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소식이 알려졌다. 더팩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주호민 측 국선변호인이 법원에 주호민 아들의 특수교사를 처벌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특수교사 측의 언론 인터뷰와 편향된 언론 보도가 피해 아동의 잘못을 들추고 있다 ... 이로 인해 피해 아동의 부모가 마치 가해자로 전락해 일과 일상을 모두 잃게 됐다’며 ‘정서적 아동학대 사실이 명백하니 피고인에 대해 유죄를 선고해주시길 바란다’는 내용이라고 알려졌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도 함께 첨부했다고 한다.
이 소식이 놀라운 이유는 주호민이 지난 입장문에서 선처를 요청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상대 선생님이 교사로서 장애 아이에게 잘못된 행동을 한 과오가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면서도 ‘아내와 상의하여 상대 선생님에 대해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직위해제 조치와 이후 재판 결과에 따라 교사의 삶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여기까지 와버렸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라도 가능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었다.
이 말이 당연히 지켜질 줄 알았는데 의견서 내용이 반대로 나왔다는 것이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충격적이다. 주호민은 ‘재판 결과에 따라 교사의 삶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했었다. 지금 유죄 판결을 요구한다는 건 교사의 삶이 크게 위협받아도 괜찮다는 것 아닌가?
지난 번 선처를 언급했을 때와 지금 달라진 상황이 없다. 해당 교사가 과거에 주호민의 아들에게 한 행위 때문에 벌어진 재판이다. 주호민이 그 교사의 또 다른 잘못을 뒤늦게 발견한 게 아니라면, 과거의 행위는 이미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내용이 달라지지 않았다. 똑같은 내용에 대해 지난 번엔 선처하겠다고 했고 지금은 아닌 것이다.
결국 달라진 건 주호민의 마음이라는 얘기다. 왜 지금은 그 교사의 삶이 크게 위협받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됐을까? 아래의 문구에서 그의 심경을 엿볼 수 있다.
‘특수교사 측의 언론 인터뷰와 편향된 언론 보도가 피해 아동의 잘못을 들추고 있다 ... 이로 인해 피해 아동의 부모가 마치 가해자로 전락해 일과 일상을 모두 잃게 됐다’
특수교사의 어떤 인터뷰를 문제 삼는지는 알 수 없는데, 언론의 보도가 주호민에게 부정적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인터넷 여론도 매우 부정적이었고 그로 인해 주호민은 힘든 처지가 됐다. 그런데 이건 그 교사의 인터뷰 때문에만 벌어진 사태가 아니다. 많은 누리꾼들이 이 사건 소식을 들었을 때 각자의 판단으로 공분했고, 언론 보도도 그런 논조로 나왔다.
많은 이들이 각자의 생각으로 비난했던 것인데 이걸 이유로 교사의 유죄를 요구하는 건 화풀이 같은 느낌을 준다. 자신이 당한 피해 때문에 교사에게 앙심을 품게 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현재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고 ‘피해자인 내 가족만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는 건 부당하다’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이미 주호민의 삶이 크게 위협받았기 때문에 교사의 삶도 위협받아야 한다는 이에는 이 대응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 한편으론 자신의 억울함을 증명하기 위해 이 방법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주호민이 지금 교사에게 과잉대응했다며 질타를 받고 있는데, 그 교사가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자신의 대응이 정당했음이 증명된다고 여겼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가해자 이미지가 덧씌워진 자신과 아들이 피해자로 인정받을 길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반면에 무죄가 나오면 자신이 과잉대응했다고 증명되는 셈이니까 그걸 피하려고 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말 그 교사가 유죄 판결로 처벌받는다고 해서 주호민 측을 향한 시선이 달라질까?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 교사가 아주 큰 잘못을 했다는 것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어느 정도 잘못으로 유죄 판결 받아도 대중의 동정론은 교직 인생이 무너진 그 교사에게 향할 것이다. 그 경우 주호민에겐 더 큰 비난이 갈 것이고 가해자 이미지도 강화될 것이다. 주호민과 그 가족의 처지가 더 힘들어지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그나마 주호민 측의 피해를 줄일 길은 그 교사의 매우 큰 잘못을 증명하든지, 아니면 그 교사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것뿐이다. 해당 교사가 이 재판으로 별 피해를 당하지 않고 교직 생활을 밝게 잘 이어가야 주호민을 향한 비난도 줄어들 것이다. 그러니까 교사의 큰 잘못에 대한 증거가 없다면, 그 교사를 선처하는 것이 주호민을 위해서도 최선의 선택이라는 얘기다.
그 교사는 지금까지 겪은 홍역만으로도 이미 큰 불이익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 교사가 과연 이 정도 불이익으로도 모자라 교직 인생이 파탄 날 정도의 처벌까지 꼭 받아야 하는지 주호민이 숙고해볼 일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