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이기흥(69) 대한체육회장에 대해 직무정지를 전격 통보, 3연임 도전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문체부는 11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기흥 회장 비위 혐의에 대해 수사 기관에 수사 의뢰 및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며 이 회장 직무를 정지했다”고 알렸다.
전날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대한체육회를 대상으로 비위 여부 점검 결과를 발표했는데 직원 부정 채용과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등의 사유로 이 회장 등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 의뢰했다.
점검단은 대한체육회 관련 비위 첩보를 입수, 지난달 8일부터 약 한 달 동안 조사관 6명을 투입해 현장 점검을 실시하면서 체육회 임직원 등 관련자 70명을 대면 조사했다. 점검단은 체육회에서 직원부정채용(업무방해), 후원물품 사적 사용(횡령), 물품 후원 요구, 예산낭비(배임) 등 각종 비위 혐의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체육회 노동조합과 간부급 직원들도 연임에 반대하고 나선 상황에서 심사 직전 직무 정지로 인해 대한체육회장 3연임을 노리는 이 회장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 회장은 앞서 스포츠윤리센터가 진행한 조사를 통해 대한테니스협회장 보궐선거를 방해한 혐의로도 수사 의뢰된 상황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처음 회장에 당선,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연임 임기는 올해로 만료된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위원장 김병철)가 이날 오후 2시 전체 회의를 열어 이 회장의 차기 체육회장 선거 출마 자격을 심사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내년 1월 14일 열리는 제42대 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통과해야 하는 첫 번째 관문.
체육회 정관에 따르면, 체육회장은 임기(4년)를 한 차례 연임할 수 있고, 3선 이상 연임에 나서려면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공정위는 현재 1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공정위는 국제무대 영향력(국제단체 임원 활동 여부), 재정 기여도, 해당 종목 경쟁력 강화 여부 등을 종합 심사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대해 체육계 안팎에서는 이기흥 회장이 임명한 공정위원들이 연임을 심사하게 돼 이른바 '셀프 심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공정위원들이 과연 공정하고 투명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주를 이룬다.
이 회장은 연임 승인 심사를 앞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을 계속 수행하기 위해 체육회장직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 자격으로 IOC 위원으로 선임된 이 회장은 체육회장 임기가 만료되면 IOC 위원직을 상실한다. 3연임에 성공하면 IOC 위원 정년(70세)이 되는 내년까지 임기를 유지한다.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이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는 공정위원회장을 비롯해 이 회장이 임명한 심사위원들도 직무 정지 조치를 받은 이 회장에게 3선 도전의 길을 열어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 회장이 스포츠공정위 승인을 받으면, 직무 정지 상태에서도 내년 1월 14일 실시되는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3연임 도전에는 지장이 없다는 의미다. 후보등록기간은 다음 달 24일부터 25일까지다. 정관에 따라 직무 정지 상태로 입후보한다.
이 회장이 선거에 출마할 경우, 직무 정지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번 조처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동시에 이 회장의 3선 도전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스포츠공정위원회 전체회의를 하루 앞두고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라는 해석에 문체부는 “규정된 법률에 따라 행한 조치다. 대한체육회장 선거와는 별개의 행정 조치”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대한체육회에 대한 현안질의가 열릴 계획이었지만 증인으로 채택된 이 회장이 국외 출장 일정을 이유로 불참하면서 진행되지 못했다. 이 회장은 스위스 로잔에서 막을 올린 세계올림픽도시연합(WUOC) 스포츠 서밋에 참석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국제 스포츠 기구 관계자들을 면담하겠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스포츠 서밋은 우리나라가 지난해 처음 참석한 데다 체육회 대리급 직원이 참석했던 행사다. 명백히 국회 출석 회피를 위한 꼼수 출장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