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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 초전도체 개발 소식에 전세계 '들썩'


입력 2023.08.03 15:27 수정 2023.08.06 12:08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상온·상압 초전도체 출현 '뜨거운 감자'

운송·에너지·전자 등 산업계 전반 '혁신'

자기부상부터 슈퍼컴까지 '게임체인저'

퀀텀에너지연구소 및 한양대 연구진이 공개한 상온 초전도체 ‘LK-99’가 공중 부양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에 따른 에너지 손실이 없는 물질로, 그동안 자기부상열차 같은 극히 제한된 신기술에만 쓰였다. 그만큼 현실적으로 초전도체 기술이 경제성을 갖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국내 연구진이 상온·상압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하면서 기술 상용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아직 과학적 검증은 추가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해외에서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민간연구소기업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이석배 박사, 김지훈 박사,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가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에 'The First Room-Temperature Ambient-Pressure Superconductor'(최초의 상온·상압 초전도체)에 올린 논문 원고는 기존 상식을 완전히 파괴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초전도 현상은 극도로 낮은 온도와 통제된 조건에서만 볼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온네스가 1911년 이 현상을 처음 발견한 이래 100년 넘도록 금속, 유기물질, 세라믹 등 1000종류 이상의 초전도체가 발견됐지만, 하나 같이 경제성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논문에 따르면 국내 연구진이 만든 초전도 물질은 섭씨 30도, 1기압 상태에서 전기 저항이 0에 가깝다. 이론상 값비싼 액체헬륨을 사용해 냉각시키는 기술이 없어도, 초전도 현상을 통제할 길이 열린 셈이다.


또 약하지만 자석을 밀어내는 현상도 눈에 띄었다. 초전도체 위에 자석을 둘 경우 자석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이 초전도체에 배척돼 자석이 초전도체 위에 떠 있게 하는, 이른바 '마이스너(반자성) 효과'다. 지금까지 전 세계가 바라온 초전도 현상 상용화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 물질이 진짜라면 운송, 에너지, 전자 등 산업계 전반을 혁신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자기부상 열차다. 반자성 효과를 이용하면 열차와 철로 간 마찰이 없어진다. 이론상으로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시속 500㎞로 단 4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현재 관련 기술 실험이 진행 중인데, 상용화가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시스템에도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구리 전선을 초전도선으로 대체하면 전기를 더 높은 효율로 송전할 수 있다. 또 전선 두께도 20분의 1 이하로 얇아진다. 기존 변전소는 소형 개폐소로 전환해 운영할 수 있고, 변전소와 초고압 선로 신설도 최소화 할 수 있다. 변전소를 혐오시설로 여기는 '님비(Nimby)' 현상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첨단의료장비에 활용해 사람의 뇌나 심장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자장을 측정해, 극히 초기상태의 암을 간편하게 진단할 수도 있다. 이미 초고자장 자기공명영상진단장치(MRI) 분야에서는 초전도 현상을 적극 사용하고 있다.


초전도 기술은 무엇보다 전자 산업에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초전도 디지털소자가 반도체를 대체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슈퍼컴퓨터 제작이 가능해진다. 메모리 반도체 대신 초전도체를 사용하면 전력은 거의 들지 않는 반면 데이터 전송 속도는 최소 100배 이상 빨라진다.


현재 반도체 업체들마 첨단 반도체 개발을 위해 고난도 '나노미터(㎚·10억분의 1m) 전쟁'에 나선 가운데 초전도 디지털소자가 기술 한계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애플 전문가로 유명한 대만 궈밍치 TF증권 연구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초전도체 상용화는 컴퓨터와 전자제품에 혁신적 변화를 불러올 것"이며 "열 시스템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고, 고급 노드의 진입 장벽이 지는 등 디자인 및 재료·기술 채택으로 아이폰 만큼 작은 모바일 장치도 양자 컴퓨터에 버금가는 컴퓨팅 성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도청 불가 전파도 만들 수 있다. 통상 전파는 위성통신 때 전리층을 뚫고 오므로 지상에서 도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초전도체를 응용한 전파는 테라(1012)㎐의 주파수영역을 넘나들어 지상에서 함부로 탐지할 수 없다. 이밖에 핵융합발전을 통한 인공태양 개발도 기대된다.


그러나 초전도 기술은 아직 과학적 검증이 많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 연구진이 초전도성을 띈다고 주장하는 ‘LK-99’에 대한 연구 내용이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점, 초전도성 발현이 매우 어렵다는 점 등에 비춰 논문 내용에 관한 회의적 시각도 강하다.


현재 해외 연구팀에서 검증 절차가 진행 중이다. 중국 베이항대 연구진, 인도 국립물리연구소 등은 이미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중국 화중과학기술대학교는 실험을 통해 반자성 현상을 일으키다는 점을 확인했다. 국내 학회에서도 초전도체 검증위원회가 꾸려졌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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