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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한 왕이 만난 에르도안 “나토, 아·태지역 활동 강화 반대”


입력 2023.07.27 19:21 수정 2023.07.27 19:22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中 외교 소방수’로 돌아온 왕이…충격 최소화·안정에 무게

“사스 우이, 보시라이 사건 장더장과 같은 선례 따른 것”

친강 경질되자 ‘간첩’‘불륜’‘매국’ 부정적 검색어 줄줄이 떠

26일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오른쪽)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신화/뉴시스

7개월 만에 중국 외교부장(장관)에 귀환한 왕이 중국 공산당중앙 정치국 위원이 26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만났다. 왕 위원이 지난 25일 외교부장으로 컴백한 뒤 첫 공식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따르면 왕 부장은 이날 튀르키예 앙카라에 도착해 하칸 피단 외교장관과 회담하고 지난 5월 말 재집권에 성공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접견했다. 그는 “중국은 튀르키예와 서로의 핵심이익 문제를 챙겨주고, 정치적 신뢰를 수호하고 심화해 두 나라의 전략적 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올라서게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활동을 강화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화답했다. 튀르키예가 회원국으로 있는 나토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활동 폭을 넓히는 것에 (중국 편에 서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시진핑 체제가 출범과 함께 10년 가까이 외교부장직을 수행했던 왕 위원은 지난해 12월 말 친강 당시 외교부 부부장(차관)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당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을 맡아 당 차원의 외교정책을 조율했다. 하지만 한달 간 공개석상에서 사라졌던 친강이 외교부장에서 갑작스레 면직되는 바람에 한동안 외교부장과 외사판공실 주임을 겸임하게 됐다. 당(외사판공실 주임)이 지침을 내려주고 정부(장관)가 발로 뛰는 중국 정치체제를 감안하면 갑자기 선수 겸 감독이 된 것이다.


왕 위원의 복귀는 친강 전 외교부장이 갑작스레 낙마한 상황에서 다소 이례적인 일이지만 충격을 최소화하고 줄줄이 예정된 굵직한 외교일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가장 믿을만한 인물에게 소방수 역할을 맡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 전문가들은 “가장 안전한 최선의 카드”라고 평가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보도했다. 직전에 10년 가까이 외교부장을 지낸 왕 위원이 혼란을 수습할 소방수로 최적임자라는 것이다.


주요 정상외교 일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갑작스런 외교부장 부재와 교체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는 업무에 익숙하고 외교상대국 카운터파트들에게도 친숙한 왕 위원만한 대안이 없다는 얘기다. 장둥 홍콩과기대 교수는 “왕 위원은 중국 외교부 내에서 강력한 기반을 갖고 있다”며 “그의 복귀는 외교부 내에 어느 정도 안정을 가져다 줄 것이며, 앞으로 몇 달간 잘 준비된 업무를 보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강 전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3월 7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실제로 하반기에 줄줄이 이어지는 주요 외교일정과 대화 기류로 돌아선 미·중관계의 흐름이 왕 위원 임명 카드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당장 28일부터 청두에서 열리는 하계 유니버시아드를 계기로 해외 정상급 인사들을 맞아야 하고, 오는 8월에는 인도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9월에는 인도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고, 10월에는 최대 외교행사인 ‘일대일로’(BRI,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이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다. 시 주석은 11월 미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런 유사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 당시 장원캉 위생부장이 초기 부실대응 책임을 지고 물러나자 우이 부총리에게 위생부장을 맡겨 사태를 수습했다. 2012년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가 비리 혐의로 낙마했을 때도 장더장 부총리를 후임 당서기에 임명한 바 있다. SCMP는 왕 위원의 외교부장 임명 역시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 이런 선례를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친강 지우기’도 본격화됐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의 부장 소개 페이지는 “업데이트 중”이란 안내문이 표시돼 있고, 역대 외교부장을 소개한 페이지에서는 친강의 이름이 빠졌다. 친강의 외교 활동 정보들도 일괄 삭제됐다.


중국 정부는 친강과 관련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다고 있다. 26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는 친강에 관한 질문이 수차례 나왔지만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차웨(査閱·찾아서 읽어보라)’라는 단어만 반복했다. 친강이 부장에서 해임됐는 데도 국무위원(부총리급)직을 유지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답답한 나머지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친강 낙마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각종 설이 확산되고 있다. 27일 바이두(중국판 네이버) 검색창에서는 한때 친강의 연관 검색어로 ‘친강 간첩’이 등장했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는 친강의 연관 검색어로 ‘친강 불륜녀’, ‘친강 매국’ 등이 여전히 떠다니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당국이 의도적으로 친강에 관한 온라인 검열을 느슨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에 대한 소문이 퍼지도록 방치하며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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