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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폭염·곡물협정 종료”…외식업계, 하반기 밥상물가 ‘비상’


입력 2023.07.24 07:22 수정 2023.07.24 07:22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농산물 피해 잇따르고 가축도 폐사

기록적 폭우, 경제 정책에 제동 걸어

외식업계, 반찬 바꾸는 등 자구책 사활

소비자, 치솟는 외식 가격에 부담 높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방문객들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뉴시스

치솟는 밥상물가에 시민들과 외식업계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역대급 폭우로 농산물 피해가 잇따르고 가축이 폐사하면서 최근 진정세를 보이던 밥상물가와 소비자 물가에 비상이 걸려서다. 이번 장마가 지나간다 해도 폭염으로 인한 어려움도 수두룩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쟁 중에도 세계 최대 곡물생산국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가능케 했던 ‘흑해곡물수출협정’까지 종료되면서 곡물수입가도 다시 오를 것으로 보인다.


흑해 항로를 통한 곡물 수출길이 막히면서 우리나라도 밀과 관련된 가공식품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


2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10일부터 내린 집중 호우로 18일 오전 6시까지 농경지 3만1064.7헥타르(㏊)가 침수 또는 낙과, 유실·매몰됐다.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290㏊)의 107배에 달한다. 닭, 오리, 소, 돼지 등 69만3000마리에 달하는 가축이 폐사했다.


이 같은 수해로 농산물 도매가격은 이미 급등하는 추세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품목은 벼(1만9465ha)와 콩(5198ha)이다. 전라북도와 충청남도를 중심으로 손실이 컸다. 수박, 사과, 멜론 등 다수의 과일 농장이 침수 피해를 입었고 배, 복숭아 농장의 낙과 피해도 심각했다.


6%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2.7%로 낮아져 고물가 굴레에서 벗어나는 듯했으나 다시 제자리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물가안정보다 경제 반등을 꾀하는 쪽으로 경제정책의 방향을 돌리려 했으나 기록적 폭우가 제동을 걸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여름철 집중호우는 당분간 지속될 상황이다. 8월에도 호우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풍수해는 농산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수확 중단으로 인한 공급 부족이 발생하고, 침수와 낙과로 농산물의 상품성이 떨어진다.


채소 가격이 폭등하면서 외식업계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당장 메뉴 가격을 조정하기도 어려워 고정으로 나가는 반찬 수를 줄이거나, 다른 반찬으로 대체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비해 일부 품목은 3배 이상 가격이 뛰었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한 달 전만해도 1만원대 후반이었던 시금치(4㎏) 가격이 5만원대로 뛰어 8월까지 반찬구성을 바꾸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시금치, 애호박무침은 빼고 미역줄기나 어묵볶음 같은 메뉴로 밑반찬을 대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한 삼계탕 전문 식당 메뉴판에 가격이 표시돼 있다.ⓒ뉴시스

이 가운데 물가 불안요인 또한 다양하다. 본격적인 휴가철과 다가오는 추석으로 국내 소비가 증가하는 반면 8∼9월 태풍과 폭염으로 농작물 공급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 하반기 원유(原乳) 가격 인상이 예정돼 있어 우유가 들어간 제품 가격이 일제히 오르는 ‘밀크플레이션’도 우려된다. 다음달부터는 순차적으로 서울 버스와 지하철요금이 각각 300원, 150원 오르는 등 공공요금도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곳곳이 물가 지뢰밭이다.


소비자들도 근심이 깊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다. 농산물 가격 상승이 주춤하고 축산물 물가도 하락세를 보였지만, 외식비와 가공식품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6.3%로 전체 소비자물가(2.7%)를 크게 웃돌았다. 서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가공식품 물가의 경우 1년 전보다 7.5%나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30대 직장인 B씨는 “물가상승이 지속되면서 웬만하면 집에서 밥을 해먹으려 노력하고 있는데, 사실상 집밥을 먹어도 과거와 비교해 장 보는 비용이 크게 늘어 부담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물가 안정’을 최대 경제정책 성과 중 하나로 내세워온 정부도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한 각종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물가 안정을 위해 최근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추와 시금치, 닭고기, 깻잎 등에 대해 최대 30%까지 가격을 할인해 서민 물가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또 닭고기 공급량 확대를 위해 종란 수입, 계열업체 추가 입식을 지원하는 한편 8월까지 할당관세 3만톤 물량을 도입키로 했다.


다만 밥상물가와 함께 교통비 인상은 물론 전기세,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물가가 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먹거리 가격 인상을 자제시켜왔지만 하반기는 폭발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 곡물 사태가 다시 변수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곡물가 파급이 커질 수 있어 하반기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며 “러시아가 대치 관계를 지속할 경우 식품업계 미칠 영향 역시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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