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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정치세력 공격이 사건 배경…文, 실체 불분명한 사법농단 기정사실화"


입력 2023.09.15 17:25 수정 2023.09.15 17:27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양승태 징역 7년·박병대 징역 5년·고영한 징역 4년…1심 시작한지 1677일 만에 결심

양승태 최후진술 "수사 명목으로 검찰이 첨병 역할…이렇게 노골적이고 대규모인 공격 없었다"

"文, 법원의날 행사서 '사법부 위기' 강력 비판…이 말 하기 위해 전례 없이 참석"

"5년 수사 받으며 수모와 불명예 겪어…사법부 지켜낸 재판으로 기억되면 영광일 것"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1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7년을 구형받고 오전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 있다.ⓒ뉴시스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으로 징역 7년을 구형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최후진술에서 문재인 정부를 겨냥하며 "사법부에 대한 정치 세력의 공격이 이 사건의 배경"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실체도 불분명한 사법농단과 재판거래를 기정사실화했다"고 강조했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재판장 이종민)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사법부에 대한 정치 세력의 공격이 이 사건의 배경"이라며 "수사 명목으로 검찰이 그 첨병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 세력에 의한 사법부 검증은 한 두번이 아니지만 이렇게 노골적이고 대규모로 일어난 공격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그들의 의도는 그해 9월13일 법원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당시 대통령의 축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으로 사법부의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며 "정체도 불분명한 사법농단·재판거래 의혹을 기정사실화하고 사법부 자체 조사를 외면하고 수사를 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사 결과를 외면한 채 수사를 더 해 찾아내야 한다는 것으로, 일국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사법부의 심장인 대법원 중앙홀에 와서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비롯한 많은 법원 가족을 앞에 두고 축사라면서 그런 말을 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전례 없이 참석한 것은 이 말을 하기 위한 것이 틀림없으며, 이는 당시 정치세력이 줄곧 갖고 있던 생각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5년 가까이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온갖 수모와 불명예를 겪고 삶의 보람이 무너진 지금 이 사건이 아미스타드호 사건처럼 정치·검찰 권력의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사법부를 지켜낼 기념비적인 재판으로 기억된다면 지난 고난을 영광으로 알겠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공동피고인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서는 "두 분은 법적 소양이 참으로 뛰어나고 주위 사람으로부터 크게 존경받는 사람이다. 원래 법원행정처장 뜻이 없었지만 내가 삼고초려해서 모셨다"며 "누차 말씀드린 바와 같이 우리 모두에겐 죄가 될게 없다. 만약 죄가 있다면 대법원장인 제가 혼자 벌을 받고자 한다"고 말했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1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7년을 구형받고 오전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 있다.ⓒ뉴시스

앞서 검찰은 이날 오전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 박병대·고영한 대법관에게는 각각 징역 5년,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당사자가 아닌 사법부의 조직적 이해관계까지 고려된다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허용될 수 없다"며 "그런데도 재판독립을 파괴하고 특정 판결을 요구해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는 철저히 무시됐고 당사자들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사법행정권의 최고 책임자인 피고인들이 재판에 개입하여 법관의 도리를 심각하게 훼손한 초유의 사건"이라며 "사법부 스스로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만 사법부가 다시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피고인들의 공모관계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이 기본방침·대응 기조를 승인한 이상 개별 범행에 대한 별도의 의사 연락이 없더라도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심의관은 법원행정처에 근무하게 되면 의사 결정권의 피라미드 속에서 상급자의 의사가 하급자의 의사를 지배한다고 진술했다'며 "이를 통해서도 당시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를 잘 알 수 있고 피고인들의 지시나 승인 없이는 진행되기 어려운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오는 12월22일 선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사법농단 재판은 2019년 2월 시작한 이후 4년 7개월 만에 결론을 내리게 됐다. 공판만 276차례 진행됐고 검찰은 증인으로 211명을 신청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는 재판이 자주 열리지 못했고 양 전 대법원장이 폐암 수술을 받아 공판이 미뤄지기도 했다.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 집행방해 등 47개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 처분 소송,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상고심,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휘 확인 소송 등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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