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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치검찰에 연민 느낀다"…檢 "12일 재소환" [이재명 검찰 다섯 번째 출석 ②]


입력 2023.09.10 00:00 수정 2023.09.10 00:00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조사 11시간만에 귀가

단식 10일차…조사 전후 "정치검찰" 날 세워

조사 절반만 진행…소환 일정엔 "날짜 협의"

민주당 "추가 소환, 망신주기식 검찰 규탄"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검찰 조사가 이 대표의 건강상 이유로 8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이 대표는 열흘째 단식 중이다. 검찰은 이 대표 측에 12일 다시 출석해 조사를 받을 것을 통보했으나 이 때 실제로 이 대표가 출석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수원지방검찰청은 9일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 대표에 대해 오전 10시 30분부터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으나, 이 대표로부터 건강상 이유를 들어 더 이상 조사받지 않겠다는 요구를 받아 피의자 조사를 오후 6시 40분 중단했다"라고 밝혔다. 이후 3시간 가량 조서를 열람한 이 대표는 조사 11시간만에 검찰 조사실에서 나와 "정치검찰에 연민을 느낀다"는 소회를 토로했다.


수원지검은 이 대표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나머지 조사를 위해 오는 12일 오전 10시30분 다시 출석을 할 것을 통보했다. 다만 이 대표 측은 12일 재소환 통보와 관련해 "일정이 생겨 출석이 어렵다. 추후에 다시 정하자"며 거절했다.


이와 관련해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조사 종료 후 서면 브리핑을 내서 "검찰은 시종일관 시간끌기 식의 질문이나, 이미 답한 질문을 다시 하거나, 기록을 남기기 위한 질문 등으로 시간을 지연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검찰의 일방적 추가 소환은 검찰의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점만 강조될 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충분히 신문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지만 추가 소환까지 요구하는 검찰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추가 소환을 이미 염두에 두고 망신주기식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을 강력 규탄한다"라고 덧붙였다.


당초 검찰은 이날 조사를 마무리하고 앞서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진행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과 묶어 구속영장 청구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조사가 마무리되지 못하면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시점은 더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재출석을 통보한 12일은 이 대표가 단식 13일차를 맞기 때문에 정상적인 조사가 어려워 검찰 조사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 또한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추석 연휴 전 이 대표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지난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가 냈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조성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를 비롯, 당시 북측이 요구한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지급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가 쌍방울의 대납을 인지하고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로써 윤석열 정부의 국정난맥상을 비판하며 시작한 단식 열흘째에 접어들었다. 단식 직전에는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스토킹'이라고까지 표현한 바 있다. 동시에 이날 이 대표는 당대표 취임 후 다섯 번째 검찰 조사를 받았다. 앞서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성남FC 불법후원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네 차례 검찰에 출석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식사를 거른 채 2시간 조사 후 20분간 휴식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받았으며, 오전 조사 이후에는 점심 식사 대신 휴식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의료진도 대기시켰다.


이 대표는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서면 진술서를 제출하고, 진술서로 답변을 대부분 갈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질문에 대해선 A4 2장 분량에 달할 정도로 길게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보다 답변 시간이 길어지고 이 대표 측에서 조사 종료를 요청하면서, 도지사 방북비 300만 달러 등 준비된 조사의 절반가량은 이뤄지지 못했다.


조사 들어가기 전 포토라인서 메시지
윤석열 정부를 향해 '반국가세력' 역공
"'내가 국가'란 생각이야말로 전체주의
화무십일홍…권력은 잠시일 뿐이다"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는 검찰 조사 시작 전 페이스북에 '쌍방울 대북송금 대납 사건 검찰진술서 요약'을 올리고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기도 했다. 검찰이 구체적인 물증이 없이 진술에만 의존했다며 강도 높은 비판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진술서 요약 글을 통해서 "쌍방울의 주가부양과 대북사업을 위한 불법 대북송금이 이재명을 위한 대북송금 대납으로 둔갑하고 있다"라면서 "검찰은 수사 및 기소권을 악용해 김성태를 회유·협박해 800만 달러 중 500만 달러는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 대납이고, 300만 달러는 이재명 지사의 방북비 대납이라고 조작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증거라고는 그 흔한 통화기록 같은 물증은 단 하나도 없고, 오직 이화영의 진술과 이화영에게 전해 들었다는 김성태의 진술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대표는 검찰 조사 전 포토라인에서 미리 준비한 메시지를 읽으면서 윤석열 정부를 '반(反)국가세력'이라고 표현했다.


이 대표는 "국민주권을 부정하는 세력이야말로 반국가세력이다. '내가 국가다' 그 생각이야말로 전체주의"라면서 "화무십일홍이라 했다. 권력이 강하고 영원할 것 같지만 그것도 역시 잠시일 뿐이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은 반드시 심판받았다는 것이 역사이고 진리"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정치검찰을 악용해서 조작과 공작을 하더라도 잠시 숨기고 왜곡할 수는 있겠지만 진실을 영원히 가둘 수는 없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오후 9시 43분쯤 청사를 떠났다. 이 대표는 청사를 나서는 길에 취재진을 만나 "그저 전해 들었다는 김성태의 말이나 아무런 근거가 되지 않는 정황들, 아무 관계없는 도정에 관한 이야기, 이런 걸로 이 긴 시간을 보냈다"라며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이런 내용으로 범죄를 조작해 보겠다는 정치검찰에 연민을 느낀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내가 무슨 힘이 있겠느냐. 무소불위 검찰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갈 수밖에 없는 패자 아니겠느냐"며 "오늘 조사를 다 못했다고 또 소환하겠다고 하니까 날짜를 협의해서 또 다섯 번째든 여섯 번째든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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