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관광 재개 '환영' 하면서도… "노선 증편 신중히 검토"
한중 노선 상반기 회복률, 2019년 대비 40% 수준
韓-中 관계 경색 영향… "사드 이전 수준 회복 어려울 듯"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를 계기로 중단된 중국인의 한국 단체 관광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항공업계에선 의외의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사드 사태 이후 큰 타격을 입었던 만큼 중국인 단체 관광 재개에 대해선 환영한다면서도, 노선 증편에 있어선 신중하게 고려하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앞서 올 초 코로나19 악화를 이유로 중국이 갑작스레 한국행 탑승객 방역을 강화하면서 국내 항공사들의 증편 계획이 중단된 바 있는 만큼, 중국 정부의 방침이 바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겠단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중국인들의 한국 단체 관광 금수 조치를 해제하겠다는 방침을 한국 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가는 관광객 들에 대한 지문 채취도 연말까지 해제될 예정이다.
이번 단체 관광 재개가 확정되면 중국이 지난 2017년 3월 한국의 사드배치에 따른 보복조치로 한국행 단체비자 발급을 중단한 지 6년 5개월 만이다. 2019년 비자발급을 일시적으로 원상복구 한 적이 있었지만, 코로나19가 덮치면서 단체비자 발급은 다시 중단됐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인 단체관광객 발길이 뚝 끊기면서 큰 타격을 입었던 항공업계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나온다. 엔데믹으로 올 초부터 국제선 수요가 크게 늘고 있지만, 일본과 동남아 등 노선만으로는 완연한 회복이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간 업계에선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통한 수요가 회복 돼야 국내 항공업계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질 것으로 봤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단체관광객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사실상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중국 단체 관광객이 필수적"이라며 "국내 여행사들도 바쁘게 패키지 여행 등을 준비해야할 것이고, 항공사들도 노선 증편을 검토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손꼽아 기다린 소식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발빠르게 증편을 검토할 줄 알았던 업계 내에서 뜻밖의 분위기도 감돈다. 빠른 대응보다는 증편 만큼은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 바탕에는 앞서 국가간 신경전으로 단체관광객 허용을 무기로 사용해왔던 중국 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이 깔려있다. 실제 중국 정부는 올 초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줄면서 50여개국에 단체관광 비자를 허용했으면서도, 우리나라와는 국가간 신경전이 지속되면서 좀처럼 단체관광 비자 발급을 허용하지 않았다. 입국 전후 PCR 검사 의무 조치 역시 올 초 우리 정부가 먼저 해제한 지 이틀 후 중국 정부에서 같은 조치를 취했다.
엔데믹 이후에도 한국향 중국인 관광은 개인 관광만 허용되면서 중국 노선이 많은 대형 항공사들의 경우 중국 노선 증편 계획을 한 차례 중단하기도 했다. 현재 운영 중인 중국 노선 역시도 탑승률이 40% 수준에 그친다.
국토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의 올 상반기 중국 노선 여객회복률은 2019년 같은 기간의 21%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미주노선은 98.8%, 일본 노선 75.5%, 아시아 노선은 73.0% 회복한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회복률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 초 중국 길이 열릴 것이란 기대감이 한창 높아지면서 중국 노선 증편을 모두 계획해놨었는데, 대외적으로는 양국의 노선 증편이 합의됐지만, 양국간 합의 이후에도 중국 측에서 일부 노선 운항에 대해 승인을 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상반기 중국 노선 회복률도 기대에 못 미치는 상태"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국인 단체관광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사드 배치 이전 수준의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드 배치 이후 한중관계가 경색되면서 중국인들 사이 반한(反韓)감정이 생겨난 데다, 냉전이 길어지면서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여행지도 일본, 유럽, 미국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LCC 대비 중국 노선 수가 많은 대형 항공사에선 중국 노선을 천천히 늘려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보고,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수요를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명히 반가운 소식이지만, 단체관광 비자가 언제 또 중단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조금은 깔려있다"며 "수요를 면밀히 검토해 노선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