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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옥 “6년 공백 끝에 만난 ‘그날들’, 다시 일어설 힘 얻었다” [D:히든캐스트(138)]


입력 2023.08.06 08:57 수정 2023.08.06 08:5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9월 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배우 이세옥은 늘 꿈을 되새기는 배우다. 이 직업을 동경하고 갈망하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꿈을 쫓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그는 한 번도 절망하며 주저앉지 않았다. 오히려 힘든 시간을 견뎌냄으로서, 그 힘으로 다시 일어설 동력을 얻는다. 수없이 닥친 난관에도 여전히 그가 무대에 서 있을 수 있는 이유다.


학교생활과 군입대, 더해 부상으로 인한 의도치 않았던 쉼까지 무려 6년이라는 긴 공백을 지내면서도 그는 한 번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드디어 그에게도 다시 문이 열렸다. 10주년을 맞은 창작 뮤지컬 ‘그날들’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이세옥은 이 작품으로 다시 ‘희망’을 노래할 수 있게 됐다.


-원래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나요?


원래는 뮤지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었고, 초등학교 때부터 막연하게 TV에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정도였어요. 근데 끼도 없고 숫기도 없어서 남들이 꿈이 뭐냐고 물으면 없다고 답했던 아이였죠. 중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음악 선생님이 제게 찾아와서 방과 후 뮤지컬 수업에 남자가 부족하니 돈 안 내도 좋으니까 들으라고 하셨던 적이 있어요. 그때 잠깐 맛보기로 수업들을 듣고, 진학을 고민하던 중학교 3학년 시기에 용기를 내서 예고를 가고 싶다고 어머님께 말했어요. 방과 후 뮤지컬 수업을 해주셨던 선생님께 연락을 드려서 예고 입시를 준비했고, 한림예고 뮤지컬과에 입학했습니다. 그때부터 체계화된 수업들을 받으며 고등학교 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동아방송예술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했습니다. 뮤지컬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였는데, 연기를 더 배워보고 싶었거든요.


-2015년 데뷔했고, 올해 8년차 배우가 됐어요.


네, 창작뮤지컬 ‘사거리’로 2015년 2월 데뷔했습니다. 스무 살이 막 되던 해였어요. 공연이 끝나고 곧장 대학교에 입학했고, 학교생활에 집중했어요. 성인이 되자마자 꿈꾸었던 뮤지컬 공연을 하고 대학교에 입학하고, 정말 설레는 해였던 걸로 기억됩니다. 그 당시 저의 부족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것에 절망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부족함은 꿈에 불을 지필 수 있는 강한 집념과 의지의 원천이 됐죠. 지난 8년은 그 집념과 의지로 버텨왔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배우의 길을 그만두고 다른 길로 간 동료들도 많거든요.


-배우의 꿈을 쫓는 과정에서 힘든 시기는 없었나요?


고등학교 친구들이 대부분 대학교에 뮤지컬과로 진학했어요. 저는 연극을 전공해서 뮤지컬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죠. 그래서 졸업과 동시에 뮤지컬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2022년 2월에 졸업해서 그해 4월 ‘맘마미아’ 오디션을 봤습니다. 사실상 뮤지컬에 있어서는 5년의 공백이 있었던 거잖아요. 몸이 굳었었는지 2차 오디션까지 합격하고 3차 오디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왼발 인대 두 개가 끊어졌습니다. 그 후로 수술도 하고 재활까지 무려 4개월의 시간이 걸렸고요. 이후로 계속 오디션을 봤는데 최종에서 계속 떨어졌어요. 그러다 작년 12월에 본 ‘그날들’ 오디션에 붙여서 이렇게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관객들을 다시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았죠.


-2017년 작품이 마지막이었던 거죠?


맞습니다. 2017년도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 창작 뮤지컬 ‘목계나루 아가씨’였어요. 공연을 마치고 복학해서 남은 학기를 채웠고, 마지막 한 학기를 남기고 24살에 군에 입대했습니다. 배우가 꿈이지만, 또 다른 목표였던 UDT/SEAL에 입대했거든요. 그 당시 잘 알려지지 않았던 UDT에, 그것도 복무 기간이 더 긴 해군에 왜 입대하느냐는 말도 듣고, UDT를 아는 사람들에게 ‘네가 수료할 수 있겠냐’라는 말도 들었어요. 지옥 같은 훈련을 견뎌내며 수료했습니다(웃음). 그런데 군 생활 중 코로나가 터졌고, 학교 복학 시기도 있어서 9개월을 연장해 전문하사까지 하고 나왔습니다. 군 생활만 30개월을 한 거죠.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복학하고, 졸업한 이후 재활 치료를 하느라 공백이 더 길어졌고요.


-오랜 공백을 끝낸 터라, ‘그날들’에 참여한 소감이 더 남다를 것 같네요.


6년의 공백 동안 늘 무대에 서서 관객들에게 박수받았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지내왔습니다. 멋진 선배님들과 형, 누나들, 친구들, 동생들과 많은 땀을 흘리며 극장에서 첫 공연을 올리고 커튼콜 때 관객들의 기립박수에 벅차올라서 눈물이 날 뻔 했어요. 그때 배우라는 멋진 직업이 있음에 감사했고 ‘배우하길 잘했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날들’에서는 최계장 역을 맡고 있어요. 어떤 캐릭터인가요?


