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수석실서 국정기획수석실로 이관
힘 싣는 조치…'국민통합' 업무·기능에 탄력
尹, 통합위 1년 성과 극찬…국무위원들에게
"부처 중장기계획·정책에 반영해달라" 주문
윤석열 대통령 직속 1호 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가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극찬을 받으면서 역대 정부에서의 통합 관련 위원회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위상을 갖게 됐다는 관측이다.
1기 통합위의 업무보고에 만족한 윤 대통령이 직접 문구를 작성한 편지를 국무위원들에게 나눠주면서 통합위에서 제안한 정책을 각 부처에 적극 반영하라고 주문한 것은 물론, 기존 시민사회수석실에서 국정기획수석실로 소속을 옮겨 더욱 힘을 실었다. 이에 새로 출범할 2기 통합위가 목표로 삼은 소상공인 자생력 제고, 청년 주거 여건 개선 등 업무와 기능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지난달 중순 기존 시민사회수석실에서 국정기획수석실 소관으로 업무가 이관됐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현 정부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업무 관할이 시민사회수석실에서 국정기획수석실로 이관된 것은 통합위의 업무 추진에 더 큰 힘을 싣고, 행정 각 부의 정책 기획 및 추진 과정에서 이를 반영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이 같은 통합위의 위상 강화는 1기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내놓은 1년간의 성과 보고에 윤 대통령이 크게 흡족해하면서 이뤄졌다. 통합위는 지난달 2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1주년 성과보고회 및 2기 출범식'을 열어 지난 1년간의 주요 성과와 2기 운영계획 등을 보고했다.
통합위는 1년간 다양성 존중, 사회 갈등 완화 및 신뢰 회복, 국민통합 가치 확산 등을 위한 15개 과제를 선정해 추진해온 바 있다. 이 같은 성과는 지난 1년간 4개 분과와 11개 특위에서 총 700여회에 달하는 치열한 회의를 거쳐 도출된 결과물이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3개 특별위원회(특위)의 상반기 대표과제 결과 보고도 눈에 띈다. '자살위기극복특위'는 △자살예방 범부처 연계·대응 강화 △유해한 미디어 환경 개선 △우선 시급한 청소년·경제위기군 우선 관리 등을 비롯한 통합 상담번호 운영을 제시했다.
'자립준비청년과 함께 서기 특위'는 △중도 퇴소 아동 등 사각지대 해소 △지자체 중심 맞춤형 지원 △사회심리 지지망 강화 등을 내놨다. '민생사기 근절 특위'는 △AI활용 사기경로 차단 △세대별 사기예방 교육 △상습적 중대 사기범 처벌강화 등 생활밀착형 대안을 보고했다.
통합위의 성과를 향한 윤 대통령의 만족감은 나흘 뒤인 지난달 29일에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표출됐다. 우선 윤 대통령은 통합위가 제출한 '논의내용 요약 보고서' 책자를 70부 인쇄해 국무회의 참석자들의 자리에 비치하도록 지시했다. 통합위가 1년 동안 제시한 국민적 관점에서의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자유와 연대·국정기조·헌법정신 등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과제들을 각 부처가 이해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필독'을 주문한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통합위가 이민자나 이주자 가족 문제를 제일 먼저 제시한 것에 대해 큰 만족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청 논의가 진행될 때마다 청년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 어떤 부처도 쉽게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는데, 통합위가 이민자 이슈를 정책으로 제안하면서 한 달 만에 국민 여론이 '이민청의 필요' 쪽으로 쏠리게 됐다는 점에 흡족해했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모든 국무위원에게 직접 작성한 서한을 배포해 "(국민통합)위원회는 시의성 있는 현안과 부처에서 다루기 어려운 과제를 대상으로 다양한 의견수렴과 공론화를 통해 국민적 관점에서 차별화된 정책대안을 도출했다"며 "위원회에서 도출한 과제별 정책 제안과 계획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부처의 중장기 계획과 정책에 적극 반영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이런 식으로 서한까지 보내 독려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 서한 문구는 윤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다는 후문이다.
윤 대통령의 만족감은 지난달 25일 출범한 2기 통합위의 운영을 적극 도와달라는 취지의 당부로 이어졌다. 중장기적으로 개별 부처가 할 수 없는, 부처 칸막이를 넘어선 일을 기획하는 게 통합위의 역할인 만큼, 통합위를 대통령 직속의 중장기 기획팀으로 여기며 조력해달라는 주문이다.
부처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일들이 어려움에 막혔을 때 통합위에 토픽을 던져 연구해달라고 부탁하라는 제안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각 부처에선 국무회의 직후 '통합위 논의내용 요약 보고서'를 더 배포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고, 결국 해당 보고서는 추가 인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치권은 자연스럽게 통합위 2기의 활동과 위원회를 이끄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통합위는 지난 25일 이해선 한국마케팅협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기획분과위원회을 새로 꾸렸고, 김민전 경희대 교수를 앞세운 정치·지역분과위원회의 위원들도 새로 임명했다. 또 경제·계층분과위원회는 유병준 서울대 교수가 위원장으로 이끌게 됐으며, 김석호 서울대 교수는 사회·문화분과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이렇게 꾸려진 2기 위원회는 '청년과 사회적 약자'를 주제로 시의성 있는 추진과제 12개를 선정하는 등 활동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특히 최근 국민통합에 필수적이라 여겨지는 '청년 주거 여건 개선'과 '소상공인 자생력 제고'를 위해 특위도 추가로 신설한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윤 대통령은 2기 위원들에게 환영과 감사를 표하면서 "자유·인권·법치라는 보편적 가치 확산을 위한 통합위원들의 역할"을 당부했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위원회가 더욱 책임감을 갖고 신뢰성 있는 정책 대안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한다"며 "2기 위원회는 갈등의 근본 문제를 적극 다루면서 국민통합의 매개체로서 역할을 다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극과 극으로 치닫는 양극화 이슈가 쟁점인 상황에서 통합을 진심으로 연구하고 관련된 정책들을 고민하는 (국민통합)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며 "통합위에서 나온 정책 제안이 각 부처로 가게 됐고, 실제 삶에 적용될 일만 남은 만큼 국회 입장에서도 통합을 도울 수 있는 입법 과제들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