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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감사방해 혐의'…복직한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뉴스속인물]


입력 2023.09.17 11:49 수정 2023.09.17 14:26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2015년부터 3년간 KBS 이사회 이사 활동…기자 보복 자행 '진미위' 안건 이사회 의결 강행

대법원, 'KBS 진미위' 근로기준법 위반행위 판단…양승동 전 사장, 2022년 10월 유죄 확정

KBS 시청자위 위원장 1년 만에 사퇴하고 방문진 이사 지원…법인카드 사적유용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

서울서부지검, 마포경찰서에 권태선 감사방해 혐의 사건 배당하고 본격 수사…MBC 관련 자료 미제출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연합뉴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MBC와 관계사 경영을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MBC 사장 선임 또한 부실하게 검증했다는 이유로 해임이 결정됐으나 법원이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직무에 복귀했다. 검찰은 현재, 권 이사장의 감사원 감사방해 혐의 사건을 본격 수사하고 있다. 권 이사장의 과거 법인카드 사적유용 처벌 전력 등도 재조명되고 있다.


17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달 말 서울 서부지검으로부터 권 이사장에 대한 감사원법, 공공기록물법 및 특경법 위반 혐의 사건을 넘겨받았다고 15일 밝혔다.


권 이사장은 MBC 관련 자료를 제때 제출하지 않아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감사원은 지난 2월 MBC의 최대 주주인 방문진이 MBC에 대한 관리감독에 소홀했는지 여부를 감사하면서 권 이사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고, 지난달 권 이사장의 감사방해 혐의 수사 참고자료를 대검 반부패부에 넘겼다. 이후 사건은 서부지검을 거쳐 경찰에 배당됐다.


1955년생인 권 위원장은 경상북도 안동 출신으로 경기여고를 거쳐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한양대 언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8년 코리아 타임즈에 입사하며 언론계에 입문한 그는 경력 3년차였던 1980년 언론자유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해직됐다. 그리고 8년 뒤 한겨레 창간 멤버로 다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한겨레 최초의 여성 특파원부터 사회부장(민권사회1부장), 편집국장, 편집인까지 거쳐 허핑턴포스트코리아(현 허프포스트 코리아) 대표로 지냈다.


2015년부터 3년간 KBS 이사회 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시절 권 위원장은 2018년 KBS가 '적폐청산' 명목으로 일부 기자들에게 보복을 자행한 '진실과 미래위원회(진미위)' 안건 (이사회) 의결을 강행하기도 했다.


진미위는 박근혜 정부 당시 KBS가 '세월호 사고', '사드 배치' 등 보도를 불공정하게 했다며 담당 기자와 PD 등 50여 명을 조사해 19명의 징계를 사측에 권고했다. 이후 19명 중 17명이 해임·정직·감봉 등의 징계를 받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보도국장을 지냈던 간부는 해임됐다.


이에 KBS 공영노조는 양승동 전 사장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대법원은 'KBS 진미위' 활동이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지 않은 '근로기준법 위반행위'로 판단했고 지난해 10월 유죄를 확정했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해 10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020년 9월 출범한 제30기 KBS 시청자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1년여 만에 방문진 이사 지원을 위해 시청자위원장 직을 사퇴했다. 이듬해 8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었지만 방문진 이사에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시청자위원들은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권 이사장은 당시 방문진에 지원할 때부터 자격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2021년 1월 검찰로부터 KBS 이사 시절 법인카드 사적 유용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 특히 검찰이 권 이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향후 추가 수사를 할 수 있다고 예고했던 만큼 방문진 이사 자격이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권 이사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건 올해 1월로, 검찰 통지서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을 시간에 자중하지는 않고 되려 공영방송 이사에 지원했다"면서 "기소유예 처분자는 아예 지원자격조차도 없다. 즉각 이사 지원 철회하는 게 상식이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갖가지 공방 끝에 권 이사장은 제12기 방문진 이사로 선임됐지만, 임기 내내 논란은 계속됐다. 특히 지난해 9월 23일 MBC가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욕설을 했다는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해 논란이 제기됐는데, 권 이사장은 방문진 국정감사에서 "여러 단계의 확인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했다. 또 소리연구소에 의뢰하는 등 확인 작업을 거쳤어야 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MBC에서) 소리연구소 의뢰는 안 했지만, 저배속으로 여러 차례 반복해서 듣고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논란 끝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난달 21일 제 30차 위원회를 열고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해임에 관한 건을 의결했다. MBC 경영 관리 및 감독 소홀과 주식 차명계좌 의혹이 있는 후보를 MBC 사장에 선임한 것 등이 권 이사장 해임 사유이다.


이후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지난 11일 권 전 이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고, 방통위는 즉시 항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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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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