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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취업여행 떠난 우리 조카” 돌아오지 못했다…오송 지하차도 참사 ‘울음바다’


입력 2023.07.16 15:38 수정 2023.07.16 15:46        청주=데일리안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실종자 오열

실종자 가족들, 눈시울 붉히며 “돌아오길”

16일 오후 2시 기준 ‘사망 9명·부상 9명’

전날 내린 비로 인해 차량 15대가 물에 잠기고 최소 11명이 실종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 소방 병력들이 배수 및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카가 대학 졸업한 친구들이랑 취업한 기념으로 여수에 가려고 했어요. 마지막 통화가 버스였다고 하네요.”


청주에 거주 중인 A(49)씨는 조카(24) 친구에게 급한 전화를 받고 두 귀를 의심했다. A씨는 조카 친구들로부터 물이 차오르는 지하차도 내 버스에 조카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취업한 A씨의 조카는 취업 기념으로 친구들과 여수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오송역으로 이동 중이었다.


폭우로 버스가 기존 노선 운행이 어려워 우회하기 위해 궁평 2지하차도를 지다가 던 중 침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누나를 대신해 급하게 짐을 챙긴 뒤 사고 현장을 찾았다. 간절하게 기도하며 온 현장은 생각 이상으로 절망적이었다.


온통 노란 흙탕물로 가득찬 지하차도를 보며 A씨는 할 말을 잃었다. 잠시 뒤 A씨는 “조카와 다른 친구가 못 빠져 나온 것 같다”며 “소방(재난)당국에서 신원 확인을 해줘야 하는데 현장에선 확인이 어렵다고 해 여기서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고 말했다.


A씨는 “만약 버스가 돌아가지 않았다면 조카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운행을 중단하면 사고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천안에 거주 중인 B(75)씨는 며느리 연락을 받고 현장에 나섰다. 이날 며느리는 “남편이 출근길에 침수된 청주 오송 궁평 2지하차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B씨는 희망을 안고 장남을 찾으러 현장에 도착했다. 그는 “아들이 세종에서 치과를 운영 중”이며 “지인 차를 타고 세종에 넘어가던 중에 침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전날 오후부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던 B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난 16일 오전 10시가 되자 B씨는 “발이 떨어지지 않지만, 아들을 다시 보기 힘들 것 같다”고 탄식을 쏟아냈다.


실종자 가족들도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침수 하루가 지난 16일 재난당국이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2지하차도에서 물빼기와 인명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다. ⓒ뉴시스

청주 오송 지하차도는 24시간이 지난 현재까지 희생자가 늘고 있다. 소방당국은 침수된 지하차도에 특수구조대와 배수 장비 등을 이용해 실종자를 찾고 있다.


전날 발견된 1명에 이어 이날 현장에서 시신 8구가 인양됐다. 대부분 버스와 트럭 인근에서 발견됐다.


10대 이상의 차량이 지하차도에 침수된 것으로 알려져 사상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경찰에 접수된 실종신고도 1건이 추가 접수돼 12건으로 늘었다.


당국은 전날 밤과 이날 오전까지 지하차도 수면 위 1m 공간을 확보해 오전 6시께부터 잠수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고 관련 확인된 희생자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사망 9명, 부상 9명이다. 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배수·수색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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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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