 국회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극단적 지지층만 바라보고 일반 국민의 목소리엔 눈과 귀를 막는 정치, 상대보다 더 잘하려는 플러스 정치가 아니라 상대를 무조건 헐뜯고 깎아내리는 마이너스 정치, 기득권을 보호하고 혁신을 막는 포퓰리즘 정치에 매몰돼 있다.
결국 우리나라 정치에서 대화와 설득, 타협의 정치의 사라진 것이 큰 문제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구조적으로는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개편해 책임정치의 연속성을 강화하면서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킴으로써 협치를 제도화하는 권력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Q. 더불어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민주당은 야당이 되자 다시 80년대 운동권 정당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야당의 역할이 정부·여당을 악마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현 정권을 타도의 대상이었던 80년대 독재정권으로 여기는 듯하다.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당내 급진적 정치인과 세력과는 선을 그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와 정치를 후퇴시키고 있지만 대통령 탄핵이나 퇴진 주장은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다. 정부·여당은 타도의 대상이 아니다. 적이 아니다. 아군, 적군을 구분해 전쟁하듯 하는 진영정치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
민주당은 진영정치로 눈과 귀를 닫았다. 우리 편에겐 온정주의로 내로남불을 자초하고, 내부 비판과 자성은 진영을 배신했다며 낙인 찍어 패쇄적이고 역동성이 사라진 정당이 됐다. 최근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후쿠시마 오염수 결의안 처리하는 날 일본 골프 여행을 추진하려다 논란이 됐는데, 당내 비판이 전무했다. 서복경 민주당 혁신위원이 짤막하게 비판한 게 전부였다. 민주당의 자정능력이 고장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영정치 강화는 진영 밖에 있는 대다수의 국민과 민주당이 멀어지게 만들었고, 결국 중도층 성향의 2030세대와 평범한 수도권 3040세대에게 외면 받아 전국 선거에 연달아 패배했다.
민주당은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는 낡은 정당이 되고 있다. 경제를 갑과 을로 이분해 기업을 무조건 적대시하고, 4차산업혁명 산업대전환 시대를 막을 수 있다는 착각으로 타다금지법 등 각종 규제법에 앞장서고 있다. 플랫폼을 약탈경제라고 생각하면, 앞으로 다가올 AI도 인간의 노동을 빼앗는 적으로 여겨 막으려고만 할 것이다. 새로운 산업을 막는 쇄국정치로는 국가를 발전시킬 수도,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도 없다.
86운동권의 낡은 세계관이 지배하는 민주당을 새로운 노선과 아젠다를 가진 세대로의 교체를 통해 전쟁같은 진영정치 대신 대화와 타협의 통합정치를 펼칠 때 국민들로부터 다시 신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1997년 DJP연합(김대중+김종필)과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가 있었듯이 과거 민주당은 보수와도 손잡는 이러한 유연한 모습을 보였었다."
Q. 진영정치 대신 대화와 타협의 통합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과 타다금지법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연 것인가.
"그렇다. 장 최고위원이 가장 날카롭고 아프게 민주당을 비판하고 있지 않나. 더욱이 장 최고위원이 지난 대선 때 기득권의 손을 들어주기보단 스타트업 육성과 혁신 정책을 주장했는데, 그런 점이 인상 깊었다. 그래서 제가 타다금지법과 관련해 함께하자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 민주당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사람과 이렇게 민생 부분에서 손잡고 뭔가를 같이 하는 건 의미가 있지 않나.
그리고 한편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제1야당의 지도자, 협치의 대상인데 아예 안 만나고 있지 않나. 나는 민주당을 가장 세게 공격하는 장 최고위원이랑도 만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의 물꼬를 트고 싶었다."
Q. 진영 정치도 문제이지만, 민주당의 혁신 의지가 실종된 모습도 비판받고 있다. 민주당이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코인 논란' 등으로 잃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혁신위원회를 가동 중이지만, '불체포특권 포기' 등 혁신안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혁신위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혁신위가 민주당 내의 현역 기득권, 안일함, 보신주의, 폐쇄성, 지지층 결집 정치, 극단 언어 정치, 포퓰리즘 정치를 깨는 데 보다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하면 좋겠다.
