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동조합(제3노조), 24일 성명 발표
이사가 이사회 회의록을 못 보는 이상한 조직이 있다. MBC 관리·감독 기관인 방문진이 지금 그렇다.
사퇴한 임정환 이사 후임으로 임명된 차기환 이사가 최근 김윤섭 방문진 사무처장에게 외부에 비공개 처리된 이사회 회의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새로 취임한 방문진 이사가 업무 파악을 위해 이사회 회의록을 보겠다는 걸 막은 것이다.
김윤섭 사무처장은 권태선 전임 방문진 이사장이 불허했다는 이유를 댔다. 차기환 이사가 강중묵 이사장 권한대행에게 다시 요구하니 전임 이사장의 결정이라며 역시 거절했다. 이유가 참 구차하다. 대한민국 법률 어디에 전임 방문진 이사장의 결정을 바꾸면 안 된다고 쓰여 있는가. 권태선 강중묵이 뭔가를 숨기려는 게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다.
차기환 이사가 보겠다는 회의록은 방문진 이사 해임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한다. 현재 김 모 방문진 이사가 해임 사전통지 상태이다. 방통위 홈페이지에 게재된 해임 사유를 보면 'MBC 경영 관리·감독 의무 위반' '부적절한 이사회 운영' 'MBC 감사 업무 독립성 침해' 등 추상적으로 적시돼 있다. 해당 회의록 내용을 살펴 구체적인 해임 사유를 확인하고 방문진의 부적절한 운영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요지부동이다.
강중묵 이사장 권한대행은 오는 9월 5일 정기이사회 때 비공개된 속기록을 보여줄 것인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방문진에 아직도 민주당 추천 이사들이 5명으로 다수라는 사실을 믿고 하는 말일 것이다. 도대체 민주당 추천 이사들이 동료 이사의 업무방해라는 위법을 감수하면서까지 숨기려는 게 무엇일까. 편파 왜곡 방송의 조장은 물론, 부실경영 방치, 나아가 비리와 범죄 의혹 단서들이 들어있는 건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
회의록뿐 아니다. 김윤섭 방문진 사무처장은 방통심의위에서 법정제재 또는 행정지도를 받은 MBC 기사들의 자료를 달라는 차기환 이사의 요청에 '방문진에 그런 자료가 없다'고 답변했다. 김윤섭 사무처장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면 더 큰 문제이다. 법정제재 벌점이 누적되면 자칫 MBC가 방송 재허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방문진이 그런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MBC 관리·감독을 한다더니 MBC가 없어질 수 있는 일에도 관심이 없나 보다.
방문진은 이제라도 공개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해주기 바란다. 이번 정기이사회 안건으로 김도인 지성우 차기환 이사가 공동 제안한 '방통위와 감사원 요구 자료 제출'에 적극 동의한다. 그동안 방문진의 자료제출 거부로 MBC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감사원 감사 및 방통위 감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MBC는 치외법권 지역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의 재산을 위임받아 방송에 종사하는 기관인 만큼 더 큰 책임감으로 국민 앞에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지난 2015년 법원은 감사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MBC 사장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당시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피고인이 적법한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아서 감사원의 감사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게 하였는바 그 법적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지금의 방문진 행태와 큰 차이를 찾지 못하겠다.
권태선 전임 이사장의 업무 파행에 조력하고 여권 추천 이사들을 사실상 능멸하고 있는 김윤섭은 당장 방문진 사무처장 자리에서 내보내야 한다. 또한 MBC노조는 일부 방문진 이사들의 감사원 감사와 방통위 감독 방해가 계속된다면 사법당국에 고발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경고한다.
2023년 8월 24일
MBC노동조합 (제3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