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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집권 훈센, 임기 5년 연장… 맏아들 승계에 탄력붙을듯


입력 2023.07.24 21:39 수정 2023.07.24 21:39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반대파 배제에 '불공정' 논란…美 "일부 지원 중단하고 비자 제한"


총선을 이틀 앞둔 지난 21일 선거 유세활동을 하고 있는 훈센 캄보디아 총리(왼쪽)와 그의 맏아들 훈 마넷 캄보디아군 부사령관. ⓒ 로이터/연합뉴스

38년 간 장기집권 중인 훈센(71) 총리가 이끄는 집권 캄보디아인민당(CPP)이 23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임기를 5년 더 연장했다. 이젠 훈센 총리의 후계자인 그의 맏아들 훈 마넷(46)에게 총리직을 언제 물려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속 이산 CPP 대변인은 24일 "전체 의석 125개 중 120개를 차지했다"며 "우리는 압승했으며 계속해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5석은 친정부 성향의 정당 푼신펙(FUNCINPEC)이 가져갔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를 진행중이라며 결과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는 CPP를 비롯해 모두 18개 정당 소속 후보들이 24개 선거구에서 정당별 득표수에 따라 의석이 배분되는 지역별 비례대표제 방식에 따라 전체 의석 125석을 놓고 다퉜다. 그러나 CPP와 경쟁할 만한 주요 야당들이 모두 선거참여 자격을 박탈당하는 바람에 CPP 독주가 예상됐다.


캄보디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앞서 지난 5월 훈센 총리에 반대하는 전 캄보디아구국당(CNRP) 출신 인사들이 만든 촛불당(CP)이 필요한 서류 등을 누락했다며 총선 참여를 금지했다. CP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22%를 득표한 제1야당이다.


이에 훈센 총리의 정치적 반대파를 비롯해 국제사회는 선거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프랑스로 망명한 삼 랭시 전 CNRP 대표 등 훈센 반대파는 CP 소속 후보들의 출마가 좌절되자 이번 총선을 "가짜선거"라고 비난하면서 투표 불참을 독려해왔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번 선거가 공정하지 않다면서 투표 참관인을 캄보디아에 보내지 않았다. 미 국무부는 투표결과 집권 CPP가 압승한 것으로 알려지자 이번 선거에 대해 "자유롭거나 공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에 대한 일부 지원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사람들에 대해 비자를 발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총선에서 CPP가 승리하면서 훈센 총리는 임기가 5년 더 연장됐다. 공산 게릴라 출신인 훈센 총리는 캄보디아의 근대화를 주도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공산화에 성공한 폴포트 정권이 '킬링필드' 대학살을 저지르자 베트남의 지원을 등에 업고 1978년 폴포트 정권을 무너뜨린 뒤 캄보디아 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


하지만 1985년 1월 32세의 나이로 최연소 총리가 된 뒤론 철권 통치를 펴면서 인권 침해 논란 속에 38년 간 장기 집권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야당 및 언론 탄압을 문제 삼는 미국과 서방을 멀리하고 인권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중국과 밀착 관계를 강화해 왔다.


부자 간 권력세습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의 맏아들 훈 마넷 캄보디아군 부사령관이자 육군 대장은 CPP 중앙위원회 상임위원을 맡고 있다.훈센 총리는 지난 20일 중국 봉황TV와의 인터뷰에서 "총선 이후 훈 마넷이 총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캄보디아 총리는 국회 제1당의 추천을 받아 국왕이 지명하지만, 훈센 총리가 사실상 국가원수로 군림하고 있는 상황에서 권력 이양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훈 마넷 부사령관은 2021년 12월 2일 훈센 총리가 후계자로 지명했다. 같은 달 CPP도 그를 '미래의 총리 후보'로 지명하면서 후계자로 확정됐다. 그는 아버지를 대신해 CPP의 마지막 선거운동 집회를 주도했고, 이번 총선에 CPP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훈 마넷 부사령관은 1999년 미국 웨스트포인트를 캄보디아인 최초로 졸업한 뒤 2002년 뉴욕대에서 경제학 석사, 2008년 영국 브리스톨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로이터통신은 "훈센 총리가 지난 수년간 경쟁자들을 향해 무자비한 단속을 펼치면서 이번 총선은 사실상 CPP당 혼자만의 경주였다"며 "그가 맏아들에게 권력을 이양하기 전에 CPP당내 통치를 공고히 하기 위한 가짜 투표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평가했다.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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