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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폭염에 밥상 물가 ‘직격탄’…불안하던 채솟값 ‘껑충’ [지금 식량위기①]


입력 2023.07.25 08:00 수정 2023.07.25 08:00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채솟값 폭등에 사장은 ‘한숨’…‘금값’된 상추

여의도 123배 농작물 침수…채솟값 고공행진

매년 장마철 체감물가 악재 연속…하반기 우려

주요 채소 30% 할인…정부, “물가 안정 총력”

최근 내린 집중호우로 상추, 시금치 등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연합뉴스

14만원. 경기 용인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조모 씨가 지난주 손님에게 내놓을 상추(2㎏)를 판매상을 통해 들여온 가격이다. 가게에선 상추를 알배추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이윤이 도저히 남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조 씨는 “지난해 장마철보다 상추 등 주요 채솟값 오름세가 더 심해진 것 같다”며 “지난달 2만원이었던 상추값이 10~12만원을 훌쩍 넘어 상 차림비를 받아야할지 고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세종특별자치시에서 횟집을 운영 중인 A씨는 “최근 채솟값이 오른 것도 있지만 너무 많이 올랐다”며 “소비자가를 올리면 손님들이 부담을 느껴 판매에 영향이 미칠까 두렵다”고 말했다. A씨는 향후 채솟값 상승세가 이어지면 횟값 인상을 고민 중이다.


그는 “오랫동안 거래를 이어온 도매상에게 가격을 조금 내려달라고 요청해 부담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채소는 미리 사서 보관해 두기도 어려워 가격이 오르면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손을 내저었다.

극한호우에 밥상물가 ‘빨간불’…상추, 한 달 전보다 3배 폭등
계속되는 장마로 채소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시민이 상추 등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기습적인 집중호우와 폭염이 교차하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채소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안정세가 유지됐던 주요 작물마저 가격이 심상치 않아 추석을 앞두고 밥상 물가를 잡기 위한 비상이 걸렸다.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상추(적상추) 도매가격은 4㎏에 8만3520원이다. 한 달 전 1만8700원과 비교해 346.6%(6만4820원) 상승했다. 1년 전 가격(4만2496원)과 견줘도 4만1024원(97%) 높은 수준이다.


깻잎(상품) 도매가격도 2㎏에 3만4260원으로 전달 가격과 비교해 80.2%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시금치(4㎏)도 5만5660원으로 한 달 전과 비교해 207.3% 뛰었다.


이처럼 채솟값이 오른 이유는 이례적인 폭우와 무더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분석된다. 상추의 적정 생육온도는 15~20도다. 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생산량이 감소하자 가격이 예년보다 상승했다. 특히 최근 집중호우로 생육이 더뎌지고 국내 주요 산지 피해가 커져 당분간 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장맛비로 전날 오전 6시 기준 여의도 면적의 123배에 달하는 농작물 재배지(3만5393㏊)에서 침수, 낙과 피해가 발생했다. 비닐하우스, 인삼시설 등 시설 피해는 60㏊에 달한다.


이번 농축산물 가격 상승세는 유난히 컸다. 6월 들어 안정세를 보였던 채소 등 신선식품 물가가 폭등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신석식품 지수는 항목 중 채소는 100.32(2020년=100)로 전달(105.35) 대비 내림세였다. 하지만 기록적인 폭우와 집계된 피해 규모를 따졌을 땐 채솟값이 뛸 모양새다.


지난해 장마철에도 가격 오름세가 나타났다. 폭우 피해가 컸던 작년 7월 채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9%로 조사됐다. 10월까지 20%대 상승률을 이어오다 11월 –2.7%로 내려가 안정세로 돌아왔다.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로 국내 채솟값에 즉각적인 타격은 바로 나타나지 않겠지만, 국제 곡물가격이 오름세를 보인다”며 “하반기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상추·시금치 등 시설채소 30% 할인…물가불안 경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집중호우로 인한 하천 범람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 용문지구를 방문해 피해상황을 둘러보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DB

농식품부는 집중호우로 가격이 급상승한 상추, 깻잎, 시금치, 양파 등에 대해 최대 30%까지 할인을 지원한다. 또 하반기 농축산물 생산성 변동이 우려될 것으로 보고 정부 비축물량 확대, 할당 관세 인하 조치 등으로 수급 안정 확대에 나서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정부는 호우 피해 지원과 신속한 복구에 재정, 세제, 금융 등 모든 정책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피해 농가가 빠르게 영농에 복귀할 수 있도록 피해 현황과 현장 건의 등을 적극 반영해 충분한 보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침수된 농작물, 가축 등에 대한 재해복구비를 최대한 신속히 지급하고 재해복구비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침수 시설과 장비에 대해서도 기존 정책사업 등을 적극 활용해 교체를 지원할 것”이라며 “농작물 재해보험금은 신속한 손해 평가를 통해 신청일로부터 약 1개월 내에 지급하겠다”고 덧붙였다.


▲속 썩는 여름 닭고기 값… 폭우·사룟값 등 곳곳 ‘빨간불’ [지금 식량위기②]에서 계속됩니다.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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