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등 文 비위 폭로
조국 "공익신고자 코스프레" 비판에
김태우 "도둑놈이 신고자 탓 해" 반격
사면으로 명예회복, '강서구' 재출마 암시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국민의힘 소속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의 재출마 여부를 놓고 당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 동안의 다툼이 공익신고를 인정 받기 위한 측면이었다는 점과, 결국 누명을 벗게 됐다는 점에서 '투사'의 이미지를 가질 수는 있지만, 재출마했을 때 당을 향한 수도권의 여론이 흔들릴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강서구청장 공천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김 전 구청장이 이번 선거 재도전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당에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성태 국민의힘 중앙위의장은 16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오는 10월 11일 치러지는 강서구 보궐선거에 김 전 구청장이 공천될 가능성에 대해 "강서 지역은 보수 진영에서 볼 때는 험지"라며 "당헌·당규상 우리 당이 귀책의 사유로 재보궐선거가 발생했을 때 후보를 내지 않았던 그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할 것인지, 공직선거법 위반도 아니고 파렴치범도 아니라는 이유로 다른 판단을 할지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관 출신인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하던 2018년 말 특감반과 관련한 의혹을 폭로했다. 김 전 구청장의 폭로 중 대표적인 의혹인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대법원에서 징역 2년 실형, 신미숙 균형인사비서관은 집행유예를 확정을 받으며 '공익신고자'로 인정받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공익신고' 주장과 달리 김 전 구청장은 이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당하게 됐다. 당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김 전 구청장이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언론 등을 통해 누설했다는 혐의를 들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에 김 전 구청장은 2021년 1월 1심을 담당한 수원지법으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그가 폭로한 내용 중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금품수수 의혹 등 비위 첩보 △특감반 첩보 보고서 △김상균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비위 첩보 △공항철도 직원 비리 첩보 △KT&G 동향 보고 유출 관련 감찰 자료 등 총 5건이 공무상 비밀이라고 봤다. 결국 대법원은 올해 5월 김 전 구청장을 향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이에 김 전 구청장은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김 전 구청장은 이 과정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김 전 구청장이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을 당시 민정수석이 조 전 장관이었기 때문이다. 김 전 구청장은 특히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뇌물 등 비리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민정수석실이 이에 대한 감찰을 무마했단 의혹을 폭로했고, 조 전 장관은 이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그 결과 조 전 장관은 유 전 부시장의 비리 의혹을 무마한 혐의로 지난 2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유 전 부시장은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당시 법원은 조 전 장관을 향해 "정치권의 청탁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던 감찰을 중단시킨 것으로 죄질이 불량하고 죄책도 무겁다"며 선고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태우는 청와대에서 쫓겨나자 내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유재수 감찰 중단 사건' 등을 언론에 유포해 '공익 신고자' 코스프레를 했다"며 김 전 구청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김 전 구청장은 이에 맞서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도둑놈을 잡으라고 신고했더니, 도둑놈이 신고자 보고 나쁜 놈이라고 한다"며 "조국씨는 민주당 비리 정치인과 관료의 정당한 감찰을 무마하고, 감찰권을 악용해 반대 진영의 약점을 캔 '최악의 민정수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국씨 등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공익신고자를 겁박하고 모욕하고 있지만, 기실 저 김태우를 정식공문으로 공익신고자로 지정한 정부는 '문재인 권익위'였다"며 "조국이 유죄면 김태우는 무죄다. 이게 상식이고 정의고 법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국민권익위원회는 김 전 구청장의 폭로와 관련해 "김 전 수사관을 공익신고자라고 지칭한 것은 김 전 수사관이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조에 따라 284개의 공익침해행위 대상법률에 해당하는 공익신고를 한 사람이라는 의미"라는 내용의 자료를 내기도 했다. 당시 권익위원장은 문 정권에서 임명된 박은정 전 위원장이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윤 정부는 지난 15일 광복절을 맞아 김 전 구청장을 특별사면자 명단에 포함했다. 정부는 김 전 구청장의 사면에 대해 "김 전 구청장의 경우 수사와 재판을 받은 지 4년 이상 장기간 경과된 점도 고려됐다"며 "또 내부 고발자였던 점도 감안돼 판결이 확정된 지 오랜 기간 안 됐지만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김 전 구청장은 공익신고자로서의 지위를 사실상 인정받은 데다, 사면까지 받았으니 다시 출마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김 전 구청장은 "사면을 결정해 주신 윤석열 대통령님과 정부 당국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강서구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기도 했다.
다만 강서구청장 보궐 재출마에 대해 당내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김 전 구청장의 법적 다툼과 복권은 환영하고 또 의미 있는 일이지만, 보궐 공천은 다른 문제라는 게 요지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김 전 구청장이 한 일은 백 번 다시 생각해도 옳은 일이고, 본인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겠지만, 선거는 또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가 내년 총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만큼 공천을 한다면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는게 맞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이날 CBS라디오에 나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앞으로의 수도권 표심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며 "이거는 저희가 어마어마한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는 건데 그랬다가 저희가 스코어 차이가 많이 나서 참패하면 지금 지도부는 그걸 어떻게 버텨내겠느냐"고 주장했다.
반면, 사면이 된 만큼 재기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김 전 구청장 입장에선 명예회복을 노리는 것이 당연하다"며 "당장 이번 구청장 선거가 아니더라도 차기 총선에 나와서 명예를 회복하는 것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