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부 러軍 점령지 향해 발사…백악관 "우크라 효율적 사용"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상대로 미국 정부가 지원한 집속탄을 실전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맞대응을 예고한 만큼 전쟁은 더욱 격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 점령지와 맞닿은 우크라이나 남동부 전선을 무너뜨리기 위해 집속탄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이 남동부 최전선 지역 외에도 러시아가 통제 중인 바흐무트 인근에서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덧붙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우크라이나군의 집속탄 발사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부터 몇 가지 피드백을 받았다”며 “그들은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확한 사용 시점에 대한 질문에 "지난주쯤"이라고 답했다. 미 정부는 지난주 집속탄을 우크라이나에 인도했고, 우크라이나는 미국에서 지원된 집속탄을 러시아군 제거에만 쓰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안에 소형 폭탄이 여러 개 들어 있는 살상 무기다. 커다란 모탄(母彈)이 상공에서 터지면 안에 있던 자탄(子彈)이 쏟아져 나와 넓은 지역에 흩뿌려지며 동시다발적으로 피해를 입힌다. 집속탄 한 발이 통상 축구장 3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고, 1개 중대 병력을 한꺼번에 살상할 정도로 강력한 무기다.
정밀 타격보다는 광범위한 지역을 노리는 까닭에 민간인들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더욱이 불발탄이 땅에 남아있다 수십 년 뒤 이를 건드리는 민간인에게 지뢰처럼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집속탄의 20~30%는 불발탄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가공할 살상 능력 탓에 국제적으로 금지 여론이 높아졌고, 2008년 유엔 국제협약으로 ‘집속탄 금지 협약’(CCM)이 체결됐다. 각국 비준 절차를 거쳐 2010년 발효돼 세계 120여개국이 집속탄 사용을 금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미국 등은 여기에 서명하지 않았다.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집속탄 사용은 전쟁범죄로 간주된다. 국제인도법상 민간인들에게 무차별적 위협이 되는 무기 사용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국제인도법은 무력분쟁의 수단을 통제하기 위한 일종의 국제법 체계로, '전쟁법'으로도 불린다. 우크라이나는 개전 이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집속탄을 사용했다며 비난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 16일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집속탄을 사용할 경우 러시아도 같은 탄약으로 맞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그는 이날 "러시아는 집속탄을 충분히 비축하고 있으며 그런 탄약이 러시아군에 사용된다면 러시아도 쓸 권리를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