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장관 탄핵 심판, 재판관 9명 '기각'…이태원 참사 발생 269일 만에 나온 결정
법조계 "파면시키려면 중대한 법 위반 있어야…참사 직후 발언도 법 위반은 아냐"
"민주당, '무리한 탄핵 추진' 비판 피할 수 없을 것…재판관 전원 기각이 증명"
"이상민 탄핵 사건, 향후 선례 되겠지만…박희영·이임재 재판은 별개로 진행될 것"
헌법재판소가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논란으로 청구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을 기각했다. 이 장관은 즉각 직무 복귀가 결정됐는데, 법조계에선 이 장관이 탄핵을 당할 만큼 중대한 법적 위반이 없었기에 탄핵소추안은 기각된 것이고 이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결과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 장관의 직무 복귀가 박희영 용산구청장이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이태원 참사 직접 관계자들의 재판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 장관의 탄핵 심판을 선고기일이 진행됐다. 헌재는 재판관 9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69일 만에 나온 결정이었다. 소추위원 측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이 장관은 이날 법정에 직접 출석하지 않았다.
헌재는 "이태원 참사는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확대된 것이 아니다. 각 정부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 대응역량을 기르지 못한 점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규범적 측면에서 그 책임을 피청구인에게 돌리기 어렵다"며 "피청구인은 참사 현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관계 기관의 보고를 받고 지시 및 협력 요청을 계속했다. 공적 신뢰를 현저히 해할 정도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했다거나 유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일로 사당법률사무소 문건일 변호사는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청구는 기각이 예상 가능했던 결과였다. 파면 결정을 하려면 탄핵 심판 청구 규정에 맞아야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쟁점 중 하나였던 '사전 예방조치'의 경우 재난 예측 의무화라는 것을 규정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이는 곧 탄핵할 만한 중대한 법령상의 위반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문 변호사는 "또 다른 쟁점이었던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및 품위유지 의무 위반의 경우도 탄핵 심판 청구로 문제에 접근해서는 안됐다. 이 장관에게 책임을 묻는 다른 정치적 방식을 택했어야 했다"며 "절차적으로 탄핵 심판이라는 것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의 경우'에 활용되는 제도다. 성실의무 위반이나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라는 혐의 자체가 추상적인 측면이 있고, 공무원 징계령에 의하면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 한 해임이 가장 중한 징계양정이므로 이를 근거로 파면을 구하는 것은 법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무리가 있다"고 부연했다.
법무법인 주원 최상혁 변호사 역시 "이태원 참사 직후 이 장관의 사후 발언이 문제가 됐지만,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했듯 사후발언이 법률 위반을 했다'고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이 장관에게 적용된 재난안전법 위반 부분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부분도 문제를 삼을 정도로의 중대한 법률 위반 자체가 없었다"며 "헌법재판소의 판례들은 기본적으로 '중대한 법률 위반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요구한다. 이태원 참사 자체는 비극적인 일이지만,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낸 배경에 있어서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마지막 변론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이 직접 나와 진술하기도 했지만, 선고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못했을 것이다.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자체가 법리적 행위에 관한 판단이기 때문"이라며 "특히 재판관들이 유가족에 대한 진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곽 변호사는 "민주당 및 야권에서 무리한 탄핵을 추진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재판관 9명 전원이 기각의견을 냈다는 것 자체도 법적으로 봤을 때 탄핵을 시킬만한 명백한 사유가 없다는 뜻"이라며 "오히려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터졌을 때, 이상민 장관이 직무수행을 하고 있었더라면 탄핵 추진을 하기에 더 적합했을지도 모른다. 오송 참사의 경우 경찰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책임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동시에 그는 "이번 탄핵 소추안 기각으로 인해 향후 국가 재난 사태가 발생했을 때, 행정부 혹은 기타 부서의 수장이 탄핵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이 장관에 선고가 선례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같이 구청과 경찰서를 관할하던 직접 관계자들에 대한 법적 판단은 별개로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