다만 혁신위의 프로페셜널리즘이 부족하다. 불체포특권 포기가 필요하다고 했으면 구체적 액션 플랜이 있어야 했는데 말뿐이다. 당이 움직여주지 않아서, 화답해주지 않아서 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에 가깝다. 혁신이 쉬운가. 현역 기득권 포기가 누군가의 말 몇 마디로 해결될 일이었으면 지금 혁신위가 생기지도 않았다. 혁신위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일을 비판하는 것은 언론이 일이고, 혁신위 본인의 제안을 관철하는 것은 혁신위의 일이다."
Q. 그렇다면 혁신위가 무엇을 중점으로 칼질해야 한다고 보는가.
"혁신위가 당장의 현안에 대해 단기처방식 해결책을 내기보다는 당의 구조적 운영 원리와 노선에 대해 과감한 질문을 던졌으면 좋겠다. 당헌과 강령, 즉 노선 교체에 대한 논쟁도 촉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는 슬로건은 30년도 넘은 오래된 슬로건이다. 더 이상 국민이 감동하지 않는다. 슬로건 교체가 필요하다.
전당대회에서 과대 대표되는 대의원 투표권, 중앙위원회의 전당대회 컷오프 권한도 손봐야 한다. 이는 친명(친이재명)계 의제도 아니지만, 친명계 의제라 할지라도 주저할 필요 없다. 역대 혁신위에서 다루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로 단골 소재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개딸(개혁의 딸)' 용어를 쓰지 않지만, 편의상 사용한다면 개딸 팬덤에 대해 지나친 공포감이 있다. 2023년 7월 현재 적극적 주류 지지층이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것이지, 2024년엔 비명계 정치인이 그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팬덤이 문제가 아니라 극단의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와 정치인이 문제다."
Q. 정치가 4류라고 평가받는 것과 제3지대 신당 창당 움직임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근 활발해진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가.
"30%대의 무당층 비율, 절반에 가까운 제3지대 신당 창당 지지율을 보면 분명 신당 창당 동력이 있다. 그러나 역대 총선 앞둔 신당 창당의 성공 조건을 보면, 분당에 따른 신당 창당이어야 성공했다. 열린우리당과 국민의당이 대표적인 예다.
현재 무당층이 높지만 양당의 지지율이 분당할 만큼 낮지 않다. 무엇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각 당에서 분당의 구심점을 할 수 있는 유력 정치인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아직까지 신당이 파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Q. 정치가 4류를 벗어나려면 무엇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사람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세대로의 인물교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여전히 80년대 운동권 세대가 장기집권에 들어갔고, 큰 변화가 없다면 내년 총선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도 2년 전 30대 0선 이준석을 당대표로 만들면서 세대교체의 포문을 여는 듯했지만 1년여 만에 쫓겨나면서 도로 보수 영남당으로 돌아갔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지만 정치권 세대교체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무조건 젊다고 새로운 세대라고 국민이 정치 권력이 맡기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아젠다를 가진 정치세력이라고 인정받아야 국민에게 신임받을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말한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문제를 정치 권력이 아닌 스타트업 방식으로 혁신하는 사람들, 혁신가적 기업가를 뜻하는 앙트레프레너다. 새로운 시대의 맞는 정치인은 앙트레프레너적 정치인이다. 산업화, 민주화 다음은 무엇일까. 저는 디지털화라고 생각한다. 디지털화를 이끌 정치 세대 역시 앙트레프레너적 정치인들이다."
Q. 마지막으로 청년 정치인으로서의 어려움과,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지 듣고 싶다.
"저는 1983년생으로, 바뀐 만 나이 기준으로는 39세로 30대다. 하지만 제가 청년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내년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학부모인데 청년일 수 있나. 저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포함하여 여의도 내 유일한 스타트업 출신이다. 직방과 쏘카, 국토와 교통 분야의 사회문제를 스타트업 식으로 해결한 경험이 있다. 청년 정치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먹거리인 혁신산업 전문가다.
대한민국 정치를 대화와 설득, 타협의 정치로 국민 분열 정치가 아니라 국민 통합 정치로 바꾸는 것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민주당을 유연한 중도 실용 정당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총선이 목표는 아니다. 제겐 정치교체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