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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뒷짐'…당근도 채찍도 '하세월' [온투업 잃어버린 3년③]


입력 2023.08.09 07:00 수정 2023.08.09 13:58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치솟는 연체율에도 '방관 모드'

숙원 규제 기관투자 '차일피일'

"현실적인 출구전략 고민해야"

잃어버린 3년.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의 부정할 수 없는 현주소다. 2020년 8월 말 온투법이 시행되면서 옛 P2P금융의 허물을 벗고 제도권으로 날아올랐지만, 첫 발을 뗄 때의 기대감은 불안으로 뒤바뀌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에 대출의 양과 질은 모두 악화일로다. 플랫폼 혁신으로 금리 골짜기를 메워 1.5금융이 되겠다던 포부는 고사하고 신뢰마저 잃을 처지다. 당국의 안일한 관리감독 의식 속에서 금융사의 투자자 보호에는 구멍이 나고 있다. 메기 역할을 자처하다 생존의 기로에 놓인 온투업계의 현실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데일리안

온투업권이 총체적인 난맥상에 빠져들고 있지만 관리감독의 주체인 금융당국은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다. 투자자는 치솟는 연체율 속에서 쌓여가는 손해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온투업계는 자금난에 허덕이며 규제 완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어느 쪽에도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한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온투업이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된 이후 우후죽순처럼 업체들이 생겨난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제라도 제대로 된 옥석가리기를 해야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9일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온투업체 52개사 경영공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연체율이 15%를 넘는 곳은 7개사다.


회사별로 보면 ▲타이탄인베스트(48.30%) ▲펀다(40.41%) ▲다온핀테크(33.82%) ▲투게더펀딩(28.63%) ▲캠퍼스펀드(25.52%) ▲미라클펀딩(23.97%) ▲오아시스펀드(15.63%) 순이다.


온투업체는 대부분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영업하는데,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며 함께 건전성 지표가 악화한 영향이 컸다.


업계에서는 연체율 15%를 마지노선으로 여긴다. 온투업 감독 규정에 따르면 온투업체는 연체율이 15%를 초과할 경우 관련 사실을 즉시 공시해야 한다. 또 같은 규정에 따라 20%를 넘으면 온투업자는 연체율 관리방안을 마련해 금융감독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금감원장은 관리방안을 보고 필요하면 개선 대책을 세우고 이행하라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할 수 있다.


다만 특별한 제한 조치가 없다보니 연체율을 두 세 배를 웃도는 업체들도 자유롭게 영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수개월 째 방관하는 모습이다. 앞서 올해 5월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말 기준 연체율이 20% 넘는 온투업체를 대상으로 관리 계획을 보고 받았다. 이후 석 달이 지나도록 어떤 조치나 대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 가운데 연체율 20%가 넘는 곳은 당시보다 2곳 더 늘어났다.


동시에 금융당국은 업계가 바라는 숙원 규제에 대해서도 입을 닫고 있다. 온투업계는 지난해부터 제도권 금융으로 들어온 이후 금융기관들로부터 제대로 투자를 받지 못해 자금난을 겪고 있다며 기관투자 관련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호소해왔다. 돈을 빌리려는 수요자들은 많은데 빌려줄 공급자가 턱없이 부족해 신규 대출이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더해 부동산 시장 침체까지 겪으면서 신규 대출이 막혀 연체율도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4월 금융기관의 온투업 연계투자가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놨지만, 이후로 세부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사실상 기관투자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온투업계도 투자하고 싶은 기관도 섣불리 나설 수 없어서다.


금융당국은 리스크 전파를 우려하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저축은행도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온투업 연계투자 시 연체 리스크가 확대되거나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 기준에서 연계투자라는 새로운 업무가 추가되는 것인데, 이를 대출로 본다면 대출 심사부터 추심과정까지 어떤 법령, 기준에 따라 절차를 밟아야할지 세부 내용을 협회와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팔짱만 끼고 지켜보면서 투자자 보호와 업계 살리기 두 마리 토끼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실적인 온투업권 구조조정 방안을 고민해야한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온투업계 관계자는 "온투업 투자가 원래 원금 보장이 안되는 상품이지만 미숙하게 상품 심사하고 대출을 내주는 곳들은 투자자 손실이 더 커지고 있다"며 "업계에서도 여러 규제가 풀리길 기다리면서 등록했던 업체들이 많았는데 시장이 침체되며 신규 대출을 중단하거나 폐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관투자 규제가 풀린다고 해도 금융기관이 건전성이 나쁜 업체에 투자에 나설지 의문이기 때문에 모든 업체가 규제완화 수혜를 얻기도 어렵다"며 "금융사와 인수합병하는 방안 등 금융당국도 현실적으로 온투업체들의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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