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수소 박람회 'H2MEET' 개막
18개국 303개사 참가… 역대 최대 규모
현대차·한화·포스코, 그룹사 총력 '수소 밸류체인' 과시
우주에서 가장 간단하고도 가벼운 원소이면서,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수소'. 비싼 가격과 고도화된 기술을 필요로 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요 제조 기업들은 수소에 지극히 진심이다. 시장이 언제 활성화될 지, 수익이 날 지 미지수지만 전기와 더불어 가장 각광받는 친환경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13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수소 산업 전시회 'H2MEET'에서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수소 에너지 기술력이 고도화됐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주요 대기업들 뿐 아니라 수소 저장, 운송, 활용 등 각 관련 부문의 기술을 연구하고 상용화하는 국내외 중소기업들도 대거 참가하면서 역대 H2MEET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열렸다.
이날 전시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스는 단연 그룹사 역량을 총동원한 수소 밸류체인을 선보인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 포스코그룹이었다.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올린 주역인 동시에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몰리던 굴뚝 기업들에게 수소 에너지는 까다롭지만 결국엔 닿아야 할 목적지로 인식되고 있었다.
◆ 그룹사 역량 총동원… "우리 기술력이 최고"
우선 현대차그룹은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수소로 전환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 폐플라스틱, 바이오가스 등 환경을 해치는 폐기물을 친환경 에너지인 청정 수소로 탈바꿈하는 기술이다.
이날 전시된 '엑시언트 수소 전기트럭 청소차'는 현대차의 방향성을 잘 담아낸 실증 모델이기도 하다. 겉보기엔 일반 청소차와 비슷해보이지만, 청소차 안에는 수소 연료 전지 시스템과 수소로 만든 전기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고전압 배터리가 탑재돼있다. 쓰레기를 대량 수거함과 동시에 만들어지는 전기 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지난 3월 인베스터데이에서 발표한 현대차의 중장기 수소 사업 계획인 '수소사업 툴박스'를 일정 부분 구체화해 공개한 것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앞서 수소 생산부터 수소를 통해 전기차 공장, 미래 제철 시설에 에너지원으로 공급하고, 여기서 제조한 친환경 강판으로 자동차를 생산, 수소 충전소를 확충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현대차가 폐플라스틱을 통한 수소 생산과 이를 동력원으로 움직이는 청소차를 선보였다면, 현대건설은 바이오가스를 수소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을 전시했다. 가축분뇨, 음식물 쓰레기 등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수소로 전환해 수소 충전이나 수소 연료전지 발전의 원료로 쓸 수 있다.
일상 속 폐기물을 전환해 만든 청정수소는 현대로템의 '하이그린300' 이라는 천연 수소 추출 기술을 통해 비로소 수소 에너지가 된다. 이어 현대로템의 이동형 수소 충전소인 'H무빙 스테이션'을 통해 이동하며 일상 생활에서 가정용이나 수소 연료전지 발전에 쓰이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서는 '수소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주제보다는 '일상 속 폐기물이 친환경 에너지가 된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향후 자동차 제조 과정 등에도 수소 에너지가 쓰이겠지만, 각 계열사들이 수소를 만드는 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하고 있는지가 이번 전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한화, 한화에너지,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임팩트, 한화파워시스템 등 무려 7개사의 그룹 역량을 한 데 모은 수소 밸류체인을 전시했다. 일상속 폐기물 전환에 주목한 현대차그룹과 달리 한화는 계열사별로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자동차 등 육상에 집중된 현대차그룹과 달리 해운, 방산, 항공 등 더욱 포괄적인 분야에서의 수소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의 각 계열사가 각기 다른 기술력으로 수소를 만들고, 옮기고, 활용하면서 통합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려고 했다"며 "친환경 에너지는 생산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쓰는지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우선 청정 수소 생산 단계에서는 ㈜한화, 한화에너지, 한화솔루션, 한화임팩트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수전해 기술과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를 양산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한화솔루션이 생산된 수소를 트레일러와 고압 탱크를 통해 운반하고, 이렇게 모인 수소 연료는 한화오션의 차세대 친환경 선박인 암모니아 운반선과 수소 잠수함, 한화 에어로스페이스의 UAM과 RAM 등의 동력원이 된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수소연료전지는 이날 최초 전시된 것으로, 이 수소연료전지가 UAM에 탑재되면 국내에서는 최초로 항공 분야 수소 실증에 성공하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스택'이라는 부품이 수소연료전지의 핵심인데, (한화는) 이 부분에 특히 기술력과 경쟁력이 있다"며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수소만 충분히 공급된다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전기 배터리의 활용성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룹 6개사가 참여한 포스코그룹 부스는 화려한 부스 구성으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수소 생산부터 저장, 활용에 이르는 과정을 3D 영상으로 구현해 전면에 내세운 덕이다. 영상을 보는 관람객들은 마치 수소 현장에 방문한 것 처럼 저마다 탄성을 내지르며 몰입했다.
글로벌 수소 생산존에서 전시된 오만 그린수소 프로젝트 모형 역시 높은 관심을 끌었다. 오만 그린수소 프로젝트는 5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단지를 조성하고 연 22만t의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사업으로,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6월 오만 두쿰(Duqm) 지역에 확보한 부지를 이번 전시에서 모형으로 선보였다.
포스코그룹 부스에서 만난 한 관람객은 "수소 저장 관련 업체에서 일하고 있어 동향을 살피기 위해 방문했다"며 "그린수소로 가는 길이 아직은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번 대비 전략과 기술이 더욱 구체화됐다. 수소 업계의 성장이 더딘 것 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H2 MEET 2023은 오는 15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