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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가 주민이라더니"…압구정 갈등에 '신통기획' 난항


입력 2023.07.20 06:05 수정 2023.07.20 06:05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압구정3구역 설계자 선정 놓고 '공공의 재산권 침해' 논란

빠른 사업추진 가능하지만…주민 자율성 부족 '불만'

서울시 "강제성 없어…전적으로 주민 선택일 뿐"

흥행가도를 달리던 오세훈표 정비사업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데일리안DB

흥행가도를 달리던 오세훈표 정비사업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 설계업체 선정을 놓고 서울시와 조합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빠른 사업 추진이란 강점마저 무색해졌단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신통기획은 정비계획 수립단계에서 서울시가 공공성과 사업성이 균형을 이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공공지원계획'을 일컫는다.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개입이나 간섭이 아닌 지원이 핵심이며 주민이 주관하고 공공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일반 재건축, 재개발에 적용되는 정비지원계획인 만큼 사업 시행부터 설계업체 선정, 시공사 선정 등 모두 주민이 주체가 돼 진행한다.


정비계획수립은 주민과 자치구가 함께한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계획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사업절차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각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정비구역 지정까지 기존 5년이 걸렸다면 신통기획은 2년으로 대폭 줄일 수 있다. 대신 정비계획에 임대주택 및 공공시설 기부채납 등 공공성을 담보해야 한다.


장기간 표류하던 사업이 신통기획을 통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거란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2021년 9월 정책이 도입된 후 2년이 채 안 됐지만 6월 말 현재 82곳에서 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 중 44곳(6만2000가구)는 기획을 확정했다.


이처럼 순항하던 신통기획은 최근 압구정3구역 설계업체 선정을 놓고 난관에 봉착했다. 서울시는 신통기획 설계공모지침을 어기고 압구정3구역 설계업체로 선정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희림)을 사기미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조합원들 사이에선 빠른 사업 추진을 내세워 시가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단 불만이 적지 않다.ⓒ서울시

조합에는 설계자 선정 무효를 선언하며 재공모를 요구한 상태다. 조합이 설계공모지침을 어겨 실격처리된 업체를 설계자로 선정한 것은 인정할 수 없단 입장이다.


조합원들 사이에선 빠른 사업 추진을 내세워 시가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단 불만이 적지 않다. 빠른 사업추진은커녕 외려 서울시와의 갈등으로 재건축 추진이 더욱 불투명해졌단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지켜보는 다른 신통기획 단지들의 셈법도 복잡해진 모습이다.


압구정3구역 한 조합원은 "희림이 공모지침에 따라 설계안을 다시 제시했고, 조합도 희림과 잘 협의해 가이드를 철저히 준수하겠다고 했지만, 서울시가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다"며 "주민 목소리는 배제된 채 서울시 의견을 수용하기만 하라는 식. 사업을 빨리 추진하려면 서울시 말을 따르라는 것처럼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을 지켜본 또 다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서울시는 사업성과 공공성의 밸런스를 맞춰 가이드를 제시한다고 하지만 공공성 비중이 더 크다"며 "사업 기간이 줄어드는 것 외 실질적으로 사업성을 끌어올릴 만한 혜택으로 여겨지는 부분이 크게 없어 신통기획 단지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민 자율성이 확보되지 않고, 사업성 부족, 재산권 침해 논란이 맞물리면서 신통기획으로 몸살을 앓는 단지들도 적지 않다.


송파구 송파한양2차는 지난해부터 신통기획을 추진하다가 재산권 침해에 대한 주민 반발이 거세져 신통기획을 포기하려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미 예산이 투입됐다며 사실상 불가 통보를 했다.


지난 3월 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된 서초구 신반포2차 역시 신통기획안을 제출했지만 일부 조합원들이 재산권 침해라며 반대하고 있다. 송파구 올림픽선수촌아파트도 재건축 방식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신통기획을 놓고 찬반이 엇갈려 한차례 부침을 겪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신통기획 가이드를 따를지 말지는 전적으로 주민이 선택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통기획은 말 그대로 지원계획이어서 사업에서 이탈하거나 철회를 요청하는 식의 접근은 맞지 않다"며 "압구정3구역도 지금 이런 논란이 있으니 주민들이 민간 재건축으로 방향을 틀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희림을 고발한 건 신통기획과 전혀 별개의 문제인데 프레임이 잘못 잡혔다. 설계공모지침 안에 신통기획안을 준수하라고 돼 있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게 핵심"이라며 "공모지침 위반으로 조합에 혼란을 줄 수 있단 점에서 고발한 것이다. 압구정3구역이 민간으로 선회하더라도 고발건과는 다른 얘기"라고 덧붙였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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