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장동 의혹 집중 보도되자 김만배가 본격적 대비 나섰다고 의심
김만배, 신학림과 인터뷰서 "내가 이재명 욕 많이 했지…X같은 X끼"
'공산당' 표현, 인터뷰 2년8개월 전 화천대유 대표 이성문 법정 증언서 나와
이재명·김만배, 하루 차이 두고 3년전 재판서 나온 특정 표현 소환해 의혹 반박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후 '프레임'을 돌리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022년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투자회사 대표가 저보고 빨갱이 공산당 같다고 했다"고 말하자 김 씨는 다음날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공산당 같은 X끼 했더니"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김 씨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인터뷰했다고 지목한 날짜의 하루 전 이재명 대표(당시 경기도지사)가 공교롭게 비슷한 표현으로 자신에 대한 의혹을 반박했다는 점에도 주목해 상황을 면밀히 재구성하고 있다.
신 씨가 김 씨와 인터뷰했다는 날은 2021년 9월15일이다. 신 씨는 대장동 의혹 보도를 보고 사실관계를 묻기 위해 20여년 만에 김 씨의 연락처를 구해 만났다고 주장한다.
대장동 의혹은 2021년 8월31일 경기 지역 한 일간지에서 처음 제기했다. 보도 직후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2021년 9월12일 장기표 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국회 기자회견으로 불이 붙었다.
검찰은 김 씨가 이틀 뒤인 9월14일부터 대장동 의혹이 집중적으로 보도되자 본격적인 대비에 나섰다고 의심한다. 검찰은 김 씨의 범죄수익은닉 혐의 공소장에 '9월14일께 휴대전화 기기와 번호를 모두 바꾸고 김수남 전 검찰총장을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고 적었다.
그러고서는 바로 다음날 신 씨를 만나 문제의 인터뷰를 한 것이다. 인터뷰 내용 중에는 "이제 또 땅값 올라가니까, 이재명 시장이 '터널도 뚫어라', '배수지도 해라', '저류지에…'", "내가 욕을 많이 했지. X같은 X끼, XX놈, 공산당 같은 X끼 했더니"라고 비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인터뷰 하루 전 이 대표는 대장동 의혹에 대해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이 대표는 자신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도로공사 비용 등을 추가 부담시킨 점을 거론하며 "투자회사 대표가 법정에서 저보고 빨갱이 공산당 같다고 했다"도 말했다.
'공산당'이라는 표현은 이 시점에서 2년8개월 전인 2019년 1월17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때 화천대유 대표 이성문 씨 증언에서 나온다. 이 씨는 당시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업적을 과장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성남시가 공산당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올 정도로 요구사항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하루 차이를 두고 이 대표와 김 씨가 거의 3년전 재판의 특정 표현을 소환해 의혹에 반박한 셈이다.
이 대표의 기자회견을 본 김 씨가 이튿날 '공산당'이라는 표현을 신 씨와 인터뷰에서 인용했을 수 있지만 검찰은 인터뷰 전후 이 대표 주변과 김 씨의 움직임을 자세히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문 씨의 '공산당' 발언과 관련해서는 재판 전 이 대표 측 변호인과 사전에 '증언 연습'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김 씨는 대선판을 뒤흔든 '대장동' 의혹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인터뷰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의 인터뷰 중에는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가 2011년 대검찰청에서 부산저축은행 비리로 조사를 받을 때 주임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당시 중수2과장)이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내용도 담겼다.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은 2021년 10월 초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민주당은 '윤석열의 부실 수사가 대장동 종잣돈으로 이어졌다'는 프레임으로 대장동 의혹을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했다. 이 대표도 "구속될 사람은 내가 아닌 윤석열"이라고 압박했다.
이와 관련해 김 씨는 조 씨에게 "내가 사건을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갈 테니 너는 모르는 척해라", "대선 끝나고 나중에 아니라고 하면 된다"라며 입단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이렇게 말한 시점은 대장동 일당인 정영학 씨가 자신과의 대화 등이 담긴 녹취록을 검찰에 2021년 9월27일 제출한 사실을 알게 된 뒤로 알려졌다.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은 대선을 2주 정도 앞둔 지난해 2월21일 방송에 보도되면서 대선판의 이슈로 재부상했다.
남욱 씨가 2021년 11월19일 검찰에서 "조 씨가 중수부 조사를 받을 때 주임 검사가 커피를 타 줬고, 그 사람이 윤석열 검사라고 들었다"고 진술했다는 보도였다.
하지만 이는 남 씨가 2021년 12월께 조 씨와 대질조사에서 번복하기 전 진술이다. 조 씨는 검찰에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후 뉴스타파는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해 3월6일 이 진술과 일치하는 내용이라며 신 씨가 한 김 씨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검찰은 김 씨의 공소장에 '김 씨가 정영학씨의 녹취록 검찰 제출 사실을 알게된 뒤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2021년 9월 말께 이 대표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두 차례 통화했다'는 내용도 적시한 바 있다.
검찰은 문제의 인터뷰를 전후로 김 씨가 접촉한 인사 등을 확인해 인터뷰가 성사된 배경과 조작·공모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