‘그날들’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극이 진행이 되는데 최계장은 현재에서 정학(경호부장)의 명령과 움직임에 있어 최전선에서 제일 빨리 움직이고 보좌하는 역할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구를 잘 잡아두며 정학과 상구 사이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했을까요?


최계장 역을 맡았을 때 먼저 청와대 경호처의 조직도를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계장, 부장은 몇 년 정도 일을 해야 달 수 있는 직급이고, 들어가기까지 얼마나 치열한 경쟁과 노력을 해야하는지요. 또 최계장은 왜 청와대 경호원이 되려고 했을지도 생각했고요. 정확한 상하관계 등을 적립시키고 나서야 같이 합을 맞추는 정학과 상구, 최계장의 연결고리가 이어질 것 같았거든요. 특히 최계장은 정학의 명령을 받고, 튀는 상구를 잡아줘야 하는 역할이라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선배님들의 연기에 집중했어요. 거기에 나오는 리액션으로 인해 점점 더 자연스러워지고 캐릭터 구축이 수월했던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어요(웃음). 6년 만에 복귀해 TV에서만 보던 선배님들과 연기를 해야한다는 것이 은근히 위축이 되더라고요. 다행히 선배들이 저를 편하게 해주려고 먼저 다가와 주시고, 노력을 많이 해줬어요. 덕분에 지금은 눈빛만 봐도 어떤 마음인지 다 느껴질 정도로 합이 잘 맞습니다. 늘 최계장을 연기함에 있어서 행복하고, 선배님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그날들’의 앙상블들은 특히 절도 있는 군무가 인상적인데요. 그만큼 호흡이 중요한 작업이었을 것 같아요.


먼저 반복 연습을 하고, 촬영을 해서 안 맞는 부분들도 항상 다 같이 체크했어요. 감독님이 안 계실 때나 놓치시는 부분은 맏형과 맏누나가 솔선수범해서 정리를 해주고 많이 알려줬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 저희는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서로가 너무 돈독하고 친해서 그 부분이 호흡을 맞추는 것에 있어서 가장 크게 작용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작품을 연습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혹은 힘들었던 지점은?


무엇보다 춤도 많고 그 속에 무술도 있어서 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픈 사람도 걱정이 됐지만, 그 안에서 부족한 인원의 에너지를 채워주려는 동료들이 정말 멋있었습니다.


-작품을 올리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연습실에서의 일은 아닌데, 제 얼굴이 ‘그날들’ 홍보영상으로 조금 노출됐어요. 지하철이나 대형 빌딩의 전광판에 제 얼굴이 나온다는 게 정말 신기했습니다. 친구들도 신기하다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기도 하더라고요(웃음).


-‘그날들’에서 가장 애정하는 넘버(혹은 장면)는?


가장 애착이 가는 건 ‘이등병의 편지’와 ‘나의 노래’입니다. ‘이등병의 편지’는 군인들의 훈련과정을 안무로 하며 가사까지 마음 깊숙이 들어오는 넘버이고, ‘나의 노래’는 다 같이 샤워장에서 상의 탈의를 하고 노는 모습이 남자들끼리 더욱더 돈독해지고 끈끈해지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올해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어요. 이 작품이 오랜 기간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대한민국 창작 뮤지컬이고 고(故) 김광석 님의 노래가 나오다 보니 정서나 음악에서도 뮤지컬을 좋아하시는 관객이나 처음 보시는 관객분들께서도 접하시기 편하신 것 같아요. 또 초연 때부터 지금까지 출연해 주셨던 배우, 스태프, 제작진분들이 진심으로 임해주셨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던 것 같습니다.


-한 명의 관객으로서 작품을 통해 느낀 점이라면?


살면서 내가 정학처럼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살았었나 싶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이 옆에 있을 때는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떠나가게 되면 후회를 하는 것처럼 소중한 사람들이 있을 때 따뜻한 말이나 힘을 주고 제 주변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그날들’에 참여한 것이, 이세옥 배우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요?


6년 만에 복귀작인 ‘그날들’로 인해 다시 한번 살아있음을 느끼고 멋진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원동력을 얻었습니다. 앞으로 힘들고 지칠 때 ‘그날들’을 생각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동료분들, 스태프분들도 모두 좋으신 분들밖에 없어서 감사함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향후 활동 방향성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공연을 하면서 뮤지컬 오디션도 보고 있고 같이 작품 하고 있는 동료들이랑도 틈틈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대에만 국한되지 않고 매체도 준비 중입니다. 관객들과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배우로서 꼭 지켜나가고자 하는 신념이 있다면?


익숙함에 속아 제 자신을 깎아내리는 일이 없도록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늘 노력합니다.


-꼭 출연하고 싶은 작품이나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뮤지컬 ‘영웅’에 출연하고 싶습니다. 공연을 하면서 좋은 것도 있지만 동시에 애국심을 울릴 수 있는 작품까지 하면 더한 영광이 없을 것 같습니다. 또 관객들에게도 더 뜻깊은 순간들이 될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그날들’ 20주년에도 함께하면 더 뜻깊을 것 같아요! 그때까지 공연이 이어질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세옥 배우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끝날 때까지 다치는 배우 없이 안전하게 공연을 마무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바로 차기작을 할 수 있게 오디션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날들’ 끝나고 바로 다음 공연으로 관객 여러분을 만나는 게 제 올해 목표입니다. 최종 목표는 영향력 있는 배우, 혹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를 많이 응원해 주신 분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베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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