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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성배’ 中 배터리, 마실 것인가 뱉을 것인가


입력 2023.08.18 06:00 수정 2023.08.18 06:00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최근 한중 배터리 합작 투자 발표액 5조 중 전구체 부문 과반

중국과 합작 시 ‘게임체인저’ 미국 IRA 세제혜택 배제될 위험

중국 외 다른 선택지 없으며 단가, 기술력 등 에서도 우위

전라북도 군산시에 위치한 새만금국가산업단지 모습. ⓒLG화학

한국 배터리 관련 업체들이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 중국 배터리 소재 업체들과 잇달아 손잡고 있다. 주요 시장인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과의 협업은 ‘독이 든 성배’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외 대체하기 어려운 전구체 등을 국산화하기 위해 중국 배터리 소재 업체들과 합작사를 설립하고 있다.


최근 4개월간 한중 배터리 합작 투자 발표액은 5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특히 전구체 부문에서 전체 투자액의 과반을 차지하며 많은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전구체는 배터리의 ‘심장’인 양극재 원가의 약 60%를 차지하는 핵심 원재료인데 다른 중국 의존도 높은 핵심광물보다 중국 외 다른 선택지가 없다.


SK온과 에코프로는 지난 3월 중국 재활용 전문업체 거린메이(GEM)와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전북 군산시 새만금국가산업단에 전구체 공장을 설립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공장은 2024년 완공을 목표하고 있으며 연간 5만t을 수준을 생산할 예정이다.


LG화학은 4월 유관기업들과 새만금에 1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전구체 공장 투자MOU를 체결했다. 협약 투자자로는 LG화학과 합작사 설립을 추진 중인 화유코발트가 참여한다. 공장은 올해 착공을 목표하고 있으며 1차로 2026년까지 5만t 양산 체제를 갖춘 뒤 향후 2차로 10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은 5월 전남 광양에 화유코발트와 1조2000억원을 투자하는 전구체와 고순도 니켈 원료 생산라인 투자MOU를 맺었다. 이어 6월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은 글로벌 전구체 시장 1위 업체인 CNGR과 니켈과 전구체 생산 공장을 짓기로 MOU를 체결했다. 3사는 경북 포항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해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한중의 활발한 합작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려서 나온 결과다. 중국은 미국에서 공급망 의존도 분산을 위해 자국을 배제하는 상황에서 한국으로의 투자를 돌파구로 삼고 있다. 국내 합작 공장 앞세워 미국 시장 우회 진출을 노리는 것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공급망 국산화 차원에서 중국 업체들이 필요하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여기에 전구체 시장에서 선진적으로 개발해온 중국의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다만 한국 기업으로서는 큰 리스크를 안고 내린 결정이다. IRA는 기본적으로 중국을 배제하려는 성격을 띠는데 중국과의 합작으로 IRA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IRA 세액공제는 ‘게임체인저’로 불릴 만큼 중요한 경쟁력으로 꼽히고 있어 큰 손해를 감수하는 선택이다. 이에 LG화학은 4월 실적발표에서 문제가 된다면 화유코발트 지분을 전량 매입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등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외우려단체(FEOC) 포함 여부 등에 관한 IRA 세부지침은 이달 중으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직 IRA 세칙이 발표되기 전 이런 결단이 위험요소가 크다고 바라보기도 하지만 국내 배터리 업체들로서는 사실상 선택지가 없었다. 글로벌 전구체 시장은 대부분 일본, 중국, 한국이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기술력은 좋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한국 업체 만으로는 수요가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후에 IRA 세칙 발표 후 대응을 나서게 되더라도 중국과의 협업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배터리 업계 전문가는 “중국의 품질이 좋으면서 단가도 유리하기 때문에 중국으로 옮겨갈 수 밖에 없다”며 중국과의 전구체 협업은 ‘차선이 아닌 최선의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업체와는 기존에도 협업을 하고 있어서도 효율적인 측면에서도 고려된 사안으로 볼 수 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교수는 “이미 중국 업체와 합작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중국 제품도 충분히 좋은데 굳이 일본과 새롭게 협업할 필요도 없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일본은 전구체를 하더라도 (한국 주요 배터리인) 니켈코발트망간(NCM)이 아닌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중심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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