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C40 타고 2.0 인포테인먼트 체험
자동차계 애플, 소프트웨어 초집중
더 똑똑해진 맞춤형 AI 비서 '아리'
티맵이 탑재된 내비게이션에서 자동으로 목적지가 설정되고, 에어컨은 22도로 맞춰진다. 오늘의 주가와 코스피 알림을 빠르게 확인하고, 응원하는 야구팀의 선발 투수까지 알림 받은 후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린다.
운전석에 올라 아무것도 만지지 않고 이 모든 것이 디스플레이 화면에서 자동으로 실행된다면 믿어질까. 마치 먼 미래의 차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이런 상황은 놀랍게도 볼보의 차에선 허공에 뱉은 한마디만으로 현실이 된다.
지난 14일 강원도 고성에서 진행된 볼보 미디어 시승행사에서는 자동차가 아니라 인포테인먼트가 주인공이었다. 이날 2.0 인포테인먼트를 경험할 차량으로는 볼보의 콤팩트 SUV부터 전기 SUV, 중형 SUV까지 다양하게 준비됐다.
볼보 라인업 중 가장 저렴한 모델을 고르던, 고가 모델을 고르던 차 속에 든 인포테인먼트는 모두 동일하게 똑똑해졌다는 자신감인 듯 하다. 괜한 반항심에 준비된 차량 중 가장 저렴한 XC40 B4 모델을 골라 시승해봤다.
연식변경 모델인 만큼 외관은 익히 알던 얼굴. 차에 올라 시동을 걸기 전까지는 조금도 흥미롭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SUV 라인업 중 가장 저렴하고 덩치가 작은 모델인 만큼 내부 인테리어 역시 고가 모델 대비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볼보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오디오 역시 바워스&윌킨스가 아니라 하만카돈이 탑재되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시동을 건 순간 XC40은 그야말로 '최신식'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차에 오르기 전 볼보 관계자가 시킨 대로 AI 비서 '아리'를 부르고 미리 입력된 루틴 명령을 외쳐봤다. "아리야, 볼보 시승하러 가자."
명령 한 마디에 순식간에 디스플레이엔 이날 시승행사의 목적지가 내비게이션으로 안내됐다. 원래도 말 잘 듣던 아리가 못본 사이 고급 과외라도 받은 모양이다.
이후 '에어컨을 22도로 설정합니다'라는 안내음과 함께 자동으로 공조 시스템이 조절됐고, 삼성물산의 주가와 코스피 지수가 팝업으로 4~5초 가량 떴다가 사라졌다. 이어 SSG랜더스의 전날 경기 결과와 남은 경기 일정 등이 표시됐다.
아리가 제 마음대로 이런 저런 기능을 켜준 것이 아니다. 볼보 측에서 시승행사 전 "볼보 시승하러 가자"는 명령어`로 루틴을 설정해둔 덕이다. 루틴은 이번 2.0 인포테인먼트의 AI 비서 서비스 '누구(NUGU)'의 핵심 기능 중 하나로, 원하는 기능과 정보를 명령어 하나로 자동으로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기능을 사용해보고 가장 먼저 생각한 명령어는 "출근하자"와 "퇴근하자"다. 매일 아침 차에 올라 "아리야, 출근하자"를 외치면 사무실로 목적지가 설정되고, 에어컨을 켜주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실행되도록 설정할 수 있겠다. 출퇴근시를 떠올리니 루틴 기능의 똑똑함이 확 체감되면서 감동이 밀려들었다.
수입차 업계 최초로 탑재해 큰 사랑을 받았던 티맵 내비게이션의 반응 속도는'빨리 빨리의 민족'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이런저런 기능을 눌렀다가 켜는 상황에서도 기존보다 더 정확하고 빠르게 기능을 실행해냈다.
기존엔 탑재되지 않았던 티맵의 운전습관, 즐겨찾는 경로 등 부가 기능도 디스플레이로 들어왔다. C-ITS(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와 연계한 신호등 정보도 확인 가능하다.
이제 볼보의 오너들만큼은 저 멀리서 초록색 등을 보고 가속 페달을 밟다가 갑작스레 바뀐 신호등에 급하게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된다. 볼보에 따라붙는 '안전'이란 수식어는 단단한 차체 뿐 아니라 똑똑해진 소프트웨어까지 뒷받침하게 됐다.
오디오북 '윌라'와 웹 브라우저 '비발디' 등도 탑재됐다.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막론하고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지만, 특히 전기차 오너들에게 지루한 충전 시간을 채워주는 단비같은 기능이 될 수 있겠다.
2.0 인포테인먼트는 볼보 전 차종에 탑재되며, 기존 오너들도 무상 업그레이드를 받을 수 있다. 차는 비록 새 것이 아니더라도 두뇌는 갓 출시된 차와 같은 걸 쓸 수 있는 뜻이다.
시승 행사를 마치고 나니 볼보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과 사랑이 십분 이해됐다. 국민 내비게이션 티맵 탑재만 했어도 충분히 고맙고 배려심 넘쳤는데, 기능을 더 넣은 것도 모자라 기존 오너까지 챙겼다. 프리미엄 브랜드라기엔 다소 부족한 '니어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미 볼보의 마음가짐은 프리미엄 브랜드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