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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한국의 놀라운 자산


입력 2023.08.12 07:07 수정 2023.08.12 07:07        데스크 (desk@dailian.co.kr)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놀라운 행사가 열렸다. 바로 11일 오후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약칭 ‘잼버리 K팝 콘서트’)다.


국제적 팝스타들이 잇따라 출연하는 초대형 음악페스티벌을 급조해낼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대한민국밖에 없을 것이다. 국제적 팝스타들을 보유한 미국, 영국 같은 나라에선 국가적 이벤트에 가수들이 전폭적으로 협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페스티벌을 금방 만들 수 없다. 장시간의 조율과 준비 과정이 꼭 필요할 것이다.


반면에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대형 이벤트를 급조해낼 수 있을 정도로 국가의 힘이 강한 나라들엔 국제적 팝스타 군단이 없다. 예컨대 중국은 얼마든지 대형 이벤트를 순식간에 조직해낼 수 있을 것이지만 무대에 세울 팝스타를 보유하지 못했다.


오직 한국만이 국가적 이벤트로서 초대형 음악 행사를 바로 조직해낼 정도로 국가의 힘이 강하면서, 동시에 국제적 팝스타들을 집단적으로 보유했다. 그러한 한국이 특색이 그대로 발휘된 행사였다.


최근에 미국 롤라팔루자 페스티벌 무대를 통해 세계적 화제를 만들어낸 뉴진스를 비롯해, 4세대 걸그룹 선두 주자 중 한 팀인 아이브, NCT DREAM, ITZY, 마마무, 더보이즈 등의 팝스타들이 동시에 ‘잼버리 K팝 콘서트’에 선 것이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가 준비 부실로 인해 각국 참가자들로부터 혹평을 받자 우리 입장에선 확실한 반전 카드가 필요했다. 세계의 스카우트 대원들이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받은 채로 떠나도록 할 순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호의적으로 돌릴 결정적 한 방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 한 방이 케이팝 공연이 된 모양새다. 갑작스런 태풍 소식으로 개최가 힘들었지만 공연장을 두 번이나 바꾸면서 사활을 걸고 추진했다. 실제로 효과도 있었던 것 같다. 잼버리 참가자들이 케이팝 공연에 열광했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이 일을 통해 케이팝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한국이 이미지 개선을 위해 자신 있게 세계에 내세울 대표적인 자산이 바로 케이팝, 또는 한류 콘텐츠인 것이다.


이번뿐만 아니라 우리 국가는 중요한 홍보가 필요할 때 으레 케이팝 또는 한류를 내세워왔다.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에 방탄소년단을 내세웠고, 이전 정부 때도 케이팝 스타들이 사실상의 국가 홍보 대사 느낌으로 활동했었다.


하지만 우리 국가가 케이팝계를 위해 특별한 지원을 했다는 이야기는 없다. 지원을 하기보단 도움을 받거나 활용을 하는 측면이 더 커 보인다. 해외 언론이나 연구자들이 케이팝을 폄하하면서 내세우는 대표적인 논리중 하나가 바로 정부지원론이다. 한국이 수출 산업을 육성했듯이 케이팝도 정부가 지원해 키웠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그들의 선입견, 편견에 불과하다. 이번 ‘잼버리 K팝 콘서트’에서 나타났듯이 케이팝 업계는 지원을 받기보단 도움을 주는 쪽이다.


국제적 팝스타들의 스케줄은 결코 여유롭지 않다. 이번 콘서트에 참여하기 위해 크고 작은 희생들이 있었을 것이다. 사전 준비 기간 없이 대형 공연을 소화하는 것도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의 이러한 역할을 우리 공동체가 기억해야 한다.


이번에 잼버리의 실책을 만회한 것 말고도 케이팝 또는 한류의 영향력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요즘 싱가포르, 몽골 등에서 한국 편의점이 성장세인데 그 배경에 케이팝, 드라마 등 케이컬쳐 붐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화장품의 대일 수출이 급증했는데 그것도 한류 영향이라고 한다. 르세라핌의 은채가 일본에서 화장품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한국산 샤인머스캣 해외 판매 현황을 분석해보니 해외 소비자중 한류 지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많이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근본적으로 케이팝, 한류 등이 한국의 국가인지도와 호감도를 끌어올려 한국인, 한국 문화, 한국 상품 전반에 파급효과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영향력이 막강하다보니 어느 정부든지 케이팝이나 한류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여기는 경향도 나타난다.


하지만 문화는 국가, 정치 등과 엮이면 전파력에 한계가 생긴다. 세계 누구라도 한국 문화를 거부감 없이 즐기도록 하기 위해선 한류에서 한국의 국가이익이 부각되는 걸 최소화해야 한다. 이번과 같은 특별한 행사에 페스티벌을 열 순 있겠으나, 앞으로 어느 정부든지 가능한 한 케이팝 스타와 거리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신 소리 소문 없이 뮤지션, 창작자 등 대중음악계의 저변을 지원하면 더욱 풍성한 케이팝이 자라날 것이고 한국의 더 큰 자산이 될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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