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아이돌' 하루하루가 저축으로
'앱 터치' 네 배나 더 이끌어 낸 '묘수'
금융과 덕질이 만든 '기막힌 콜라보'
"최애적금은 팬덤 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이제 덕질에서 빠질 수 없는 상품이 됐습니다."
김영림 카카오뱅크 시그니처캠프 서비스오너(SO)는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오피스에서 데일리안과 만나 "최애적금은 직원 제보에서 시작됐다"며 "카카오뱅크의 26주 자유적금을 여러 팬덤에서 최애적금 문화로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당장 상품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렇게 지난 4월 다양한 순간의 기록을 담아 저축할 수 있는 최애적금형 기록통장(최애적금)이 탄생했다. 최애적금은 좋아하는 스타 '최애'가 특정 행동을 할 때마다 이를 기념해 기록을 남기고 일정 금액을 차곡차곡 저축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이름은 적금이지만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한 보통예금이고, 연 2.0% 이자를 제공한다.
킥오프 회의부터 실제 상품 출시까지 채 다섯 달도 걸리지 않았다. 대개 은행권 수신 상품 출시 준비가 1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빠른 속도다.
김 SO의 결단력과 추진력이 발휘될 수 있었던 시그니처캠프 덕분이었다. 시그니처캠프는 카카오뱅크만의 특별한 시그니처 수신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조직이다. 규모는 20여명에 그치지만, 26주적금·저금통 등을 기획한 김 SO를 포함해 기획·개발인력 모두 최정예 멤버들로만 구성됐다.
최애적금은 출시되자마자 인기를 끌었다. 출시 하루 만에 7만명이 넘는 고객이 가입했고 트위터에서 한 달간 언급량도 1만건을 돌파했다. 김 SO는 "신기했던 건 아이돌그룹 엑소의 백현씨가 팬들과 소통하는 SNS에서 최애적금을 언급했던 것"이라며 "애초 상품을 기획할 때 팬들이 스타를 좋아는 과정에서 금융과 소통 지점을 만들고 싶었는데 이를 통해 최애적금의 다양한 확장 가능성을 봤다"고 설명했다.
인기 비결은 소소하지만 팬들의 마음을 헤아린 특징에 있었다. 최애의 사진으로 직접 계좌 커버를 꾸밀 수 있다는 것. 김 SO는 "고객은 특히 움직이는 이미지로도 계좌 커버 설정이 가능하다는 점에 큰 흥미를 느꼈다"며 "최애의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버튼만 눌러 자동으로 빠르게 저축할 수 있도록 한 편의성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배우 손석구씨의 팬인 김 SO도 최애적금 애용자다. 김 SO는 "문구를 '석구야 일하자'라고 설정해두고 손씨가 연극에 출연하거나 드라마에 나오면 적금을 붓는다"며 "너무 자주 나올까봐 금액은 소액으로 설정해뒀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애적금은 사실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확장성에 방점을 둔 사업이라는 설명이다. 김 SO는 "소액 저축이 많고 언제든지 출금이 가능하기 때문에 은행 전체 수신 잔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다"며 "다만 잠재력 있는 팬덤 시장을 금융서비스에 접목시키고 싶었고, 그 성과가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최애적금 가입자는 일반 고객 대비 약 네 배 이상 애플리케이션을 자주 방문한다. 올해 2분기 카카오뱅크 월활성화이용자수는 1735만명으로 전분기 대비 100만명이 늘어났는데, 최애적금 덕을 톡톡히 봤다는 설명이다.
다만 고금리 시기에 2% 이자 혜택은 아쉬운 지점이다. 김 SO는 "금리 인상은 여러 제한적인 부분이 있다"며 "그 대신 얼마나 저축을 했는지 활동량에 따라 '역조공'이라는 다양한 쿠폰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향후 여러가지 기록통장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김 SO는 "우선 최애적금은 향후 어려 제휴를 통해 스타와 팬이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로 거듭날 예정"이라며 "이 외에도 운동이나 취미생활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기록통장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