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15승 고지, 평균자책점도 1점대 진입
지난 9년간 토종 투수의 골든글러브 수상 단 2회뿐
지난해 키움 안우진이 최고 투수 자리에 오르며 토종 투수의 자존심을 지켰다면, 올 시즌은 다시 한 번 외국인 투수들이 대세를 이루는 형국이다.
NC 새로운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페디는 지난 8일 SSG와의 원정경기서 7이닝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시즌 15승째를 따냈다.
19경기만의 15승은 KBO리그 역대 최소 경기 타이. 이 기록이 무려 38년 전인 1985년 삼성 김일융에 의해 작성된 점을 감안하면 페디의 페이스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다. 당시 김일융은 거침없는 기세로 25승까지 도달했다.
페디는 다승 부문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이 부문 2위인 KT 벤자민, LG 플럿코(이상 11승)와 제법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 다승왕 타이틀을 따내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평균자책점에서도 페디는 군계일학이다. SSG전 무실점으로 1점대 평균자책점(1.97)에 진입한 페디는 당연히 이 부문 단독 1위를 질주 중이다. 다만 플럿코, 안우진, 고영표, 알칸타라 등 2점대 초중반을 유지 중인 투수들이 페디를 뒤를 쫓고 있는데다 평균자책점의 특성상 한 경기만 삐끗해도 치솟을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페디가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하면 21세기 최초, 20승+1점대 평균자책점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 기록은 1982년 OB 박철순(24승, 1.84 ERA)을 시작으로 1985년 롯데 최동원(20승, 1.92 ERA), 해태 선동열(3회), 1997년 쌍방울 김현욱(20승, 평균자책점 1.88 ERA) 등 단 6번 밖에 작성되지 않았다.
분업화가 이뤄지기 전인 1980~90년대 기록이며 현대 야구에 들어선 뒤에는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페디의 현재 페이스가 놀라울 따름이다.
안우진이 겨우 찾아왔던 최고 투수 자리도 다시 외국인 투수들에게 넘겨주는 그림이다.
KBO리그에서는 2014년 넥센 밴헤켄을 시작으로 NC 해커, 두산 니퍼트 등이 3년 연속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따냈고, 2017년 KIA 양현종이 이 상을 거머쥐며 토종 투수의 자존심을 살렸다.
하지만 두산 린드블럼이 2년 연속 최고 자리에 올랐고, 2020년 알칸타라, 2021년 미란다 등 두산의 외국인 투수들이 4년 연속 지배자로 군림했다. 그러다 지난해 키움 안우진이 압도적인 피칭으로 골든글러브를 차지했으나 패권이 NC 페디에게로 넘어가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